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속의 미국] “코카콜라 병이 기름병,간장병으로 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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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다음달 평양 거리 한복판으로 베이징 올림픽 성화 가 지나감으로써 북한도 싫든 좋든 세계에 있는 그대로 비춰지게 됐습니다. 올림픽과 미국의 대표적 음료인 코카콜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올림픽을 코카콜라가 후원하기 때문입니다. 코카콜라는 또 북한 사람들이 그나마 잘 알고 있는 미국 제품 중 대표격입니다. 북한에도 중국에서 들어간 코카콜라는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부터 코카콜라는 북한 사람들에게 친숙한 미국의 물건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북한에서의 코카콜라의 역사를 알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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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언제 어디서나’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다는 코카콜라의 광고입니다. 그러나 이 광고는 사실이 아니지요. 코카콜라가 전 세계에서 진출하지 않는 나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북한이 그렇습니다.

미국 코카콜라 Petro Kacur 대변인: 우리는 세계 200여 나라에 코카콜라 상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상업적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 코카콜라가 공식적으로 수출되지는 않고 있지만 코카콜라의 상징인 빨간 바탕에 흰색으로 상표 이름이 영어로 새겨진 호리병 모양의 코카콜라 유리병은 북한 가정집 부엌에서 기름병이나 간장병으로 사용하는 것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김춘애씨입니다.

탈북자: 국경지대 신의주나 무산이나 회령같은 데는 중국사람들이 많이 내왕을 하기때문에 코카콜라를 마실 수도 있고 집에서 간장병이나 기름병으로 사용하죠.

그리고 북한의 어느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 옆에도 약물이 한방울 한방울 떨어지는 링겔병 대신 코카콜라 유리병이 걸려있을 지도 모릅니다.

탈북자:지방에는 링겔 병이 많지않으니까 코카콜라 병 같은 것을 그것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평양 같은 경우는 제가 사이다 병으로 링겔을 직접 맞아 본 적이 있습니다.

북한에 코카콜라가 진출한 것은 1950년 한국전쟁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의 맥아더 장군이 인천 상륙 작전을 이끌었을 때 코카콜라는 미군들과 함께 한반도에 처음 상륙했습니다. 당시 수만병의 코카콜라가 북한군과 중공군과 싸우는 미군들의 진지에 공수되었고 낙하산으로 투하됐습니다. 적군의 총알이 날라오는 접전지에서 잠시 한숨 돌리며 마시는 톡 쏘는 코카콜라의 맛은 잊을 수 없는 전쟁의 추억으로 노장들의 기억속에 남게 됩니다. 6.25 한국 전쟁 당시 유엔군에 소속돼 참전했던 김홍기씨의 말입니다.

김홍기: 내가 6.25가 나서 휴전이 될 때까지 수년동안 미군들하고 같이 전쟁을 했는데 그 때 미국 식당에 가서 늘 먹고 그랬는데 우리가 코카콜라 마실 적에는 코카콜라의 톡 쏘는 맛 때문에 좋아했죠.

어쩌면 그때 북한군들도 그 맛을 봤을 지도 모릅니다. 미군이 전쟁터에 남기고 간 낯선 음료수 한 통을, 혹은 인정많은 미군이 피난길에 오른 북한 주민들에게 건네준 보급품 속의 코카콜라 한병으로 어느 북한 주민도 갈증을 풀었을 지 모릅니다.

김홍기: 군인들이 진군해서 북으로 들어가면 군에서 나오는 음식물들이 전쟁터에서 유랑하는 이재민들에게 많이 보급이 됐습니다. 미국 군대에서 나오는 레이션 박스, 휴대 식품들은 전쟁터에서 이북 동포들이 많이 먹었습니다.

혹시 그때 한국 전쟁통에 북한에 남겨진 코카콜라 빈병들을 집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계신 분들 있다면 그 병을 절대 버리지 마시고 간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오래된 코카콜라 빈병 그것도 한국전과 분단의 세월을 겪어낸 코카콜라병은 수집가들이 나중에 비싼값에 사들일지도 모르니까요.

