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지난해부터 자강도, 신천군, 평야의 강동 구역 등에 대한 WFP, 즉 세계식량계획의 현장방문을 허가하지 않아 이들 지역에 대한 식량배급이 중단됐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지난주 세계식량계획 조사관들의 자강도 지역 접근을 5개월 만에 다시 허락했습니다. 이진희 기자가 세계식량계획 평양사무소의 리처드 레이건(Richard Ragan) 소장으로부터 최근의 식량 지원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의 현장 접근이 제한된 북한 내 지역이 10개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배분상황 감시 작업에 큰 지장은 없습니까?
Richard Ragan: 지난해 9월부터 북한 당국은 몇몇 지역에 대해 제한조치를 강화해 왔습니다. 그 결과로 북한 내 10개 지역에 대한 현장 접근이 차단됐습니다. 본래 세계식량계획은 북한 내 161개 군에 접근할 수 있었는데, 151개 군으로 줄어든 셈이죠. 그런데 지난 주 북한 당국이 자강도 지역, 7개 군에 대한 접근을 다시 허용한다는 방침을 통보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전에도 세계식량계획은 북한 인구 중 85%라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 대한 접근이 가능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대북식량지원의 감시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가령, 기준조사를 지금보다 더 많이 한다던가 하는 것이죠.
기준조사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가요?
RR: 영양상태 조사 같은 여러 가지 정기적인 조사를 의미합니다. 이 같은 조사를 적어도 1년에 한두 번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좀 더 개선된 물자 공급 추적 체계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지원된 식량이 항구에서, 배분 본부로, 배분 본부에서 각 군으로, 각 군에서 주민의 입까지 제대로 전달되는 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가령, 수혜자들에게 각자의 신상명세를 기록한 배급량 표를 만들어 나눠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매번 수혜자들을 방문할 때, 배급량 표를 보면서 제대로 식량을 받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죠.
그런데 문제는 대북식량사업의 규모는 세계식량계획의 식량지원 사업 중에서도 가장 큰 편에 속하기 때문에, 배급량 표 제도를 시행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6백 50만 수혜자에게 배급표도 우선 다 지급돼야 하구요.
지난 1월, 북한 당국이 공공 배급량을 삭감하지 않았습니까? 배급량 축소방침이 예상보다 빨리 일어났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혹 또 축소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하시는 지요?
RR: 현재 북한 인구의 70% 가 공공배급체계를 통해 식량을 공급받는데, 이들이 공공배급체계를 통해 받는 식량은 실제로 필요한 양의 절반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10명 중 7명의 북한 주민은 나머지 절반의 필요치를 다른 통로를 통해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지적하신 대로 1월, 북한 당국은 한 사람의 하루 배급량을 300g에서 250g로 삭감했습니다. 이는 한 사람의 최소 식량요구량의 반도 채 되지 않는 양이죠. 안 좋은 징조입니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얘기죠.
한편으론 북한 당국이 추수 전 기간에 대비해 저장분을 확보해 두려는 계획의 일환일 것이라고 볼 수 도 있습니다. 사실 추수 전에는 배급량 축소가 일반적으로 일어나는데, 가령 지난해 6월, 7월 에도 배급량이 감소했습니다. 어떤 지역은 아주 적게는 하루 150g만 공급을 받기도 했죠. 1월 배급량 삭감 조치는 북한 당국이 식량부족 상황에 대비 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또 삭감조치가 또 있을 런지는 현재 알 수 없습니다.
1월에는 시장에서의 곡물가격도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까?
RR: 현재 북한 민간 시장에서의 쌀과 옥수수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배 이상 높습니다. 북한 내에서 물가상승은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의 한 달 봉급이 800원-1200정도라고 할 때, 시장에서의 쌀 가격이 1kg당 600원이라 하면, 결국 일반 북한 주민들은 쌀을 살 능력이 안 된다는 말이 됩니다. 아주 힘든 상황입니다.
북한에 현재 식량이 많이 모자라기 때문에 세계식량계획은 어린이나, 임산부, 노약자 등 취약 층 6백 50만 명에게 우선적으로 식량공급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해외 여러 나라, UN 등을 통해 들어온 지원 양으로 언제까지 수혜자들을 공급할 수 있습니까?
RR: 지난 9월부터 세계식량계획은 2년 만에 처음으로 6백 50만 수혜자 모두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6월 1일이 되면 식량이 고갈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식량배급을 계속 하려면 지금 지원물자들이 북한으로 들어와 줘야 합니다. 실제로 지원물자가 북한에 들어와 필요한 사람들에게까지 전달되는 데는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