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인 탈북자 정착지원 정책 재정비해야” - 기독교사회책임

남한의 민간 인권단체인 ‘기독교사회책임’은 지난 1일 탈북자들 50여명과 함께 남한 정부의 비현실적인 탈북자 정착지원 정책이 재정비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또 이 단체는 이 날 탈북자의 취업 등 남한 정착을 돕기 위한 ‘탈북민정착지원상담소’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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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회책임의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가 성명서 낭독히고 있다 - RFA PHOTO/양성원

기독교사회책임의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는 이 날 성명서 낭독을 통해 최근 중국 내 남한 대사관에 머물던 탈북자 4명이 담을 같이하고 있는 미국 대사관 쪽으로 월담하여 미국행을 요구한 일은 남한 국민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부적응과 남한의 탈북자 정착지원제도의 비현실성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경석: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북자 지원 단체 활동가들에 따르면 국내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 중 대부분이 입국 후 수년이 지나도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한 체 정부의 보조금으로 근근이 삶을 이어가는 도시빈민층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기에 이런 소식이 중국 내에도 알려지고 결국 이들이 한국행을 버리고 미국행을 택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동안 기독교사회책임은 몇 차례 내부세미나를 통해 탈북자들이 국내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도시빈민층으로 전락하는 원인을 분석하여 왔다. 그 결론은 한국 사회의 탈북자들에 대한 이질감과 사회주의체제에 익숙한 탈북자들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부적응 등과 함께 큰 부분 중에 하나는 정부의 탈북자 지원정책들이 비현실적이며 오히려 탈북자들의 정착을 방해하는 시스템적 오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사회책임은 현재 남한에서 시행되고 있는 탈북자들의 정착지원 정책 중 문제가 되는 것으로 먼저 남한 입국 후 이질적인 남한사회에 동화할 수 있는 충분한 체험과 학습기간을 갖지 못한 채 바로 취업을 해야 하는 문제를 꼽았습니다. 또, 취업 후 년차별로 지원금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제도의 비현실성, 그리고 독신의 경우 의료보호1종 기간이 1년으로 매우 짧다는 문제 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 목사는 탈북자들의 안정적 정착이 이루어지도록 정부의 정책이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경석: 첫째, 한국입국 후 최소 6개월은 취업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도록 하며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둘째, 취업 후 지원되는 년차별 인센티브 지원금을 폐지하고 입국 초기 적응기간에 선 지급해야 한다. 셋째, 독신의 의료보호 기간을 최소 2년으로 연장하여야 한다.

또 기독교사회책임은 남한 정부가 남한 국민의 세금을 통해 탈북자 정착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제도들로 인해 성과를 얻지 못하고 이를 방치한다면 이는 직무유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서 목사는 또 탈북자들의 미국행 선호라는 부끄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남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서경석: 만약 정부가 현재와 같이 태만하게 무능한 대처로 일관한다면 탈북자들의 미국을 비롯한 제 3국행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며 제 민족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국가로 국제사회에 큰 수치를 당할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부끄러운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정부는 철저하게 반성하며 즉각 탈북자지원정책들을 현실화하여 탈북자들이 안심하고 대한민국에서 그들의 꿈꾸어온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촉구한다.

이 날 행사에 함께 참여한 50여명의 탈북자들은 대부분 남한 정부에서 주는 정착지원금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한꺼번에 주지 않고 여러 차례 나눠 지급해 북한이나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데려오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5년 남한에 왔다는 70대 여성 탈북자는 남한 정부가 직접 나서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가족들의 북한 탈출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탈북자: 남한 정부에서 끌어줬으면 탈북자가 미국 가는 현상이 없을 것이다. 살기 바빠서 중국에 넘어왔지만 여기서 돈이 없어 끌어주지 않아 남한에 못 오니까 미국에도 가고 그러는 것이다. 우리 가족도 남한 입국을 위해 한 사람당 1000만원 씩 빚을 졌다. 오는 사람도 고통스럽고 이미 남한에 있는 탈북자도 고통스럽다.

또 2003년 남한에 정착한 50대 탈북자 김기수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남한 정부가 탈북자들에게 일부 똑같은 주민등록번호를 주고 있어 중국 등을 여행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기수: 중국 같은데 가면 공안이 탈북자라고 여권의 주민등록번호 보고 바로 잡아낸다. 탈북자의 주민등록번호 일부가 모두 똑같다. 위험해서 중국에 못 간다. 이런 것도 시정해줬으면 좋겠다.

또 김 씨는 언론에서 어떤 범죄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탈북자에 의한 범죄라는 점을 부각시키지 말아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김기수: 뉴스에 예를 들어 금방을 털었는데 일부러 탈북자가 털었다고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어디 사는 아무개가 털었다고 하면 되는데 굳이 탈북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 탈북자의 이미지를 갈라놓는다. 이런 것이 매우 거북하다.

한편, 기독교사회책임은 이 날 탈북자를 위한 상담활동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탈북민정착지원상담소’를 운영해 탈북자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고 취업문제 뿐 아니라 법률, 의료, 교육 등 탈북자 정착에 필요한 모든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과 상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단체의 김규호 사무처장은 현재 남한 내 탈북자가 8000명에 이르고 있지만 이들이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등 남한 정착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나서 이 같은 탈북자 상담소 운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