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미동맹 문제 장기적 국가이익 차원에서 봐야” - 김희상 전 안보보좌관
2006.09.01
남한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청와대 안보보좌관을 지낸 육군 중장 출신의 김희상 박사는 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미 군사동맹관계에 대해 미국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정권 차원이 아닌 국가이익 차원에서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미군 당국은 오는 2009년까지 남한에게 전시 작전통제권을 이양하겠다고 통보한 가운데 남한에서는 한미군사동맹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남한의 역대 국방장관과 예비역 장성들은 남한의 전시 작전권 환수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거리 시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주한미군과 작전권 관련 문제가 한미동맹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한 노무현 정부의 초대 청와대 안보보좌관이었던 김희상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남한의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는 현 시점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희상: 아무리 따져 봐도 이 시점에 작통권 환수를 통해 우리가 얻을 실익이 없다. 앞으로 한국이 전시 작통권을 단독 행사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한미연합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게 된다. 그것은 한미군사동맹을 중심으로 한 한국 안보체계의 기축을 흔들 수 있는 것이다.
김 박사는 지금은 상호의존과 협력을 통해 안보를 지키고 있는 시대라면서 국방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전시작전권을 환수한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미국 측이 남한이 원하는 2012년보다 3년 앞선 2009년 전시작전권을 남한에 이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은 전시작전권 환수와 관련한 남한 태도를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가능하면 다음 정권까지 미루지 말고 현 노무현 정부가 책임지고 이 문제를 처리하라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최근 미국의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북한이 남한에 대한 당면한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김 박사는 미국은 남한과의 군사동맹관계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한 것일 수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김희상: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벨 연합사령관은 북한의 군사위협을 크게 강조했던 바 있고 미국의 군사 당국자 누구도, 특히 핵을 가지고 있는 북한의 위협을 경시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들이 갑자기 그렇게 태도를 바꾼 것을 보면 어쩐지 미국이 한국에서 정말로 손을 털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들은 최근 워싱턴 분위기는 한국에 대한 비판이나 냉소가 없어지고 오히려 평온한 표정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그 대신에 혈맹이나 동맹의 분위기는 고사하고 과거에는 다음 정권까지는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는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김 박사는 남한은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필수불가결한 상황이지만 미국에게도 남한과의 동맹관계는 쉽게 포기할 수 있을 정도의 하찮은 것이 아니라면서 미국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남한과의 동맹관계 변화에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희상: 미국도 좀 더 장기적 안목에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태도에 대해 그간 섭섭한 마음이 많이 있겠지만 미래에는 달라질 수 있다. 만에 하나 서로 동맹을 잃게 되면 한국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비극이지만 미국으로서도 자유민주주의 체제 확산 등 미국의 전통적 이상과 미국의 국가 대전략 차원에서의 국익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국이 좀 더 냉정해지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김희상 박사는 또 미국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관리하는데 중국과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는 일본과의 군사동맹만 가지고는 부담이 크다는 사실도 남한과의 군사동맹을 유지해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양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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