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 이해도 용서도 안돼요"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0.05.26
west_sea_305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에 연평해전 고 윤영하 소령 유가족등 연평해전 유가족들이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2002년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6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제2 연평해전'을 기억하시지요? 당시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김종선 씨는 북한이 또다시 일으킨 천안함 사건을 보며 더는 이해도, 용서도 할 수 없다는 심경을 밝혔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김종선 씨를 만났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부터 저는 북한의 소행이라 확신했어요!"

2002년 '제2 연평해전'에서 북한의 선제공격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고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 씨는 또 다시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북한의 도발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바다와 가슴에 묻은 지 8년. 김 씨는 그동안 남편의 생명을 앗아간 북한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했다는 조사 결과를 접하면서 작은 소망마저 접어야 했습니다.

자신이 이미 처절하게 겪은 아픔과 슬픔이기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반복되는 북한의 도발을 이제는 이해도, 용서도 할 수 없다고 김 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심경을 털어놨습니다.

김종선: 이제는 북한에 하고 싶은 말도 없어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사람의 생명은 소중한데 무력을 사용해서, 사람의 생명에 위협을 가해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 과연 득이 되는지, 그것이 올바른 행동인지...

또 김 씨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현재 한국 정부가 취하는 대응 방식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언제까지 북한의 도발을 묵인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김종선: 저는 이번에 한국 정부가 대응을 잘한다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퍼주기만 하고, 언제까지 당하기만 할 건가요. 그럴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요?

김 씨의 남편인 고 한상국 중사는 2002년 서해의 연평도 해상에서 북방 한계선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과 교전 끝에 전사했으며 당시 '연평해전'으로 한 중사를 포함한 한국군 6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습니다.

8년의 세월 동안 자신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온 김 씨의 마지막 소원은 남편의 진급과 명예회복입니다.

당시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으로 큰 실망을 느낀 김 씨는 이번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많은 것이 비교돼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다시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한국 정부와 해군이 고 한 중사의 진급 문제를 고심한 끝에 이번 주 청와대 관계자가 김 씨를 직접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늦었지만, 남편이 명예롭게 진급한다면 이제 모든 아픔을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또 숭의여자대학교의 졸업을 앞둔 김 씨는 자신의 목표를 향한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남북 간의 갈등으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을 잃은 연평해전과 천안함 사태의 유가족들. 높아가는 한반도의 긴장만큼 이들의 그리움과 아픔은 더 깊어가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정부 차원의 기념식으로 격상된 '연평해전' 추모식 행사는 올해 처음으로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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