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말연시를 앞두고 많은 북한주민들이 미신행위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사태와 국경봉쇄로 살기 어려워진 북한주민들이 연말연시에 각자 모시는 신(神)에게 고사를 지내며 내년에는 잘 살게 해달라고 기원한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9일 "요즘 80일전투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에 주민들의 미신행위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올해 코로나와 태풍의 여파로 생계가 막막해진 주민들이 새해에는 잘 살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새해가 다가오면서 주민들이 저마다 한 해 운수를 점치고 보다 나은 삶을 기원하는 미신행위에 쓸 고사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면서 "돈주들과 장사꾼들은 물론 일반주민들과 간부 가족들까지 새해에는 하는 일이 잘 풀리고 돈을 잘 벌게 해달라고 신께 기원하는 고사 준비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자정에 당국의 단속을 피해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낸다"면서 "돈 없는 서민들은 초에 불을 밝히고 사방에 삼색 천조가리와 동전 몇 개를 뿌리는 것으로 고사를 지내지만 돈주들은 돼지대가리(머리)와 각종 제수품을 차려 놓고 고사를 지낸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특히 청진에는 바다에 나가 어로작업을 하는 어부들이나 큰 장사를 하는 돈주들이 많아 한 해 마지막 날에는 강이나 바다에 나가서 바다의 신과 산신령에게 1년 신수를 비는 게 하나의 유행처럼 되었다"면서 "현찰과 고사물품을 물에 띄워 보내며 새해에는 돈을 잘 벌고 무탈하게 해달라고 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중앙에서는 미신행위를 마약이나 도박, 사기범 이상의 중범죄로 취급하며 단속하고 있지만 여간해서 근절되지 않는 게 주민들의 미신행위"라면서 "그도 그럴 것이 당의 정책을 믿고 그대로 따라 하다가는 밥도 못 먹고 살 것이 뻔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미신행위에 한가닥 희망을 갖고 매달리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0일 "요즘 년(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주민들이 미신행위에 쓸 물품을 마련하기에 바쁘다"면서 "주민들은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초와 향을 비롯한 일년 소원을 비는 데 쓸 고사 물품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장마당에서 제일 잘 팔리는 물품은 양초와 향, 그리고 돼지대가리"라면서 "지난 해까지는 폭죽도 잘 팔렸지만 올해는 중국과의 무역이 막히면서 중국산 폭죽과 양초는 구하기 어렵게 되었고 때문에 양초와 향 같은 고사 물품값도 지난 해에 비해 많이 올랐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 조상 때부터 새해를 맞이하는 첫날에 고사를 지내면 한해의 일이 잘 풀린다는 미신이 전해지고 있다"면서 "당국에서는 주민들의 미신행위를 막기 위해 중죄로 다스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실제로 돈을 잘 버는 돈주들이 미신행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일반 주민들도 미신행위(고사)에 더욱 더 매달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들은 올해는 코로나비루스와 태풍의 영향으로 삶이 더욱 쪼들렸지만 내년에는 코로나비루스가 물러가고 중국무역길이 열리기를 소원하며 고사 지낼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중앙에서 별의별 정책을 내밀고 선전선동을 해대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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