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최영윤입니다. 한자로 번성할 영자와 진실된 윤자를 써서 진실을 번성케 하다…이런 뜻인데요,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입니다. 아마 북쪽에도 저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남쪽과 북쪽, 같은 말을 쓰지만 갈라져서 산 세월이 반백년이 되다보니, 사람 이름을 짓는 일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알뜰 살뜰 남한 살이 오늘은 이런 '이름'에 대해서 얘기해 봅니다.
탈북 방송인 김태산씨, 이현주 기잡니다.
저희가 나와있는 곳은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입니다. 마침, 저학년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시간이라 운동장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소리가 소란합니다.
시끄러워요. 한반도 아이들이 장난히 험하죠..
김선생님, 학교 모습은 북쪽과 남쪽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 어때요?
학교는 뭐 생긴 모습은 비슷합니다. 주변에 식물을 심어 놓고 아이들이 모이고 뛰어놀 수 있게해놓은 것도 비슷하고요. 아무래도 공부를 가르친다는 목적이 있는 곳이니까요.
학교 수업은 일단 선생님의 출석 확인으로 시작되곤 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인민학교)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항상 부르는 출석도 내 차례가 되면 웬지 긴장해서 대답을 하곤 했는데요.. 처음 학교를 들어가 출석을 부르면서 내 이름과 비슷한 친구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놀림감이 되는 재밋는 이름 또 예쁘고 멋진 이름도 알게 됩니다.
저가 오늘 선생께 학교에 나와보자 했던 건 이름 얘기를 여기서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학교와 이름 연관이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이름에 대한 많은 생각은 학교에 들어가면서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출석을 부르잖아요.. 네 북쪽도 마찬가지죠. 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쭈욱 수업마다 선생이 출석을 부르죠.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짓기 위해 부모가 머리를 싸메는 것은 남북이 똑같을 껍니다. 그러나 사회와 문화가 다르듯 이런 사람 이름을 짓는 일반적인 일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제일 큰 차이는 한자 사용입니다.
남한에 오니 한자의 뜻을 따라서 짓고 그리고 모든 이름이 한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태산이 하면 한반도 글만 쓰는 게 아니라 모든 문서 주민등록에도 성김에 클태자 뫼산자 꼭 따라다니죠. 그래서 북한에서 처럼 김태산이라도 다 같은 김태산이 아니라 네 이름은 큰산이나 네 이름은 큰별이다 갈라지죠.
북한에서 한자 이름이 없으셨는데 남쪽에서 갑자기 한자 이름을 써라 이러면 당황 스러우실 것 같아요.. 네, 당황스럽죠. 저도 나이가 먹었지만 어렸을 때 조금 배웟어요. 북한 사람들이 한자를 잘 모릅니다. 난 한자이름이 없다 그랬더니.. 여기는 주민등록증을 낼때 한반도 이름과 한자 이름을 같이 써야한다고 여기 사람들이 만들어줬어요.
여기와서 작명에서 보니까, 내 이름에 쓴 이름은 안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 기분이 또 좋진 않더라구요..
남북이 나눠서 살고 있으니 이렇게 생각지 못했던 어려움도 있습니다. 또 남쪽에 오신 탈북자들이 남쪽에만 있다고 놀라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작명소입니다. 말그대로 사람 이름 짓는 것을 도와주는 곳인데, 태어난 생년월일을 사주와 함께 맞춰서 좋은 이름을 찾아주는 곳입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구요, 약간의 작명비를 받습니다. 그래서 남쪽 사람들 중엔 ‘내 이름은 할아버지가 작명소가서 비싸게 주고 지어온 이름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반은 농담으로 하는 소리인데... 사실 요즘 젊은 엄마 아빠들은 이런 작명소를 이용하기 보단 부르기 쉽고 예쁜 이름을 한글 한자 사전을 찾아가면 직접 짓는 것을 좋아합니다.
북한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계시면 지어주는 경우도 있는데 젊은 부부들이 자체적으로 이름을 짓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자들이 목소리가 높으면 여자들이 내놓은 안이 되는 것이 우리 집은 내 목소리가 크니까 우리집은 내가 내놓은 안이 되고 그러는 거죠 (웃음) 남북이 이런 풍경은 아주 비슷할텐데요. 맞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이름을 이어주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은 같을 꺼니까요.
