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사망자가 좋은 선전소재로 되는 이유

200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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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정영 seoul@rfa.org

북한에서 지난 대홍수 때 사망한 사람들이 충성심 선전소재로 아주 요긴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홍수 현장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구하다가 희생된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하늘이 무너져내린다 해도 장군님(김정일)만 계시면 살 길이 열린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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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안남도 안주시의 한 보육원에 있는 어린이들 모습, 벽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가 보인다 - AFP PHOTO/HO/POOL/WORLD FOOD

이 방송은 초상화를 싸가지고 나오다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간 강원도 봉포협동농장원 안성호를 소개하면서 “우리 운명의 보호자이며 승리의 상징인 장군님을 절대적으로 따르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물난리를 당한 사람이 자기 몸 챙기기에 급급했을 텐데, 그 와중에도 김정일의 초상화를 가지고 나오고, 또, 북한 당국이 그것을 선전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보면서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초상화나 구호나무를 구하다가 사망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은 북한 언론매체들이 되풀이하고 있는 관행입니다. 지난해 홍수 때도 “딸보다도 먼저 초상화부터 지켜냈다”고 당시 사망한 사람들을 소개했지요.

이번 수해는 북한 인민에게 혹독한 재난이었습니다. 북한 중앙통계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사망\x{2219}실종자는 모두 600여명이고, 부상자는 약 4천여 명, 수재민은 60만~90만 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집을 잃은 사람들은 당장 겨울이 닥쳐오지만, 갈 데가 없어 한지에서 추위에 떨며 굶주리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이런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는 게 급선무인데, 북한 언론들이 이를 외면하고 체제 선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자연재해를 당해 민심이 흉흉해 있기 때문에 일부러 경쟁적인 충성심을 유발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 선전부 간부들이 불러온 과잉충성 때문입니다.

이번 재해가 산에 나무가 없어 초래된 인재(人災)라는 사실은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산에 나무가 심어져 있었어도 이런 재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이 “하늘이 무너져도 장군님만 있으면 살길이 열린다”고 했는데, 현실에 맞지도 않게 산을 황폐화시켜서 다락밭을 만들고 산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은 과연 누구입니까? 중국처럼 땅을 농민들에게 나눠주었어도, 그렇게 무참하게 산이 벌거벗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수백만 인민들이 굶주리고 있는데도 북한 당국은 절대로 농업개혁을 하지 않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에 초상화를 구하려다 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수령 우상화를 선전하기에 아주 효과적인 소재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가정집이 불에 타거나, 홍수가 나면 으례히 다음날 신문에서 요란하게 떠듭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된 끈질긴 수령우상화는 결국 건전한 사람들의 정신을 뺏어갔습니다. 오죽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면 몇년 전에 있지도 않은 ‘구호나무’를 구하려다가 무더기로 타 죽었겠습니까? 국가지도자를 보위하는 것은 나라마다 국법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지도자의 생명도 아니고 사진 구하는 데까지 목숨을 바치라고 선전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오직 북한밖에 없습니다.

남한에서는 대통령이 잘못하면 국민들이 욕도 하고, 뜻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시위도 하지만, 북한에서는 수령이 하는 일은 100% 맞고,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국가와 전체주의 국가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숭배를 요구했던 스탈린이나, 자기를 ‘하늘이 내려준 예언자’로 자처했던 투르크메니스탄의 독재자 니야조프도 생명이 끝나는 동시에 개인우상화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한결같이 자유가 없고,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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