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 남한 살이]남과 북 갈라진 형제자매 이름 목청껏 부를 날 왔으면

지난해 여름, 개성에 다녀왔었는데요. 통일 거리를 쭈욱 지나다 보니, 곳곳에 상점들이 눈에 띄더군요. 하지만, 상점 간판이 남쪽 간판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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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은 상점 이름 하나도 손님의 이목을 끌기 위해 독특하고 화려하게 지어서 달아 놓는 반면, 북쪽은 닭곰탕 이발소 랭면.. 이런 식으로 뭘 하는 가게인지만 알 수 있게 간소하게 써 붙여놨더군요. 이런 가게 이름 하나도 남북 사회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알뜰살뜰 남한 살이> 이름 두 번째 편, 오늘은 가게의 이름, 간판에 대해 얘기해 봅니다.

오늘 저희는 명동 거리에 나와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아마 서울 명동이라면 한번 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명동은 한국에서도 가장 붐비는 상점 거리 중 하납니다.

명동 입구입니다. 자주 나오세요?

요즘은 나와 본 적이 거의 없네요.

명동 거리 깡패들이 유명하고 북한에서 남한에서 이름 하면 명동 영등포 종로 경찰서 유명해요. 그때는 범상치 않게 여겼는데 여기 와서 와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명동은 사실 사람들이 물건 사러 나오는 곳인데요.. 북한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좀 차이가 있지 않나요?

와보면 명동하면 참 대한민국의 중심인데 옛날에 건설한 흔적으로 도로가 좀 좁고 승용차가 다니지 않고 판매상이 많고 볼 거리가 많아서 좋아. 저녁 때 되면 포장마차들이 쭉 나와 서니까 나와보면 뭘 사러 나온다는 것보다 구경거리가 더 좋습니다.

명동은 오래된 동넵니다. 반듯 반듯한 구역이 나눠져 있는 북한의 도시 구역에 비하면 정리가 안 된듯 얼기설기, 작은 골목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 골목마다 셀 수 없이 많은 상점들이 차려져 있고, 상점 마다 각양 각색의 간판들을 달고 있습니다. 그 모양은 어지러워 보일 정도로 다릅니다. 특히 밤이면 이 간판엔 불이 환하게 밝혀지고 어떤 것들은 번쩍 번쩍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 요란하기도 합니다.

대체적으로 평양을 중심으로 해서 간판을 붙인 것보면 지방이름 구역 이름을 앞에 놓고 만드는데 그래서 간판만 보면 여기가 어디구나 알 수 있는데, 남한에 오면 간판을 보면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람을 따기도 하고 외국말로 간판을 단 곳이 많으니 참 각양 각색입니다. 아 처음에 와서는 이해하기가 참 어려워요..

저희 눈 앞에만 해도 페이스샵 (한국말로 풀어보면 얼굴 상점이라는 뜻이죠), 허브 나라, 온뜨레 ..이런 상점 이름들이 보이는데요.. 도대체 뭘 하는 가게인지 짐작을 하시겠습니까? 모두 화장품 가게 이름입니다.. 김 선생말대로 상점 이름만 봐서는 도대체 뭘하는 가겐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건 북한에선 온 탈북자들뿐 아니라 저처럼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이쪽으로 가볼까요?

참 안 가봤던 골목들이 많네..

여긴 또 다 식당만 있네요. 식당이름이 또 재밋는 것이 많죠?

뭐 돼지 고기 식당만 해도 주먹고기 제주도 똥돼지 흑돼지..평범한 이름을 벗어나서 사람들이 다시한번 쳐다보게 하는 것들이 많아요.

아마 그래서 사람들이 상점의 이름을 여러가지 생각해서 달아놓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옳습니다. 장사를 잘 되기 하기 위해서 그렇구요..

평양이나 개성 등 북쪽 대도시의 번화한 거리를 보면 네모난 하얀 간판에 까만 글씨로 상점 이름만 단촐하게 써 놓은 간판이 많던데요.. 북쪽에선 이런 상점 이름은 단지 이 곳이 뭘하는 곳인지 알려주는 역할만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들이 상점을 운영하고 또 다른 상점과 경쟁을 해야하는 남쪽에선 이런 상점 이름 하나도 쉽게 넘어 갈 수 없습니다.

상점 이름도 사업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간판을 보고 호기심이 생기고 그것 때문에 손님이 한명 더 가게를 찾게 되고.. 그 가게의 물건 수준, 분위기, 이용하는 연령층 등 여러 가지를 이 간판 하나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점 이름 어떤 식으로 지어질까요? 남쪽에선 상점 이름을 정하는 것은 상점의 주인 즉 개인이나 기업의 자율입니다. 일정의 규정 등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이 규정은 사회 풍속을 헤치지 않는 범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정도를 규제하는 정도입니다.

