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고등학생들은 이번 가을학기부터 공산주의 이념보다는 실용적인 내용이 담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나게 된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즈지가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에 새로 개정된 역사 교과서가 사회주의와의 결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꼽히는 상하이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올 가을부터 중국 공산당과 지도자들의 과거사와 공산당 이념 등이 대폭 줄어든 대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듬뿍 담긴 교과서를 접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새 교과서에는 중국 공산당 창시자인 마오쩌둥에 관한 대목은 딱 한군데 있을 뿐입니다. 대신 미국의 세계적 투자회사인 JP모건이나 세계 최대의 개인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나 우주왕복선처럼 현실 세계와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내용들이 많이 담겼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의 보수연구기관인 헤리티지 재단의 중국 전문가인 존 타식(John Tkacik) 선임연구원은 중국정부가 과거 역사보다는 세계사의 흐름을 강조하려는 노력은 흥미롭고 신선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Tkacik: If it is accurate, then it is interesting to me that there is an effort to play up global history opposed to chinese history. I think that's new.
보도에 따르면, 새 교과서에서 사회주의는 여전히 ‘영광스러운 미래’를 이끌 지도 이념으로 소개됐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란 대목은 전체 52개 단원 중 하나의 단원에 불과합니다. 특히 70년대말 시작된 개혁개방 이전의 사회주의에 관한 부분은 단 한 문장으로 처리됐습니다. 또한 1950년 이래 역사 교과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마르크시즘은 새 역사 교과서에서는 자취를 감추다 시피 했습니다.
타임스지는 이번 새 교과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역사학자들 사이에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마르크시즘을 역사의 뒷전으로 밀어 넣은 것은 잘 한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습니다. 상해보통대학의 주 춘셍 교수는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새 교과서의 목적이 중국의 과거 지도자들이나 전쟁 등을 강조하기 보다는 인민과 사회를 중심 주제로 설정했다는 게 특색’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상하이 대학의 주쉐친 교수는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기존의 역사 교과서가 공산주의 이념과 국가의 정체성에 중안을 두고 있는 반면 새 역사 교과서는 이념적 내용을 줄이는 대신 오늘날의 정치적인 목적에 맞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말했습니다.
타임스지는 새 교과서 내용이 특히 장쩌민 전 국가 주석과 그의 후계자인 현 후진타오 주석의 정치적 관점을 대변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장 전 주석은 재임시절 ‘3가지 대표론’이라고 해서 ‘선진 생산력 발전요구’ ‘선진문화 발전요구’ ‘광대한 인민의 근본이익’을 내세우며 공산주의 이념보다는 실용노선을 추구한 바 있습니다.
타임스지는 이번 새 역사 교과서가 중국 역사를 다시 쓰기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역사를 희석하는 쪽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중국 공산당은 공식적인 이데올로기를 대부분 포기함으로써, 중국 인민들이 과거 보다는 미래를 더 생각하길 바라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타식 연구원도 새 교과서가 공산 이념을 대폭 들어냈다고 해서 중국이 사회주의를 포기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경우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이 근본부터 흔들리게 될 수 있으며, 공산당은 아직 그만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Tkacik: It will tend to undermine the party's legitimacy. And in my gut, the party is not quite ready for that.
한편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새로 개정된 역사 교과서는 상하이 지역에만 국한됩니다.
워싱턴-김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