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귀국 북 노동자들 사회주의생활문화 배척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19.04.29
russia_nk_workers_b 사진은 2018년 블라디보스톡 국제공항에서 북한 건설 노동자 50~60여명이 평양행 고려항공 TU-204기종을 타기 위해 수속하는 모습.
사진-이신욱 교수 제공

앵커: 러시아에 파견되어 일하다 귀국한 북한노동자들이 자본주의 경제관념과 생활방식이 몸에 배어 귀국 후 사회주의집단문화를 배격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의 보도입니다.

요즘 북한주민들 속에서는 ‘탕생’(교화소수감자)과 다름없는 ‘재쏘생’(러시아에 돈벌이 갔다 온 사람)과 마주서지 말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춥고 배고픈 감옥에서 살아남은 수감자들처럼 러시아에서 귀국한 북한노동자들의 생활방식이 극도로 이기적인데다 사회주의집단문화와 충돌하는 현상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27일 “지난해부터 로씨야에 나갔다 달러를 벌어 온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장마당에서는 ‘탕생’같은 ‘재쏘생’과 마주서지 말라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면서 “재쏘생들은 하나같이 깍쟁이인데다 타산꾼이어서 이들과 마주서거나(대립하거나) 거래를 하다가 크게 당할 수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로씨야에서 귀국한 재쏘생들은 살기 어려운 친척이나 지인들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장사 밑천을 부탁하면 한마디로 거절해 조선사람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가깝게 지내던 이웃이 돈을 꿔달라고 부탁해도 재쏘생들은 왜 동네사람에게 돈을 꿔줘야 하냐면서 거절해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회주의집단생활 자체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원래 재쏘생들도 로씨아에 나가기 전에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사회주의 집단체제 문화를 수긍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로씨야에 갔다 온 후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이들은 로씨야 현장에서 치열한 자본주의 식 경쟁과 생존방식을 터득하고 왔기 때문에 수령에 대한 충성이나 집단주의는 외면하고 실리만을 따지는 개인주의와 자본주의경제관념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로씨야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외화벌이 노동력으로 가장 많이 파견된 나라”이라면서 “수십년전부터 중앙에서는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의 벌목과 건설현장으로 평양시민들을 비롯한 지방에 있는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을 대대적으로 내보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로씨야에 나가기 전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사상에 물들지 않도록 당국으로부터 철저한 집중교육을 받지만 3~4년에 걸쳐 로씨야 자본가 밑에서 일하거나 건설 청부일로 돈을 벌다 보면 자본주의 경제원리와 돈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면서 “자본주의 생활방식에 익숙해진 재쏘생들이 귀국한 후에도 돈밖에 모르는 개인주의 ‘타산꾼’으로 욕을 먹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로씨야의 조선 노동자들은 일을 안 할 때는 거의나 남조선방송을 들으며 3대세습 독재와 우리의 지독한 가난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게 된다”면서 “이 때문에 귀국하자마자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은 보위부로부터 집중사상검토를 받게 되지만 한 번 물든 자본주의생활방식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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