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양강도에서 독이 든 음식을 팔았다고 의심받던 장사꾼이 무혐의로 풀려나면서 그 음식을 먹고 사망한 군인의 사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20일 “혜산 장마당에서 두부밥을 사 먹은 국경경비대 병사가 주변 혜강소학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지난 4월 6일에 있었다”며 “부검결과 아비산(청산카리)이 검출되었고, 학교운동장과 장마당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통해 두부밥을 판 장사꾼이 즉각 보위부에 체포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사망한 병사는 전사자로 인정돼 혜산 주둔 국경경비대 25여단에서 조총까지 쏘며 장례식을 요란하게 치루었다”며 “하지만 사건 당시에도 장사꾼이 두부밥에 아비산을 넣었을 리 없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매우 거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이런 가운데 5월 18일, 양강도 보위부에 체포되었던 두부밥 장사꾼이 무혐의로 풀려났다”며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사망한 병사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의혹들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22일,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장마당에서 숱한 사람들에게 두부밥을 팔았는데 왜 군인 한 명만 죽었겠냐?“며 “더욱이 체포되었던 장사꾼은 아들 2명을 군대에 보낸 후방가족으로 군인을 독살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사망한 병사 또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로에서 도움을 청하지 않고, 하필이면 비가 내리는 날, 소학교 운동장 구석에서 죽었겠냐?”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독살이 아닌, 자살이라는 게 대중의 판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사회(북한)에서 자살은 어떤 경우든 국가반역행위에 속하므로 유서를 남기거나, 대놓고 목숨을 끊지 못한다”며 “그러나 상관들의 폭행, 부대 내에서 따돌림 등의 문제로 자살로 의심되는 군인들의 죽음이 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자살한 군인이 전사자로 위장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아비산은 금을 채굴하는 광산들에서 제련에 사용하기 때문에 구하기 매우 쉽고 불법적이긴 하지만 겨울철에 꿩을 사냥하는 용도로 장마당에서 공공연히 팔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문성휘,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