허가해주는 제도가 있긴 한데요. 북한에서는 철저하게 규격과 이름 모든 것을 국가에서 허가를 받는 원칙이 외래어를 쓰지 못한다. 까다롭게 붙여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게 쓸 수 없다 다른 지방의 이름을 맘대로 가져와 달 수 없다..국가에서 관리해서 허가를 받아서 각 지방의 특산물을 파는 식당을 만들 수 있지만 허가를 받는 것이 한합니다. 특히 외래어는 절대 금합니다.

또 간판에서도 북측은 정치적인 성격을 좀 띄죠. 물론 이런 상점은 상점이라고 하지만 김일성 주석이 살아 있을 때는 인민을 많이 사용했고 김정일은 충성을 많이 썼어요..

이렇게 들어보면 북쪽은 사람 이름은 물론 상점, 물건 이름을 짓는 일까지 안 되는 것, 금지된 것의 규정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 저희는 복잡한 명동 거리를 돌아 나옵니다. 명동 거리 끝에서 북한 지명을 딴 가게 하나를 볼 수 있었는데요, 이곳뿐 아니라 남쪽의 곳곳에서 북한 지명을 단 간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제일 잘한다는 냉면집 이름이 평양 냉면이고 평양의 을밀대 이름을 달고 장사하는 집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순대집 이름을 ‘함경도’로 달고 있는 곳이 전체의 반은 될겁니다. 반대로 북한에 서울집 같은 남한의 도시 이름을 달고 있는 곳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만의 이름만 이름뿐 아니라 간판하면 가게 회사 이름이죠. 북한에서는 이름을 제정해서 상부에서 승인을 하면 붙여야 하고 그런데, 남쪽은 참 다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고 쉬운 것도 있고 어려운 것도 있고 재밌는 것도 있고 웃기는 것도 있고요. 그래서 다니다 보니까 심심치 않고 좋습니다. 근데 하나 , 자기 가게를 너무 알릴려고 하니까 여기 저기 간판을 붙여서 좀 조잡한 감이 있고... 정신이 없죠?

네 그래요.

북한 사람이 비난하는 것이 있는데 한반도 사람이 한반도말을 버리고 외래어를 많이 쓴다는 것. 저 보십쇼 헤어디자이너 스튜디오니.. 외래어를 그대로 쓴 것도 많고 조선말로 쓴 것도 있고 그렇죠. 그러니 북한 사람들이 드문히 와서 보곤 비난을 하기도 하죠. 그리고 그런 비판을 가지고 후대들을 교육도 합니다.

처음에 와서는 저도 생각했어요 왜 한글을 두고 저렇게 할까.. 이렇게 보면 저것도 필요하겠구나..생각이 되요. 한국 사람들 영어에 많이 익숙해 졌어요..그렇지만 북한으로 보면 비판할 거리가 되는 거죠 고저.

좋은 쪽으로 말씀해주셨네요.

아니 , 이제 세월이 흐르면 북쪽도 이쪽과 비슷해 질 겁니다. 왜 그러냐면 와서 보니 주체만 내세우면서 자기네 것만 내세워서는 되는 것이 거의 없어요..

지금까지 저희는 두 번에 걸쳐서 이름에 대한 얘기를 해봤습니다. 남쪽과 북쪽, 반세기 동안 나눠져 살아가는 속에 그 동안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같은 민족이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은 서울에 있는 함경도 평양 이름의 간판들, 또 남쪽과 북쪽에 살고 있는 같은 이름의 사람들. 특히 남과 북에서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가슴에 품고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이름 얘기를 해봤는데요. 김선생은 북한에서 생각나시는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이름 있으세요?

물론 인간이 한 생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살았느냐에 따라 간직 하고 싶은 이름들이 계속 늘어날 겁니다. 내가 보게 되면 자기가 사는 날이 많을수록 머릿속에는 좋게 나쁘게 잊혀 지지 않고 잊고 싶지 않은 이름을 간직하고 저 세상으로 간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아버지 이름, 어머니 이름 첫째로 기억되는 것이고, 이렇게 내가 이산자가 되어버리니까, 자식들 이름나 형제들 이름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습니다. 내 자식 형제들과 같은 이름이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영화에도 나오면 참 그 이름을 많이 생각해보면 생각에 잠길 때가 있어요.

전쟁통에 헤어져 반백년을 가족의 이름을 가슴에 묻고 산 사람들, 남쪽에 많습니다. 이제 탈북자들이 남쪽에 들어와 또 그렇게 그리운 이름을 가슴에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이런 이름 마음에만 담지 말고 소리 내서 부를 수 있는 날이 와야겠습니다.

그게 바로 제 가장 큰 소망입니다.

지금까지 알뜰 살뜰 남한 살이, 이름편 지금까지 이현주 김태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