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탈북자들, 인권운동가, 로마서 ‘공개처형’과 ‘고문’ 논의

북한의 인권 유린상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도모하기 위한 북한 인권 국제대회 제 4차대회가 12일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열렸습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개최한 이번 대회에서는 북한당국의 주민들에 대한 고문과 처형이 집중 논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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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겪은 인신매매를 증언하고 있는 탈북여성 정미숙(가명) 씨 - RFA PHOTO/장명화

‘북한의 공개처형과 고문’이라는 주제로 열린 오전 토론회는 함경북도 회령 등지에서 몰래 찍은 공개처형 동영상을 13분간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북중국경을 탈출한 혐의로, 또 한사람은 인신매매혐의로 처형이 결정돼, 그 자리에서 총살되는 장면이 나오자 장내에서는 ‘oh my God’ 즉 하느님 맙소사! 라는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곧이어 연단에 나선 세르지오 델리아 이탈리아 하원의원 (member of Chamber of Deputies)은 이같은 동영상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을 위해 한층 노력해야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사형제도와 관련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델리아 의원은 사형 제도를 가진 54개국 중 33개 국가가 독재국가라면서, 이중 북한은 4번째로 많은 사람들을 사형시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진 토론회에는 김성민 자유북한방송대표, 북한에서 공개 처형될 위기에 처한 손정남씨의 동생 손 정훈씨, 그리고 ‘정미숙’이라는 가명의 탈북여성이 나와 북한실상을 증언해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김성민 대표는 자신은 중국으로 도망쳐 나왔다가 강제 송환돼 죽을 뻔했지만, 2차 탈출에 성공해 이렇게 사람들에게 북한주민들의 모진 고문과 학대를 알릴 수 있었다며, 소리 없이 죽어나간 많은 사람들 때문에 격분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유럽 남부까지 와서 보니, 국제사회가 생각보다 많이 북한인권문제에 상당한 배려와 관심을 보여주어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성민 대표: 드디어 북한인권문제가 워싱턴, 서울 그리고 브뤼셀을 거쳐서 로마에까지 왔구나, 참 마음이 이상합니다. (울먹임을 참음, 한참 뜸을 들이다가) 또 여기서 새롭게 느낀 게 우리 탈북자들이 외롭지 않구나. 앞서서 유엔관계자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죠. 북한인민들은 분명히 전 세계 인민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가 지금 여기에 와있는 자유아시아방송 등의 기자분들의 노력에 의해서 북한주민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참 마음의 위로가 됩니다.

손정남 씨의 남동생 정훈 씨는 형은 부인이 말 한마디 잘못에 보위부에 끌려가 온갖 고문을 받다가 강제유산돼 몸이 만신창이가 돼 돌아오자, 불만을 품고 지난 1998년에 딸을 데리고 탈북 했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손정훈: 사실 북을 떠날 때부터 북의 인권침해 상황을 많이 겪었습니다. 자기, 우리 형수님이 북의 경제체재가 잘못됐다, 그래서 나라 국민들이 살아가는데 참 그 정치제재의 독선 때문에 국민들이 살아가기 어렵다는 정치적인 발언을 한 이후로 평양 시보위부라는데 끌려갔어요.

보위부 수사요원들이 뭐 그때 형수님이 임신 8개월이었는데, 사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임신부라 하게 되면 사실 뭐 어디 다칠세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을까봐 상당히 배려해주고 그러한 몸 상태인데, 북한의 보위부는 뭐 배려는 둘째 치고 임신부를 발로 차고 때리고 해서 시 보위부 조사과정에 강제유산이 돼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몸 상황이 악화되고 하니까 이 사람들도 그 안에서 사망하게 되면 자기들도 사법적인 책임을 지니까 마지못해서 밖으로 내놓았습니다.

정남 씨는 2001년 1월 북한에 송환돼 수감됐다가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동생을 중국에서 몰래 만났다는 혐의로 현재 평양 보위부 감옥에 수감돼, 공개처형당할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럽의회까지 나서서 손 씨의 생사확인과 사형집행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지난달 중순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정미숙’이라는 가명을 쓰는 30대의 여성 탈북자는 배가 고파 삼촌을 따라 중국에 갔다가 인신매매단에 걸려 흑룡강 산골마을에 팔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정씨는 탈북여성들이 자신처럼 성노리개 감으로 팔려 다니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정미숙: 저를 도대체 얼마에 주고 샀는지 저는 엄청 궁금했습니다. 보다 두렵고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저를 돈으로 산 중국인이 돈이 부족해 이웃마을의 또 다른 사람과 나누어서 돈을 지불하는 바람에 6개월에 두 집을 왕래하면서 살도록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짐승도 한 주인을 섬기는데 사람이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가 따지고 묻는 나에게 (그 마을에 역시 팔려와 있던) 고향언니는 ‘나라 없는 백성의 신세가 상가집개보다도 못하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느냐’고하면서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증언에 이어진 토론에는 탈북자 출신으로 현재 남한 조선일보 기자인 강철환 씨와 데이비드 호크 전 국제사면위원회 미국 지부장 등이 나와 개선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강 씨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남한정부의 무조건적인 대북지원이 중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철환: 쓸데없는 지원을 하지 말자. 저도 북한에 지금 50여명의 가족이 있습니다. 저야말로 북한을 가장 도와주고 싶은 사람 중의 하나이죠. 그러나 우리가 북한의 대북지원에 회의적인 것은 그 정권이 주민들을 먹여 살릴 의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북한에서 월드컵 중계 방송할 돈이 없다고 한국정부에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10만 5천 달러, 한국정부가 그 돈을 지원했습니다. 북한주민에게 월드컵을 시청할 돈을 지원했는데, 미사일 발사한 비용이 약 1억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민을 위해서는 10만 5천 달러도 쓰기가 아까운 독재정권인데, 미사일을 위해서는 1억 달러를 쓰는 게 북한이거든요. 이런 정권에 우리가 관대하게 대해주고 지원을 한다고 해서 북한이 체제가 변한다? 이것은 분명한 오산입니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서 이탈리아 정부에서 에마 보니노 (Emma Bonino) 유럽연합과 국제무역장관, 지아니 베르네띠 (Gianni Vernetti) 외무부 인권과 아시아문제 담당 차관, 남한의 이인호 전 러시아대사, 리카르도 라미레즈 미국 뉴멕시코 주 담당 주교 등이 나와 개막 축하연설을 했습니다.

로마-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