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현주 김태산 leehj@rfa.org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우리는 반기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포장마차’라고 불리는 간이 주점인데요. 혼자여도 좋고, 직장 동료, 친구..와 함께 라면 더 좋은 곳. “알뜰 살뜰 남한 살이” 오늘 이 시간엔 소주 한잔에 하루의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는 포장마차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저희 5명 인데요..자리가. 아니 이 사람들이 다 퇴근 안하고 여기에서 모해요?
오늘 저희가 함께 나와 있는 이곳은 서울 시청 근처의 한 포장마차입니다. 서네 개 있는 식탁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북한에도 혹시 이런 포장마차가 있나요? 없어요. 남한에 와서 먼저 온 친구들이 포장마차 포장마차 그래서 제가 옛날에 북한에 있을 때 유럽의 오래된 소설책 보면 역두 마차라는 것도 있고 그래서 이건 아마 여러필의 말이 끄는 식당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친구들을 따라 들어가보니 간단하게 풍막을 둘러치고 간편한 식탁을 놓고 음식 같은 걸 파는 식당이더라구요. 북한에서 전혀 없는건인데, 보건데는 간편하고 좋습니다. 남한분들 젊잖아 보이는 데도 이런 집을 좋아하는 것이…
김 선생 처럼 포장마차..라고 하니 외국 영화에 등장하는 말이 끄는 마차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셨을 듯 한데요.. 남쪽의 포장마차란 손수레 같은 것에 네 기둥을 세우고 바람과 비를 가릴 수 있도록 간단한 포장을 씌운 이동식 간이 식당을 말합니다.
와..음식 나왔네요.. 이게 뭔가요? 꼼장어 볶음이에요..처음 먹어보네…
저희가 이 포장마차에서 주문한 음식은 꼼장어, 즉 바다장어 볶음입니다. 이런 포장마차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대표적인 포장마차 음식입니다. 예전엔 참새 구이도 팔았다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고 요즘은 닭발 볶음, 오돌뼈 볶음 등이 많이 팔립니다. 또 이렇게 술과 안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우동이나 국수를 팔기도 하고.. 어떤 곳에선 어묵이나 떡볶이 순대 같은 군거질 꺼리를 팔기도 합니다. 포장마차의 모양도 가지 각색.. 파는 음식도 다양합니다.
많이 와보셨어요? 솔직히 거부감을 느꼈어요.. 형님뻘 되는 분이 저녁먹고 헤어지는데 저기 포장마차에서 한잔 먹고 헤어지자우..하시더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따라들어갔는데, 회사 밑에 있는데 넥타이맨 고급 공무원들도 많이 와 있고 그런거야. 아 이게 남한사람이 이런데를 좋아하누나 하고 생각했지..
이처럼 허름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것.. 이것이 바로 포장마차의 멋이고 또 이것때문에 남쪽 사람들은 포장마차를 즐겨 찾습니다. 어렵게 격식 차릴 필요없이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찾는 거죠.
포장마차에 왔으니 말이지,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것보다 이런 포장마차에 와서 친구들과 함께 한잔하는 것이 특색이도 참더 좋습니다. 그건 뭐 사실이죠..물론 모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잡으면서 먹는 맛도 있겠지만. 이런 데는 조심성 이런 것 필요없고 허심탄회하고 털어놓으면서 먹고 마시는 것이 참 재미가 좋습니다.
가격도 안 비싸고… 집값이 없으니 준비된 식당보다 쌀 것이고.... 다른 나라에 가면 이런 것이 없는데 남한 사회가 사람들이 좋아하면 보기에 초라해 보이는 것도 그냥 놓아두는 것도 좋은 제도 같아요. 중심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 풍막을 친 이런 것을 그냥 놓아뒀다는 것이 북한 같으면 상상 못하는 일입니다. 말하자면 도시 미화에 저촉이 되는 것이 그냥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참 좋은 거죠.
이런 포장마차가 가장 붐비는 시간은 퇴근 시간이 약간 지난 저녁 즈음인데요..이 자리에서 20년 동안 포장마차를 했다는 주인 아줌마는 기분 좋게 한잔하고 가는 손님들을 볼 때가 가장 기분 좋다고 말합니다.
주인 아줌마: 20년했어.. 우리집에서는 꼼장어 볶음이 제일 잘 나가 얼마나 맛있는데.. 주로 퇴근 길에 많이 들리는데 기분 좋게 한잔들 하고 맛있게 먹고 나가면 기분이 좋지. 2008년 소원은? 단속 좀 안 했으면 좋겠어..
북한에도 이런 하나 포장마차가 있다는데요.. 바로 남쪽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금강산 온정각 맞은 편에 남쪽 관광객들 위해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평양 유명식당에서 파견을 나온다는데, 남쪽 포장마차처럼 허물없이 친근한 분위기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의미..북한은 일 끝나고 한잔 문화? 파곤하고 그럴때, 친구들하고 한잔하고 가고싶은 마음 왜 없겠어요? 이런 술집이 없고 이런 술집에 들어가서 친구들하고 마시는 문화 없어요. 자기 집에 가서 조용하게 마시는 것이 전통적이고 국가가 요구하는 것이 조용하게 마실 것을 요구하지 이런 분위기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가는 거죠.. 이런 포장마차 분위기.. 이게 얼마나 자유로운 사회를 보여주는 겁니다. 나는 이게 참 좋습니다.
이런 포장마차도 시대와 함께 변했습니다. 한 달에 몇만 달러를 버는 기업형 포장마차가 등장하고 포장마차 이름만 가지고 건물 안으로 들어온 실내 포장마차도 있지만.. 포장마차 안 손님들이 나누는 얘기..부딪치는 술잔과 목으로 넘어가는 술맛은 크게 변한 것 같진 않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분위기,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북쪽 분들이 남쪽 포장마차에 들르는 날이 오거나 아니면 북쪽에 포장마차가 생길 때까지 이런 정겨운 모습들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