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통일 가능성과 통일비용을 연구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민간연구소인 랜드 연구소 (Rand Corporation)가 발표한 이 보고서는 북한이 경제 자유화를 통해서 남한과 자연스럽게 통합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한반도 통일비용으로 최고 6천7백억 달러가 들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김연호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랜드 연구소 보고서에서는 남북통일이 이뤄질 수 있는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김연호 기자: 보고서는 첫 번째로 북한체제가 서서히 변해서 결국 남한체제와 통합될 가능성을 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중국을 모범으로 삼아서 경제체제를 자유화하고 외국과의 무역이나 투자도 자유화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렇게 되면 남북한 경제체제가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대폭 확대되고, 이를 발판으로 정치군사적인 교류와 긴장완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은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고, 여러 가지 갖추어야 할 조건이 많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도 아주 낮습니다.
이보다는 북한체제가 무너져서 남한에 흡수 통합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랜드 연구소는 봤는데, 이것이 두 번째 가능성입니다.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을 다시 겪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지원마저 줄어들면 지금의 군사력 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사회질서도 어지럽게 되면서 북한 당 지도부가 갈라지고 김정일 위원장의 지도력도 약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만약 남북한 군사당국간의 협조가 잘 이뤄진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군비를 축소하면서 남한에 흡수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가능성도 사실은 꼭 그렇게 되라는 보장은 없어 보이는데요, 상황이 안 좋게 전개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김: 랜드 연구소도 사실 북한체제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북한 각 지방에 군벌이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 군벌들끼리 서로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결국 남북한 간의 무력충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남북통일의 세 번째 가능성이 등장하는데요, 남북한 간의 무력충돌이 바로 그것입니다. 앞에서 설명한대로 북한의 지방 군벌들이 남한과 충돌할 수도 있고, 남북한이 서로 상대방의 무력도발에 대응하거나 이를 미리 막기 위해 군사공격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북한이 미국의 군사도발에 남한이 개입됐다고 여기고 남한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랜드 연구소는 어떤 상황에서건 미국과 중국은 더 이상의 피해와 혼란을 막기 위해 서로 협조하면서 몇 년 안에 남북한 통일이 이뤄지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합의로 통일된 한반도는 남북한 연방제를 채택하고 주한미군은 크게 감축될 것으로 랜드 연구소는 내다봤습니다.
남북통일이 이뤄진 다음에 들어갈 비용도 상당할 텐데요, 랜드 연구소는 얼마나 들 것으로 봤습니까?
김: 사실 통일비용은 어떤 상황을 전제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랜드 연구소는 통일된 뒤 4-5년 안에 북한의 국내총생산을 두 배로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했는데요, 적게는 5백억 달러에서 많게는 6천7백억 달러가 나왔습니다. 북한의 경제규모가 크면 클수록 이것을 곱절로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요, 현재로서는 북한의 경제규모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겁니다. 또 북한이 군사력 유지에 쓰던 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경제발전으로 돌릴 수 있느냐에 따라서도 결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흔히 남북통일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 얘기할 때 독일의 통일과정과 많이 비교하는데요, 랜드 연구소는 어떤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까?
김: 그동안 나온 연구결과들은 남북통일이 독일통일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동서독 통일과 비교해 볼 때 북한이 인구는 많으면서 소득 수준은 낮기 때문에 남한과 비슷한 경제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독일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랜드 연구소는 북한이 동독보다 군사비를 엄청나게 더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민간부문으로 잘 돌려놓기만 하면 통일비용은 의외로 적게 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