전쟁이 끝나고 코카콜라는 남한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료수가 되었습니다. 매년 남한 식당들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음료수 1위로 선정될 정도입니다. 반면 북한에서 코카콜라는 지금도 일반 주민들은 구경하기 힘든 고급 음료라고 지난 2004년 북한을 떠나온 탈북자 박성화씨는 말합니다.

저희같은 평민들은 북한에 있을 때 코카콜라 못봤어요.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커피도 단 두번 먹어 봤나? 그때 정말 신기했었는데 남한에 온 탈북자 중에 고위층까지 다 합쳐서 북한에서 코카콜라 먹어본 사람은 아마 20-30명도 안 될것입니다.

지난 2005년 평양을 여행하고 돌아온 호주인 Ari Sharp씨는 평양에 위치한 한 상점에서 빨간색 알루미늄 캔에 포장돼 있는 코카콜라를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기념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인터넷으로 RFA 홈페이지 접속이 가능하신 분들은 바로 이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Ari Sharp: 김정일의 생일 날이었어요. 김정일화라고 불리는 꽃 전시회가 열렸던 건물이었는데 그 건물 안에 있던 상점에서 코카콜라를 발견했습니다. 한눈에 에 확 띄었어요. 왜냐면 그 상점에서 팔고 있는 다른 상품들은 북한 고유의 식품들, 대부분 포장이 좀 유행에 뒤떨어져서 눈에 띄는 물건이 없었어요. 유독 한 가지, 코카콜라만이 서방의 상품이었는데 물론 북한에 코카콜라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죠.

또 최근 평양을 방문한 서방의 한 사진기자는 평양에 있는 일부 외화 상점에서 코카콜라를 살 수 있었으며 가격은 서방에서의 판매 가격과 비슷한 $1에서 $2 수준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이 북한 공식 환율 기준으로 미화로 약 $2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코카콜라 한병 값이 북한 노동자 한달 월급의 십분에 일을 차지하는 것으로, 코카콜라는 북한에서 왠만한 부유층이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할 사치스런 음료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 수보다 더 많은 나라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마신다는 코카콜라가 왜 북한에서는 이처럼 귀한 물건이 되었는지 미국 애틀란타에 있는 코카콜라 본사에 문의해 봤습니다.

미국 애틀란타에 있는 코카콜라 본사 페트로 카커 (Petro Kacur) 대변인은, 지난 2000년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일부 해제했을 때 코카콜라는 북한 시장에 새롭게 진출할 미국 상품 가운데 가장 먼저 고려됐던 상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당시 북한 시장 진출에 대한 기회가 제한적이어 북한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대신 중국의 독립적인 중개인을 통해 매우 적은 물량의 코카콜라가 제한적으로 북한으로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카커 대변인은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의 커크 라슨 국제관계학 교수는 철저히 상업주의 적인 미국 기업의 입장에서 볼때 북한은 매력적인 투자국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것은 핵문제등 미국과 북한간의 현안이 해결된다고 할지라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외국의 기업들에 대해 문을 닫고 있는 동안 주변의 다른 아시아 나라들은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Larsen: 순수한 상업적인 이익의 측면에서 볼 때 미국 기업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고 북한 시장이 개방된다고 해도 북한에 대한 투자를 하도록 자극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투자를 할 경우 훨씬 이익을 많이 볼 테니 말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980년대 말 “자본주의 침투의 척 후병인 코카콜라를 먹지 말고 북한의 룡성콜라나 신덕샘물을 마셔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코카콜라와 색깔만 비슷하다는 북한산 룡성 콜라도 그리고 북한이 자랑하는 천연 암반수로 톡 쏘는 맛이 일품이라는 신덕샘물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구하기 어렵기가 마찬가지 입니다.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북한주민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코카콜라를 언제 어디서나 마음대로 마실 수 있는날. 그날이 바로 북한에 자유가 오는 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