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고 나서 하루 뒤인 28일에 한미 동맹군은 서울을 완전히 수복하게 되지요.
한국에서는 서울 수복 58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요.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당시 중앙청에서 태극기를 게양한 주인공인 박정모씨를 전화로 연결해서 서울 수복의 의미와 못다한 뒷이야기들을 들어봤습니다.
6.25 전쟁당시 소위였던 박정모씨는 1961년 대령으로 예편했습니다.
박성우: 박정모 대령님, 안녕하세요. 27일은 정확히 58년 전에 서울 중앙청을 수복한 날이잖아요.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을 하고 나서, 12일이 지난 다음에 서울까지 되찾게 된 거였는데. 당시 박정모 대령께서는 소위 시절이었지요? 중앙청에서 태극기를 게양하셨잖습니까?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당시 감회는 어땠습니까?
박정모: 역사는 잊혀져 가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나 역사라는 거는 현재가 있기 때문에 과거도 있고 모든 게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 당시 많은 젊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가면서 조국을 위해 용감하게 싸웠기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있고, 현재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9.28 (서울 수복일)은... 현재나 미래나... 당시 수복을 안했으면, 현재도 없고 미래도 없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9.28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잊어서는 안될,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박정모 대령님,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원래는 중앙청은 대령님의 작전지역이 아니었다면서요?
박정모: 그 당시는요. 중앙청은 미 해병 5연대의 바운더리였어요. 그런데 그 때 내 생각은 우리 심장부인 중앙청에 외국군 손에 의해서 태극기를 게양하면 국민들의 수치가 아니겠느냐, 그래서 내가 우군의 동의 없이 미리 앞질러 가서 태극기를 게양한 거에요.
박성우: 대령님은 중앙청은 한국 사람이 되찾아야겠다고 생각을 하셨다는 거군요?
박정모: 그렇죠.
박성우: 알겠습니다. 당시 태극기를 함께 게양하셨던 분이 계시죠?
박정모: 네.
박성우: 그분들과...
박정모: 아 그분들은 모두 고인이 되셨어요.
박성우: 당시 몇분이 국기를 게양하셨습니까?
박정모: 세 사람이요.
박성우: 그럼 나머지 두분은 모두 돌아가신건가요?
박정모: 네. 현존한 생존자는 나 뿐이지요.
박성우: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만 요즘에도 태극기를 보시면, 감정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박정모: 태극기는 국가의 상징 아니겠어요? 그런데 지금 젊은 후세들은 그 태극기의 소중함을 과연 얼마만큼 알고 있겠느냐. 태극기야말로 문자 그대로 우리 대한민국의 표상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태극기만은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이제 58년이 지나서 27일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기념 행사도 열리는데. 여기 혹시 참여 하십니까?
박정모: 네, 이번에도 합니다.
박성우: 태극기 게양하는 행사도 열리던데. 이번에도 직접 게양 하시게 되나요?
박정모: 아 그건 아직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박성우: 58년이 지나면서, 대한민국이 전쟁의 잿더미에서 출발해서 이만큼 발전했습니다. 이게 다, 당시 6.25때 목숨을 내놓고 싸우셨던 박 대령님 같은 분들 덕분인데요. 이만큼 발전한 대한민국을 보실때,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 같은데요.
박정모: 당시 많은 우리 젊은 용사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용감하게 싸우지 않았으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있을 수 없지요. 많은 젊은 용사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박성우: 적군이었던 북한은 현재 사람들이 밥을 못먹는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요즘 북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정모: 우리는 단일민족이라고 그러잖아요. 어쩌다 보니, 지구상에서 남북으로 갈라진 게 우리 한반도가 유일하게 됐는데. 이것이 문자 그대로 민족의 비극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성우: 대령님, 혹시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박정모: 제가 올해 83세입니다.
박성우: 그런데도 말씀도 잘하시고, 건강하신 거 같습니다. 건강은 어떠십니까?
박정모: 아직 건강은 좋아요.
박성우: 아직 남북은 여전히 갈라져 있습니다. 박 대령님, 살아생전에 꼭 보고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박정모: 이렇게 조그만 한반도가 두동강이 됐다는 거는 민족의 비극이 아닐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단일 민족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통일을 이룩해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단일민족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꼭 남북 통일을 이룩할 수 있도록 그렇게 노력을 해야겠어요.
박성우: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을 수복했을 때, 중앙청에서 태극기를 게양한 역사의 주인공. 박정모 선생님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오늘 감사드립니다.
박정모: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