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적 토플 응시자 큰 폭으로 증가

외국인들의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인 토플에 응시하는 북한 국적자들의 숫자가 근 10년 사이에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ETS사의 톰 유잉 (Tom Ewing) 국장은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 시험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응시자들이 제 3국에서 보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우선 토플 (TOEFL)이 어떤 종류의 시험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토플은 미국의 ETS사에서 주관하는 국제적인 영어실력 평가시험으로,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에 유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80여 개국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의 대부분은 입학허가 조건의 하나로 토플의 일정수준 이상 점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요구 점수는 각 대학과 학과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학부 213점, 대학원은 230점 이상입니다.

북한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토플시험에 응시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죠?

그렇습니다. 지난 1995년 7월부터 1996년 6월에 천368명에 불과했던 북한 국적 응시자가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4년 6월 사이에는 무려 4천783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자료는 남한에서 토플교재를 판매하는 링구아포럼사가 미국 ETS에서 매년 발간하는 국가별 응시자 현황을 취합해 정리한 것인데요, 토플 시험은 응시자들이 출신 국가번호를 원서에 기입하는 방식으로 국적별 통계를 내고 있습니다.

북한 국적을 가진 토플 응시자자들의 성적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이들의 토플 평균성적은 시험 방식과 만점 기준이 바뀐 첫해인 지난 1998년 7월과 1999년 6월 사이에 178점을 기록했습니다. 옛날에는 인쇄된 종이에 시험을 봤었고, 677점이 만점이었지만, 컴퓨터상에서 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바뀐 이후에는 300점이 만점입니다.

북한 국적 응시자들은 2003년과 2004년 사이에는 187점으로 꾸준히 향상되고는 있지만, 아직 아시아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영어시험을 보려면 미국 ETS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시험대행기관이 있어야하는데, 북한에도 대행기관이 있습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 뉴저지 프린스턴 본사의 톰 유잉 국장 (Tom Ewing)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국적 응시생들이 북한에서 시험을 본 것은 아니며, 미국을 포함해 제 3국에서 시험을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Tom Ewing: It does not reflect test-takers who took the test in North Korea. It only reflects people who identifies themselves as being North Korean. They might be taking tests including America or wherever.

또 일부에서는 재일동포 가운데 일본에 귀화하지 않은 총련계 동포들이 북한 국적으로 시험에 응시한 숫자도 통계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에서 토플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한·미교육위원단의 한 관계자는 “동유럽에 나가 있는 북한 유학생이나 해외에 체류 중인 외교관 또는 주재원들의 자녀들이 상당수 토플에 응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5일 남한의 연합뉴스에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0년에 북한을 방문했던 메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에게 영어교사 파견을 요청하기도 하는 등 북한이 영어교육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북한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되어있는지 궁금하군요.

북한은 원래 러시아어를 제 1외국어로 삼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영어가 사실상 제 1외국어로 등장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렇게 영어교육을 중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배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설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외국인으로부터 영어를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김형직 사범대학 교수출신인 탈북자 김현식교수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학생들이 쓰는 영어교재와 사전가지고 영어를 배우기에는 북한말로 ‘턱도 없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김현식: 북한에서 쓰는 영어사전입니다. 이게. 대학까지 이것 가지고 공부합니다. 이것 가지고는 어방없죠. 참고로, 남한의 토플 응시자 수와 성적은 어떻습니까?

남한 국적의 토플 응시자는 2003년 7월과 2004년 6월 사이에 약 8만5천명을 기록했구요, 응시자들의 평균 점수는 213점으로 북한보다 26점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