북쪽도 비슷하지만, 남쪽엔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광복 직후였던 1940년대를 보면 남자는 영수 영철 영호가 인기가 있었고 여자는 영자 순자 정자 이렇게 자라 돌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서는 이름을 부를 때의 어감이 좋고 이름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좋은 이름이 인기가 있습니다. 2005년, 2006년 조사를 보면 남자 이름의 경우 요즘은 민준 민재 지훈 이런 이름이 인기고, 여자 이름으로는 서연 민서 수빈 이런 이름이 많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이름 어떠세요? 그러나 북쪽과 남쪽이 모두 좀 피해서 짓는 이름이 있는데요, 바로 학교에서 놀림감이 되기 딱 좋은 그런 이름들 입니다.
어렷을때는 뭐든지 별명으로 부르는 걸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나 어렸을때도 철봉이란 아이가 한참 놀림을 받고 그랫어요.. 나중에 꼭 아이를 낳으면 별명이 안 나오게끔 지어야지.
또 순수 한글로 이름을 짓는 것도 인깁니다. 아름 다운, 우리, 하늘, 누리, 이슬, 어진, 바른..등등의 예쁜 이름들이 많습니다. 북쪽에서는 남자 이름을 지을때는 강한 느낌을 주게 짓고 여성 이름은 순수하고 깨끗한 것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약간의 정치성이 보이는 이름도 있습니다.
뭐 보통 부르기 좋고 쉽게 기억되고 이런 이름을 좋아하지만 다른 뜻을 가지고 짓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쌍둥이를 낳으면 충성이 충일이 이렇게 짓기도 하고 정치적인 성격을 띠기도 하죠. 충효일심 갈라서 아이들 이름을 짓기도 해서 김정일에 대한 충열심을 부르짓는 북한에서 아이들을 이름 가지고 정치성을 부각해서 짓는 것이 추세적으로 나타고 있습니다.
남쪽에서도 조국,충성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엔 나라에 충성을 바쳐라는 의미보다는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라 뭐 이런 뜻에서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절대 지어서는 안 되는 이름도 있죠? 바로 김일성 장군이나 김정일 위원장이나 김 위원장의 형제들의 이름입니다.
말하자면 수령의 이름, 수령의 친척 이름은 혹시 몰라서 짓더라고 나중에 알면 꼭 고쳐야 합니다. 그 전에 말하지면 김정일 위원장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던 1970년대 그때는 김정일이라고 지은 얘들이 많았어요 근데 김정일 후계자로 뜨면서 이름을 고치라고 해서 싹 고쳤어요. 고치지 않으면 정치범으로 잡을지도 모르죠. 오직 자기 이름을 가진 사람은 자기 하나만이여야 한다고 공산주의자들의 독재 정신이 배여있는 이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 어디 이런 법이 있나요. 사실은 남쪽엔 김일성 김정일 이름이 있는데요. 맞습니다. 박정희라고 있더라구요. 남한에 와서 생활해 보니 박정희라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알았습니다. 뭐 이 나라에선 이런 건 국가에서 상관하지 않는구나. 북한 같으면 철저히 이름을 바꾸라고 지시가 떨어졋을텐데.. 어쨌든 자유로운 사회로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이런 사람을 짓는 행위 하나에도 사회의 여러가지 면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또 그래서 이런 이름을 짓는 모양을 보면 남쪽은 남쪽 사회대로 북쪽은 북쪽 사회 대로 문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남쪽에선 요즘 국제적인 이름을 선호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아이의 이름이 한글로도 또 영어로도 바꿔도 부르기 쉽게 만드는 겁니다. 딱히 옳은 경향이라곤 할 순 없겠습니다. 반면에 북쪽은 독재 사회임을 보여주듯, 지도자의 이름을 일반 사람은 갖지 못합니다. 그것이 아무리 예전부터 한반도 땅에서 흔하고 또 널리 사용된 이름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알뜰 살뜰 남한살이 오늘은 이름에 대해 얘기해 봤습니다. 지금까지 이현주 김태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