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과 6자회담의 무기한 불참 선언으로 인해 남북 경제협력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는 가운데, 남한 정부는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16일 밝혔습니다.
북한 핵문제 조율을 위해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반기문 남한 외교통상부 장관은 16일 내외신기자 회견을 통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남북 경제협력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핵이 해결되지 않는 과정에서 대규모 경제협력을 할 계획은 없고..
반기문 장관은 이러한 남한 측의 입장을 이번 미국방문에서 미국 관리들에게 전달했으며, 인도적 차원의 남북 경제협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미국측에 알렸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반기문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 언론들은 이번 북한의 핵 보유 선언으로 인해 남한 정부는 한-미 공조와 남북경제협력 사이의 고민에 빠지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남한 일각에서는 남한정부가 남북관계에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며, 또 다른 이들은 남한정부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정부는 이러한 관측들에 대해 북핵문제와 남북 관계의 병행 전략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남한 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주재한 안보관계장관 회의에서 ‘상황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고 전하고, 이것은 남북관계를 풀어 가는데 기존의 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정부 당국자는 한 언론과의 회견에서 ‘핵을 가진자와 손을 잡을 수 없다고 해서 남북관계를 끊는다면 북한 핵협상에서 남한은 비용만 부담하고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반기문 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에 1단계로 백만 평에 대한 분양을 완료하게 될 개성공단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 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사업이나 금강산 관광사업은 남한의 민간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 만큼, 사업을 중단한다면 국내 사업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반장관의 발언은 남한 정부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사업,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은 계속 지속하겠지만 새로운 남북경제협력 사업은 북한 핵문제의 진전여부와 결부에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남한정부가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북한 에너지나 사회 간접자본시설 개선 등의 사업에서는 어느 정도의 속도 조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한 정부가 북한이 최근 요청해온 비료 50만 톤 지원도 이루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반기문 장관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남한은 인도적인 견지에서 제한된 쌀과 비료를 북한 측에 제공해 왔음을 미국 측에 설명했는데, 이번에 북한이 요청한 비료 50만 톤은 액수로 따져 1억 5천만 달러에 해당하고, 북한 한해 소요량의 40%나 차지하는 막대한 양입니다.
따라서 남한정부가 아무런 조건 없이 이를 제공할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남한정부는 북한의 비료지원 요청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으며 여러 가지 상황을 보아 가면서 입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반기문 장관은 말했습니다. 엊그제 미국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딕 체니(Dick Cheney) 부통령은 워싱턴을 방문한 반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비료를 주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으나 남한 정부는 이런 보도를 부인한 바 있습니다.
이규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