서울-박성우 parks@rfa.org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북한의 남침에 대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국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꿀 때 남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그 타당성은 인정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하지만, 사과나 배상은 전쟁 종식 때 패전국에 부과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법적으로 패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사과 요구는 법적으로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법적으로 이야기 하면 패전한 당사자는 아니지 않느냐...
노 대통령은 덧붙여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사죄 받지 않으면 평화체제로 가지 말라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사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묻고 싶다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화해와 협력의 전제로서 요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일까요? 그런 것으로 불일치가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남침에 대한 사과 요구가 법적 현실성이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하지만, 전쟁 당시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입힌 북한 정권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군 통수권자가 말할 내용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경기대 남주홍 교수입니다.
남주홍: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북한에게 6.25 전쟁에 대해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노 대통령의 발언은) 대단히 유감스런 표현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과를 요구할 법적 현실성이 없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구체적 반박도 나왔습니다. 세종연구소 송대성 박사입니다.
송대성: 전쟁 책임과 배상 문제는 국제법적으로 승자와 패자 관계가 됐을 때 논하는 문제라기보다 국제법적으로 소위 전쟁범죄를 누가 일으켰느냐에 대한 책임과 배상 그런 문제로 봐야지... 하나는 전승국이 되고 하나는 패전국이 되면 논하지 못한다... 거기는 승부가 없었기 때문에 논하지 못한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국제법적으로 누가 범죄행위를 했느냐에 대한 책임과 배상을 묻는 문제라고 봅니다.
하지만 국제법 학자인 대구대 최철영 교수는 “북한이 패전국이 아니라 사과를 요구할 법적 현실성이 없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법적으로 볼 때 일리는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북한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철영: 지금 대통령이 하신 그 말씀은 정치인으로서 또 국민정서를 감안하면 적절한 말씀이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법 논리적으로만 보면 또 그 나름대로의 합리성, 논리성을 갖추고 있는 발언이다 생각됩니다. 더욱이 정전협정이 종전이 아닌 전쟁의 중지를 양 당사자가 합의한 그런 협정이었기 때문에 전쟁에 있어서 승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 그 자체는 사실로서 옳은 말이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법리 논쟁과는 별도로, 북한 정권은 6.25 전쟁이 북침이었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전쟁에 대한 사과 문제는 반드시 거론돼야 한다고 송대성 박사는 지적합니다.
송대성: 왜곡된 역사를 계속 주장하는 그런 당사자하고 미래에 대한 평화를 보장하고 약속하고 할 수가 없죠. 그런 면에서도 한번은 반드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역사왜곡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하는 의미에서도 그것을 한 번 요구하고 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왜 지금 시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이념적 논란을 일으키려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나왔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류길재 교수입니다.
류길재: 특히 지금 대선 국면이기 때문에 아(我)와 비아(非我)를 설정함으로 해서 뭔가 범여권에게 좀 유리한 그런 갈등의 지형을 만들려는 게 아닌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전쟁 도발 행위에 대해 사과를 요구할 법적 현실성이 없다고 말한 것은, 서해북방한계선이 영토선이 아니라는 발언에 이어 한국 사회 내에서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