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남한 새 정부, 대북지원, 남북경협 유연한 자세보일 것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이 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남북관계에 인도적 상호주의를 택함에 따라, 앞으로의 대북지원에서는 채산성도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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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대니얼 스나이더(Daniel Sneider) 스탠퍼드대학 부설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 - RFA PHOTO/최병석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다니엘 스나이더 박사는 2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이 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현 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북한에 대한 비위맞추기로 일관하지는 않고, 어느 정도 강한 색채 (tougher edge)를 띄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Daniel Sneider: (I think Lee Myung Bak is a little clear in his insistence that the denuclearization must come first before other things can happen. And also he stated clearly, the goal of the Korean policy is to force an opening of the North to the outside world and to force economic reform and liberalization of the regime...)

이 명박 당선자는 북한의 핵포기가 선행되야한다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동시에 자신의 대북정책의 목표는 북한의 개방과 경제개혁이라는 점을 명백히 해왔습니다. 현 노무현 정부와는 상당히 차별화되는 점이죠. 노무현 정권은 이런 점에 대해 두루뭉실했었거든요. 따라서 대북지원과 인권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무조건 퍼주기가 아니라 줄 것은 주고받을 것은 받겠다는 식의 조금 더 강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나이더 박사는 그러나 이 명박 당선자는 기본적으로 북한문제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남한의 경제문제와 현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때문에 당선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남한 유권자들에게 북한 문제는 더 이상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이 명박 정부는 6자회담을 통한 국제공조라는 북핵해법의 기존틀에 큰 변화를 취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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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즈 대학교의 북한 문제 전문가 에이단 포스터 카터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남한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햇볕정책에 대폭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Aidan Foster-Carter: (...because we know that's the reason why the more hard-line conservative Lee Hoi Chang came into the race, because he thought Lee Myung Bak was too soft, too middle of the road. And Lee Myung Bank is a pragmatist and business-oriented...)

이 회창씨가 막판에 대선 경쟁에 뛰어든 이유가 뭡니까? 이명박 당선자가 대북문제에 있어서 너무 약하고, 중도적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보다 강경노선의 보수주의자인 이회창씨가 나온 것 아닙니까? 이 명박 당선자는 실용주의자구요, 사업가 체질입니다. 있는 것은 주고 없는 것을 서로 받겠다는 원칙에 바탕을 둔 남북경협 등 실무적인 부분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겁니다.

미국 국제관계센터(IRC)의 존 페퍼국제담당국장은 이 명박 당선자가 남북경협과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상호주의를 추구하면서 변화를 추구하겠지만, 막상 대통령이 된 이후에 융통적으로 정책구사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John Feffer: (There are two reasons for that. One is that the general transformation of the geopolitical, the reversal of the Bush administration's policy on North Korea, and in that context, there is not a lot of wiggle room were the South Korean policy to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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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필드재단 (Mansfield Foundation)의 한반도 전문가 고든 플레이크(Gordon Flake)씨 - RFA PHOTO/김나리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는 지정학적 변화입니다. 당장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노선을 바꾸어버렸어요. 그런 점에서 한국정부가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제약되있습니다. 둘째는 한국은 현재 중국의 싼 노동력과 일본의 고급기술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의 싼 노동력과 저렴한 생산가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솝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업가 출신인 이명박당선자도 막상 취임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고든 플레이크 미국 맨스필드 재단 사무총장은 이명박 당선자의 실용주의 노선에 따라 햇볕정책과 차별성을 강조하며 ‘상호주의 (reciprocity) 원칙’을 표방했지만 사안별로는 당분간 남북 협력과 지원에 유연한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Gordon Flake: (The real question that needs to be asked right now is not what Lee Myung Bak will do, but what North Korea will do, because I think North Korea's response will go a long way to determining what Lee's policy is going to be...)

현재 시점에서 물어야 할 질문은 이 명박 정부가 앞으로 어떤 대북정책을 취할 것이냐가 아닙니다.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입니다. 북한이 이 명박 정부를 인정하고 실리를 추구하면서 남북경협을 추진하면 이 명박정부도 기존의 남북경협이나 인도적 지원을 그대로 지속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명박정부를 악마처럼 취급하고 (demonize) 남북접촉을 중단한다면, 이 명박정부의 태도가 강경하게 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