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한국 예술단 공연으로 정치적 부담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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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한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으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번 한국 예술단의 공연이 향후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남북 예술인 합동 공연 소식’을 보도하면서 공연 실황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보도에는 공연 영상과 북한 진행자의 목소리만 나왔을 뿐 당시 공연에서 나온 노래들은 모두 묵음 처리됐습니다.

노동신문도 같은 날 관련 보도에서 한국 예술단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공연에 참여한 한국 가수들의 이름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남북 예술인들이 ‘백두와 한나는 내조국’,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를 불렀다”며 공연에서 나온 일부 노래만 언급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비사회주의 단속 대상인 한국 노래가 평양에서 울려 퍼졌기 때문에 북한 매체가 이처럼 제한된 보도를 했다고 분석합니다. 한국 예술단의 공연이 가감없이 보도되면 북한 당국에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 한국 노래는 북한에서 '자본주의 날라리풍의 문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 전체에 공연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남조선 날라리풍'을 단속하고 있는 현 상황과 모순되는 행위입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온갖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뽑아야 한다”며 “혁명적인 사회주의문학예술의 힘으로 부르죠아반동문화를 짓눌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북한 내부를 취재하는 일본 언론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비사회주의에 대한 투쟁을 선포하고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도록 자본주의 문화 유입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예술단의 이번 두차례 공연이 향후 북한 주민들의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입니다. 전문가들은 비록 사상적으로 단단하게 무장된 평양 시민이라도 이번 공연을 통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 북한 주민들은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당국의 감시를 피하면서 한류를 접해왔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번 공연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했겠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은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북은 제3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본격적인 회담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남북은 5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회담을 열었습니다. 이날 회담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으로 평가되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남북의 각 대표단장으로 참여했습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양 정상의 측근 인사가 참여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국 실무단의 일원인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회담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아직 결론이 난 사항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권 관장은 “남북 정상의 경호와 동선, 의전에 관련된 회담이라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만간 2차 실무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의 첫 실무회담에서는 양 정상의 동선, 대면 시점과 방식, 정상회담 시간 등 세부 일정과 이에 따른 경호 조치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