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의 북한 풍향계] 코로나19로 ‘내우외환’ 북, 한국과 협력 나서나

서울-김은지 kime@rfa.org
2020-04-09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사진은 지난달 30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는 평양 시민들.
사진은 지난달 30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는 평양 시민들.
/연합뉴스

앵커: 대북제재 장기화에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북한의 외교적, 경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한국 내에선 북한의 이 같은 ‘내우외환’ 위기가 역설적으로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다만 이는 전술상 선후관계의 조정에 불과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하고 정교한 대북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 현안을 분석, 전망하는 ‘김은지의 북한 풍향계’입니다.

지난해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전면 중단된 남북관계.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진 데 따른 북한의 의도적인 한국 배제 전략 때문입니다. 이른바 ‘한국 무용론’입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하노이회담 결렬로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신뢰가 상당 부분 훼손됐고 그 결과 남북관계는 미북관계의 종속변수로 다시금 전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대남 전략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지도자의 정책을 바꿀만한 명분이나 모멘텀, 즉 동력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책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외교가는 이에 따라 중국발 돌발 악재인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가 북한의 대남 전략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협상 교착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재 장기화에 이어 신형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북한의 외교적, 경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고강도 대북제재가 수년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로 중국과의 교역마저 막힌 고립된 상황에 놓인 만큼 한국과 협력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무엇보다 바이러스(비루스) 유입 차단을 위한 육해공 셀프, 자가 봉쇄 조치는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전례 없는 고강도 대북제재의 여파는 북한의 무역과 산업 등 경제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상태입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EAI 동아시아연구원 2020 대북 통일전략 토론회): 대북제재가 어떠한 경로를 통해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살펴보면 크게 무역 충격과 외화 수입 충격, 시장과 산업 충격 4가지로 전파가 됩니다. 시장과 산업 충격은 간접 충격이고 무역 충격과 외화 수입 충격은 직접 충격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경제주체의 소득과 소비가 줄게 되고 북한 내 기관과 기업의 운영비 고갈, 외환위기 발생이라는 3가지의 경제적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북한 당국이 국경 봉쇄 조치를 일부 해제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이마저도 식량과 비료, 유류와 같은 국가 전략물자 외에는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재 국면에서 북한 체제의 ‘산소 호흡기’ 역할을 해온 비공식 무역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북한 주민의 ‘생명줄’인 장마당도 상당 부분 위축됐다는 전언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수입 감소와 주민들의 이동제한 등으로 당분간 시장활동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시장 활동의 위축은 매출 하락과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을 가져와 경제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나마 현금 조달 창구였던 관광업도 개점휴업 상탭니다. 가뜩이나 부족한 외화는 더 줄어들 전망입니다.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2018년 20만 명, 2019년 30만 명으로 늘어나 제재 국면에서 ‘숨통’이 됐지만 올 상반기 중 관광 재개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관광은 경제 제재 하에서 북한이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주된 수단으로,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올 한해 북한이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환 소득은 1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바이러스(비루스) 차단을 위한 국경 봉쇄 조치로 관광객 유치는 물론이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외화난 가중과 물가 불안, 생산 감소 등 심각한 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북제재 충격에 더한 이른바 ‘2차 충격’인 셈입니다.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해온 북한 당국이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언급하고 나선 것도 코로나발 경제 위기를 외부에 실제화하는 과정의 일환이란 분석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지금까지 체제 동요 등을 우려해 사실을 숨겨왔지만 계속 숨길 경우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는 데다 주민 불만과 동요가 커질 수 있으므로 차츰 충격 강도를 완화해가며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 사실을 실제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적 고립도 심화됐습니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미북관계는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없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정상 간 친서 외교가 재가동됐지만 이마저도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한 ‘상황 관리’ 차원이란 평갑니다.

‘후견인’ 역할을 해온 중국마저 당분간 북한을 돌볼 겨를이 없습니다. 지난해 성립 70주년과 ‘1인당 GDP(국내 총생산) 1만 달러 시대 입성’이란 겹경사를 맞은 중국은 올 들어 ‘코로나’라는 대형 악재에 발목이 잡힌 상탭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시진핑 지도부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과 불안정한 홍콩 정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재선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라는 복병으로 인해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직전 전망치보다 0.8% 낮춘 4.9%로 하향 조정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0.4% 낮춘 5.6%로 전망했습니다.

올해 ‘전면적 소강사회’를 건설해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 같은 상황은 시진핑 체제의 중국으로 하여금 내부 수습에 주력하느라 당분간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여력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 예년 수준을 밑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국면 이후 복구와 정상화를 위한 자원의 증강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상황은 국경 봉쇄 조치 이상으로 김정은 정권에게 아픈 조치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을 둘러싼 이 같은 대외여건 악화는 역설적으로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중국으로부터 당장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태가 악화될 경우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중국의 지원을 염두에 둔 정면돌파전의 경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며 북한으로선 올 상반기까지 상황 관리와 체제 안정에 주력하면서 내부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한국을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지난해 하노이회담 이후 북핵 협상 교착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정치적,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고강도 대북제재와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올해 정면돌파전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여건이 지속됨에 따라 북한으로서는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고 한국을 그 돌파구로 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북 교착국면 속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정은의 친서 외교 역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일종의 사전 포석이란 분석입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 현 단계에서 북한이 한국과의 방역 협력에 응할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 모두 있는 것 같습니다.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 당국의 입장을 감안할 때 북한이 한국과의 방역 협력에 응할 경우 북한 내 동요와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력에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물론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2,3월을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북한 내에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 등을 감안하면 방역 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지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만큼 당분간 중국 관광객의 대규모 유치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북한으로선 외화난 해결을 위해서라도 한국과의 관광 협력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따라 코로나 사태에 따른 인적, 경제적 피해 규모와 국경 차단조치의 해제 시점, 중국의 내부 상황, 한미의 국내 정치 상황 등을 저울질하며 한국과의 협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한국 전직 고위 당국자는 방역체계의 우월성을 과시하며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북한이 단기간 내에 방역 협력에 응할 가능성은 낮지만 사태가 악화돼 북한 스스로 통제할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판단할 경우 기존의 대남 무시 전략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더라도 근본적 인식 전환이 아닌 전술상 선후관계의 조정에 불과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하고 정교한 대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언제나 그래왔듯 마지못해 한국의 제의를 수용하는 모습을 연출할 것이라며 한국과의 교류 재개를 통해 제재를 이완하고 한미 정책 균열을 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코로나 국면 이후 북중 양국의 ‘전략적 밀착’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응 방안 역시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은지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