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미북관계 돌파구가 없다”

MC: 이른 시기에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개선될 돌파구는 현재 보이지 않는다고 미국 시라큐스 행정대학원에 모인 한반도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 등의 방북이 이어지고 있지만 '뉴욕 채널'을 통한 미북 대화가 양국 관계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시라큐스에서 노정민 기자가 전합니다.

15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와 한반도 전문가들이 모인 미국 시라큐스 대학 맥스웰(Maxwell) 행정대학원의 학술회의장.

이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력'과 '중국을 기반으로 한 북한의 무역 현황', 그리고 '천안함 사건 이후 파장'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학술적인 접근과 분석이 이뤄졌지만 그 중에도 가장 중요한 핵심 현안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 관계의 개선 가능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이 전망한 미북관계는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미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돌파구는 현재 찾아볼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아시아 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캇 스나이더(Scott Snyder) 한미정책센터(center for US-Korea Policy) 소장은 현재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북 관계의 개선, 6자회담의 재개는 불투명하다고 말했습니다.

Scott Snyder: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의 의지를 보이면 미국 정부가 관계의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현재는 북한이 진정한 의지를 갖고 비핵화의 합의를 이행할 지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로서는 어떤 돌파구의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랄프 코사(Ralph Cossa) 태평양포럼 소장도 이에 동의했습니다. 최소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있고 후계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한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성의있는 진전은 기대하고 어렵고 또 미국 정부는 현재 북한보다 내부적인 문제가 더 급하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당장 미북 관계의 돌파구를 전망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설명했습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도 최근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지금 미국의 대북 정책이 이전 부시 행정부의 초기 때와 다르지 않다며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진정성이 있기 전까지 미국의 강력한 대북정책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임명한 17명의 특사 중 4명이 북한 문제를 다룰 만큼 미국 정부는 북한 문제에 집중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천안함 공격 등 도발을 계속해 왔다며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기 전까지 미국과 북한 관계의 뚜렷한 변화는 없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특히 이른 시일 내에 미국의 고위 관리가 방북하거나 이를 계기로 미북 간 관계가 개선될 징후는 찾아볼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날 학술회의장에 모인 대부분의 전문가는 물론 북한과 민간교류를 추진하는 학자들도 이같은 대북정책의 기류에 큰 이견을 달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을 계속 평양으로 불러들이는 데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적인 방북이 아닌 '뉴욕 채널'과 같은 양측이 '인정한 (established)' 대화 수단이 미북 관계의 방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생산적인 6자회담이 되려면 안정적인 남북관계, 설득력 있는 북중관계와 함께 미국과 북한 간 대화통로인 '뉴욕 채널'을 통한 대화 등 3가지가 충족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을 직접 방문한 바 있는 스나이더 소장은 현재 이어지는 전직 관리와 전문가들의 방북이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평가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듣거나 미국의 생각을 전달하는 기회는 되겠지만 이를 과대평가 하거나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백악관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Victor Cha)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도 최근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수단(channel)을 찾고 있지만 이것은 '뉴욕 채널'과 같은 양국이 인정한 통로여야 한다면서 전직 관리와 민간 전문가의 잇따른 방북이 미국과 북한 간 관계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힌 바 있습니다.

코사 소장도 미북 관계에 있어 최근 이어지는 사적인 방북은 북한에 자칫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며 북한이 미국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고 싶다면 뉴욕 채널을 이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최근 미국 국무부의 고위 관리는 미국과 북한 간 뉴욕채널은 열려 있으며 필요한 때에 다양한 수단을 통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바 있습니다. (We communicate to North Korea through a variety of means when the requirements exist.)

이날 학술회의에는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프레드 캐리어 전 코리아 소사이어티 부회장을 비롯해 맥스웰 행정대학원의 학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학생과 일반인 등 수십 명이 모여 미국의 대북 정책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특히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이는 합동조사단을 신뢰하지 않는 발언이라며 학자들 간 공방이 오랫동안 벌어지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