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 남한살이] 용산 전자 상가

서울-이현주 xallsl@rfa.org

여러분 집에는 어떤 전자 제품을 사용하고 계신지 궁금한데요. 남쪽에서 시판되는 모든 전자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용산 전자 상가입니다. 오늘 알뜰살뜰 남한 살이 시간에는 전자 상가 구경 한번 해보시죠.

서울의 용산 이라고 하면 청취자 여러분들도 한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남쪽 사람들은 사실 ‘용산’ 하면 미군기지 보다는 전자 상가를 먼저 떠올립니다.

저희가 오늘 나와 있는 이곳은 전자 상가가 밀집한 용산입니다. 정영씨 이곳에 많이 나와 보셨어요? 네,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도 다 이곳에서 샀죠….

1986년 컴퓨터 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관련 업체들이 이곳으로 대거 이동했는데, 지금은 무려 12만평의 부지에 6개의 대형 상가와 4천여 개의 매장이 밀집해 있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전자 제품을 이 용산에서 다 구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도 이렇게 모여 있는 곳이 있어요. 동종업체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어야 장사가 잘 된다.이런 것은 남북이 같은 것 같습니다. 저희도 가까이에 있는 한 전자 상가에 들어와 봤습니다. 이 18층 건물의 5층까지가 전자 제품 매장인데요, 이중 세 개 층에서 컴퓨터를 팔고 있습니다. 위쪽으로 올라가 볼까요?

우선 눈에 띠는 것은 조립형 컴퓨터 매장. 내가 원하는 컴퓨터 사양을 말하면 그 자리에서 조립을 해주는 일종의 주문형 컴퓨터 매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델 좀 잠깐 보여줄 수 있어요? 아 이것은 완제품이 있는 것은 아니고 원하시는 걸 말씀해주시면 바로 저희가 만들어 들어요. 1시간이면 바로 해드립니다. 바로 이런 조립형 컴퓨터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이 용산 전자상가도 크게 성장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모든 전자 제품 상가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창고가 따로 필요 없고 바로바로 부품들을 구해서 컴퓨터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용산 전자상가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조립형 컴퓨터도 이제 사양 사업되고 있습니다.

처음에 와서 이런 (조립)컴퓨터를 샀는데 수리가 안돼서 아주 애먹고 버렸어요. 이렇게 고장 났을 때 바로 와서 고쳐주는 서비스나 가격 면에서도 삼성이나 엘지 같은 큰 컴퓨터 회사에 밀리고 인터넷에도 밀려 이제 조립 컴퓨터 가게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컴퓨터는 인기가 여전히 좋은데요. 사람이 제일 많이 모여 있는 곳도 남쪽에선 노트북이라고 부르는 휴대용 컴퓨터 매장입니다.

졸업, 입학철을 맞아 노트북을 사러 나온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건 15.4 인치 제품인데요… 제일 많이 나가는 제품은… 이것도 많이 찾으시고…다 골고루 나가요. 이것이 한 80만원 정도구요. 다음은 MP3 플레이어를 파는 매장.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면서 요즘은 음악을 들을 때 카세트나 CD가 아닌 MP3라는 형식으로 저장된 컴퓨터 파일을 많이 이용하는데요, 이 파일을 컴퓨터가 아닌 휴대가 가능한 기계로 들을 수 있게 만든 것이 이 MP3 플레이어입니다.

목에 걸 수 있는 가벼운 모양으로 빨강 노랑 파랑 등의 선명한 색상이 인깁니다.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내비게이션이라고 불리는 자동차 길안내기 등의 제품이 인기 상품입니다.

물건의 사이클링 6개월 정도…자꾸 바뀌는데 오죽했으면 청년들이 군대 갔다 오면 핸드폰이 5번 바뀐다는 그런 얘기가 있을 정도. 2년 있다오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그 만큼 빨리 바뀌는 건데요, 기업들도 자꾸 모델을 바꿔야 팔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전자 제품이 한꺼번에 전시돼 있으니 새로운 유행을 재빠르게 읽을 수 있는데요. 오늘 내가 산 제품이 내일 가격이 떨어진 구제품으로 팔리기도 합니다. 그 만큼 이 남쪽의 전자 제품 시장의 속도는 빠르게 달리고 있습니다.

북쪽에서 지금 제일 많이 사용하는 전자 제품은 뭘까요? 아무래도 비디오, 텔레비젼 이런 것이죠. 비디오 가격이 얼마? 한 50달라쯤 하는데 비싸긴 해도 살 수 있는 가격…

탈북자분들이 남쪽에서 오면 제일 격차가 많이 느껴지는 게 바로 이런 전자 제품일 것 같은데 어떠세요? 그렇죠. 처음에 와서 제일 당황스러운 것이 바로 이 핸드폰에요. 공중으로 말이 날라 온다는 게 사실 진짜 신기한 것인데. 진짜 북쪽이랑 많이 차이가 나니까요.

북쪽 전자제품 시장의 느리지만 확실한 변화도 남측에 전해지는데요. 비디오 플레이어가 북쪽에 전해졌다는 소식, 그리고 남쪽의 드라마도 본다는 소식은 남쪽 주민들의 호기심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개방되면 오늘 소개해드린 이런 노트북이나 mp3 플레이어 같은 제품들, 북한에서도 큰 인기를 끌 것 같습니다.

북한이 개방되면 어떤 전자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릴 것 같으세요? 전자 제품 중에서는 컴퓨터가 가장 잘 될 것 같아요.

지금 북한에서도 사무를 보는 사람 아니어도 1개쯤은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이라고 하는데. 북한도 일정 정도의 수입을 벌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컴퓨터 가격도 크게 부담은 없을 겁니다. 또 컴퓨터 부품 상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