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유엔 인권 위원회에 북한인권 보고서 제출-탈북자 문제


2006.02.23

비팃 문타본 (Vitit Muntarbhorn)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다음달 열리는 유엔 인권위원회 연례회의에 앞서 북한 인권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세 번에 걸쳐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소개해 드립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탈북자의 인권유린 실태와 남한정부에 대한 건의서 내용 등에 대해 김연호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탈북자 문제와 북한 인권은 어떤 식으로 연관이 있는 겁니까?

보고서는 거주 이전의 자유라는 차원에서 탈북자 문제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헌법도 거주 이전의 자유를 규정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주민들의 여행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어서 허가받지 않고 외국을 다녀올 경우 처벌을 면치 못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에 개정된 북한 형법은 허가 없이 외국으로 나갔다 온 사람들에게 내리는 처벌수준을 낮췄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강제송환된 주민들이 받는 혹독한 처벌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강제송환은 국제법과도 관련된 문제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문타본 특별 보고관은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북한을 탈출했다가 강제 송환된 사람들의 처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는데요, 탈북자들의 강제송환은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법상 난민은 박해를 피해 자기 나라를 떠난 사람을 가리킵니다.

탈북자들의 경우 처음에 식량이나 다른 경제적인 이유로 북한을 떠났지만, 북한에 강제송환될 경우 처벌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역시 난민에 포함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또 난민의 경우 당국으로부터 여행허가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허가 없이 국경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탈북자들을 범법자로 몰고 가는 양자협정은 국제법에 맞게 조정돼야한다고 보고서는 권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넘어간 탈북자들이 강제송환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문타본 보고관은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문타본 보고관은 보고서에서 탈북자들을 강제송환한 나라를 특별히 지칭하지는 않았습니다. 작년에 제출된 보고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작년 9월과 10월 탈북자들이 이웃나라의 외국인 학교에 진입해 보호를 요청했지만 결국 강제송환된 사실을 구체적으로 지적했습니다. 문타본 보고관은 이들의 안전과 소재파악을 위해 작년 11월 북측에 연락하면서 이들을 처벌하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작년 12월 보낸 답신에서 유엔 인권 특별 보고관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인권문제와 관련해 특별 보고관과 면담하거나 교신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타본 보고관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종교자유와 고문, 인신매매 문제를 다루고 있는 다른 유엔 특별보고관들과 공동명의로 작년 12월말에 북측에 다시 한 번 연락했습니다. 이때도 역시 강제북송된 탈북자들을 처벌하지 말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문타본 보고관은 북측으로부터 답신이 올 경우 다음번 보고서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타본 보고관이 작년에 남한을 방문해서 탈북자 문제를 조사했는데요, 조사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보고서는 많은 탈북자들을 수용해서 정착시킨 남한 정부의 노력을 평가했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탈북자들이 대규모로 이웃나라를 떠돌았는데, 남한 정부가 이들을 받아준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남한에는 7천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문타본 보고관은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지원하는 하나원을 방문해서 탈북자들의 사연을 듣기도 했는데요, 체포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남한에 들어와 제일 좋았다는 탈북자의 말이 마음 아팠다고 전했습니다.

문타본 보고관이 하나원에서 들은 탈북자들의 사연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보고서는 남편을 잃은 탈북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북한관리였던 이 여성의 남편은 남한으로 탈출하려는 계획이 들통 나 붙잡히고 말았는데요, 모진 고문 끝에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 여성은 다른 자식들을 두고 딸 한 명만 데리고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결국 남한 대사관의 도움으로 남한에 입국할 수 있었는데요, 아직도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 때문에 자신의 신분이 알려지는 걸 거부했습니다.

문타본 보고관이 탈북자와 관련해 남한 정부에 어떤 걸 요청했나요?

문타본 보고관은 탈북자들이 받은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남한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당부했습니다. 북한을 탈출해서 남한에 입국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모진 시련 뿐만 아니라 북한에 있으면서 연좌제에 걸려 차별대우를 받고 고문에 시달렸던 경험 때문에 탈북자들의 정신적인 상처가 매우 깊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들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문타본 보고관은 지적했습니다.

김연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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