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밀수업자들 압록강 건너다 익사 빈발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0.09.30
MC : 북한 당국의 무분별한 토목건설과 산림파괴 행위로 해마다 압록강에서 목숨을 잃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압록강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가는 양강도 주민들은 항상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한다는데요.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양강도 인근 주민들의 생계를 이어주는 젖줄과도 같은 압록강이 공포의 강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 혜산시의 한 소식통은 “지난 몇 년 동안 압록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모른다”며 “올해만 해도 큰물피해와 무단방류로 인해 수백명의 사람들이 희생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소식에 대해 확인요청을 받은 양강도 보안부서의 한 간부는 “이번 추석에 내린 큰 비로 사망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올해 양강도 삼지연군에서 혜산시 강구동 사이에서만 233명의 주민이 압록강 물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혜산시 소식통에 따르면 압록강 주변 주민사이에서 밀수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닌 일상적인 생계수단이 되었다는 얘깁니다. 압록강 국경연선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80% 이상이 직접 소규모 밀수를 하거나 밀수와 연관된 장사로 살아간다는 얘기입니다.

지금까지 남자들의 몫이었던 밀수행위에 최근엔 여성들까지 뛰어들면서 압록강을 건너다 사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아이들이 딸린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여성이 밀수행위에 뛰어들게 된 까닭에 대해 그는 사법당국에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약하다는 점과 중국 대방들과의 가격흥정에서 여성들이 돈을 더 많이 받아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국경지역에서의 통제가 강화되면서 여성들이 주로 밀수현장을 담당하고 남성들은 뒤에서 물품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양강도 보안부서 간부 소식통은 압록강에서 익사사고가 자주 나는 원인에 대해 무분별한 도벌(불법채벌)과 발전소 건설, 겨울철 식수난 등을 꼽았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나무가 울창했던 양강도는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지금까지 식량과 바꾸기 위한 통나무 수출을 위해 마구잡이로 벌목을 해온데다 주민들이 땔감용으로 도벌을 강행하면서 지금은 민둥산으로 변했다는 것 입니다.

산림이 황폐화되자 해마다 비만 오면 압록강이 범람하고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는 얘깁니다. 올해에도 혜산시는 7월 중순에 내린 큰비로 혜산맥주공장 주변에 있던 살림집 10여채가 무너지고 혜탄동에서는 큰물에 집이 통째로 떠내려가 어린이를 포함한 일가족이 사망하는 참변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밀수꾼들의 경우, 압록강의 수원인 포태천에 건설된 포태발전소와 가림천 5호발전소, 삼수발전소 등에서 예고 없이 방류하는 바람에 강을 건너다 익사하는 사고가 줄을 잇는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포태발전소의 무단방류로 밀수를 위해 압록강을 건너던 사람들이 다수 희생되어 양강도당과 삼지연 군당이 직접 나서 포태발전소 수문을 시간제로 여는 방안까지 논의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겨울철에는 수돗물 공급이 되지 않아 압록강에 물을 길러 나왔던 여성과 어린 학생들이 얼음이 깨져 익사하는 사고도 많다며 “해마다 이런 저런 사고로 수백명씩 사망하는데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고 한숨을 지었습니다.

양강도 주민들은 당국의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파괴로 인해 오랜 세월 자기네 생존의 터전이었던 압록강이 서서히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다고 하소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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