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평양공연’ 성황리에 마쳐

남한의 국민가수 조용필씨가 23일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가졌습니다. 남한 가수로는 2002년 이미자씨에 이어 두 번 째 북한에서의 단독공연을 펼친 조용필씨는 이날 저녁 7천여명의 평양시민이 운집한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자신의 인기곡을 비롯해 북한 가요 두 곡 등 20여곡을 불렀습니다.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23일 저녁 6시부터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7천여명의 북한 관객들이 운집한 가운데 조용필씨는 ‘단발머리’, ‘못?겠다 꾀꼬리’,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자신의 인기곡과 북한노래 ‘자장가’, ‘험난한 풍파 넘어 다시 만나리’를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날 조씨의 공연은 남한 SBS 방송을 통해 중계됐습니다.

조용필씨는 무대에서 꼭 와보고 싶은 평양이었다며 각별한 감회를 나타냈습니다.

조용필 : 예전부터 꼭 와보고 싶었던 평양이었습니다. 오늘 그 바램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너비 60m, 높이 16m의 대형무대에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날개가 펼쳐진 웅장한 무대에 공연장에 들어선 북한 관객들이 일단 놀라는 표정이었다고 현지를 취재한 남한언론은 전했습니다.

조용필씨는 ‘태양의 눈’을 시작으로 ‘단발머리’ 등 빠른 템포의 곡들로 먼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뒤 ‘친구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 ‘그 겨울의 찻집’ 등으로 관객들에게 무리 없는 편안한 곡을 계속 불렀고 다시 경쾌한 곡으로 북한사람들에게 꽤 알려졌다는 ‘모나리자’를 불러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이어 ‘봉선화’와 ‘황성옛터’를 부르자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보였습니다. 조용필씨는 공연이 끝난 후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봉선화를 부를 때 완전히 하나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평양시민 김설경씨와 홍범식씨는 이번 공연을 주관한 남한의 S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통일에 관한 염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김설경 : 우리 겨레야말로 한겨레 한 핏줄이고 이 지혜와 슬기를 합쳐서 통일에 매진했으면 합니다.

홍범식 : 통일 애국가수로서 겨레의 통일에 이바지하는 노래들을 더 많이 불러주기 바랍니다.

남한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 황영순씨는 23일 자유아시방송과의 전화 회견에서 남한 텔레비전을 통해 공연을 본 뒤 북한관객들의 감정표현이 너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황영순 : 다 형제 그런 노래들을 하긴 하는데 감정이 별로 안 그런거 같더라구요. 여기 사람들은 막 그런 감정에 빠져드는데 거기는 규율 그런 게 있어서 그런지 그렇더라구.. 좀 딱딱하지.

남한의 인터넷에서는 공연을 본 시민들이 서로의 소감을 교환했습니다. 그 가운데 한 시민은 환상적인 공연에 비해 북한관객의 반응이 너무 없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시민은 북한의 체제와 정서가 다름을 이해해 주자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공연은 SBS방송과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젼 방송에 의해 3시간 차이를 두고 밤 8시55분부터 2시간 동안 남과 북에 방송됐습니다.

이장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