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중국‘임시거주증’, 탈북여성에겐 족쇄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사람은 어느 나라에 살든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주민등록증을 갖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중국으로 간 탈북민들에게 가장 큰 애환은 주민등록증을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중국이 탈북자들을 ‘불법 입국자’라며 강제로 되돌려 보내는 정책을 고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중국 당국이 자국내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탈북여성들에게 ‘임시거주증’을 발급해주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잠시 합법적 지위를 보장 받지만 결국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 오히려 추방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중국 내 탈북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임시거주증’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10년 이상 거주자에 ‘임시거주증’ 발급

청취자 여러분, 세계 어느 나라나 신분증이 존재합니다. 북한에는 ‘공민증’, 남한에는 ‘주민등록증’, 미국에는 ‘시민권’ 중국에는 ‘신분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신분증이 국적을 표기하는 것이라면 영주권이나 호적은 그 나라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그러나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간 탈북민들은 신분증이나 호구 같은 것도 없습니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난민이 아니라 ‘불법입국자’로 보고 붙잡아 강제북송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탈북민 대부분이 한국행을 택하는 것도 중국에서는 국적을 취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2020년부터 중국 당국이 10년 이상 거주한 탈북여성들에게 임시거주증을 발급했습니다. 임시 거주증이란 중국어로 ‘暂住证’이라고 부르는데, 잠시 거주를 허락한다는 체류증서입니다. 중국 당국은 지방의 농민들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거주증을 발급하기도 합니다. 도시의 혼잡성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타지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된 것입니다.

그러한 임시 거주증을 숨어 살던 탈북 여성들에게도 발급해준다니 중국당국의 탈북자 정책에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러면 중국이 왜 임시거주증을 발급해주기 시작했을까요?

한국의 탈북여성 인권단체인 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임시거주증은 중국인 가정의 안정을 도보하기 위해 시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아 대표: 임시거주증이라는 이 조치는 바로 중국의 모 지역에 있는 어느 (중국 다수민족) 한족 동네에서 ‘(결혼할) 탈북 여성들을 너무 잡아가면 우리 동족이 전멸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탈북 여성들 잡아가지 마라’라고 한족 촌장이 직접 제의를 했어요. 그것이 받아들여져서 (조치가) 시작이 됐고 지금 현재 저희가 알고 있는 지역으로는 7~8개 지역이 탈북민들에 대한 임시등록증을 시행을 하고 (있고요).이 임시등록증으로 그들이 그 지역에서 할 수 있는게 무엇이냐, 택시와 버스만 탈 수 있어요. 비행기, 열차를 탈 수 없고 병원을 갈 수 없습니다. 왜 병원은 안 해주냐 했더니 병원부터 건강보험, 의료보험 이런 문제가 꼬여있기 때문에 호적이 없으면 접수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중국으로 간 탈북 여성들은 대부분 중국 남성과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남성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워 탈북여성들에게서 자녀를 얻더라도 호구에 올리지 못하고 무국적 상태로 남겨두어야 했습니다. 중국 당국도 이러한 탈북 여성들에게 임시거주증을 발급해주어 그와 결혼한 중국인 가족을 안정적 생활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탈북인권단체들은 현재 중국에서 사는 탈북여성이 많게는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 살길을 찾아 중국으로 간 탈북여성들 가운데는 자녀를 낳고 근 20년 넘게 산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임시거주증을 발급받자면, 탈북 여성이 자신시 살고 있는 지역 파출소를 찾아가 10년 이상 중국에 살았다는 것을 증명 하고, 본인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 사는 곳 등 개인 정보를 재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분증은 1년마다 재발급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거주증에는 번호가 있지만 공식적인 신분증 번호는 아니라고 합니다. 김정아 대표에 따르면 임시 거주증을 만드는 데 중국 돈 5,000~ 7,000위안이 든다고 했습니다. 미화로 1천 달러 수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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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에겐 ‘족쇄’

그런데 그렇게 발급된 임시거주증은 한국으로 가려던 탈북 여성들에게는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남한의 ‘북한감금피해자가족회’ 최민경 대표의 말입니다.

최민경 대표: 중국이 중국 내부에 있는 탈북민들을 그 임시거주증이라는 거 해준다고 했어요. 그렇게 했는데 강제 북송을 시키지 않으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코로나 때 한국행을 하려고 오다가 딱 걸린 사람들이 현재 감금되고 있는 2천 명이 임시거주증을 받은 사람들이래요. 다 등록을 했으니까 국경을 넘을 때 검열이 있잖아요. 중국에서 다 오래 살았으니까 중국 말은 굉장히 유창하게 하는데, 문제는 딱 찍어 보게 되면 탈북민으로 나오는 거예요.

최민경 대표는 중국에서 근 20년간 생활하다 최근 한국에 입국한 탈북여성의 말을 인용하면서 “임시거주증을 받은 탈북여성들이 국경을 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합니다.

최민경 대표: 탈북민이라는 걸 낙인을 찍어놓으니까 오도가도 못한대요. 문제는 그 등록을 할 때 안면 인식, 지문 등록도 다 했다는 거예요. 빼도 박지도 못하는 거예요. 중국에서 오는 것도 굉장히 지금 힘들고 중국 내서 탈북민을 구출하는 것도 굉장히 지금 힘든 상태예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은 코로나 기간 약 2천명에 달하는 탈북민들이 북중 국경지역에 구금되어 있으며, 일부 탈북민은 다른 나라들에 있는 북한 영사관에 억류돼 북송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은 2023년 10월 북한이 국경을 일부 개방하자 코로나 기간 구금하고 있던 탈북민600명을 기습적으로 북송시킨 바 있습니다.

최대표는 북한이 코로나 봉쇄를 하면서 북한에서 탈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도문, 훈춘, 장백 등 수감시설에 구류된 탈북민들은 중국에서 생활하다 붙잡힌 탈북 여성들로, 이들은 임시거주증을 소지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시거주증 발급을 두고 탈북여성들은 여전히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부 탈북여성들은 ‘임시거주증’이라도 받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으로 가려는 탈북 여성들은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중국 당국에 넘어가면서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민경 대표: 연변이나 안쪽에 사는 사람들은 임시 거주증을 거의 80%는 등록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곤명이나 태국 오기 전에 초소를 다 거쳐야 되는데 그 초소를 산길을 돌아 그 다음에 또 택시를 갈아타고 이렇게 드는 비용이 장난이 아니라는 거예요. 중국 내에서도 지금 한 사람을 구출해 내온다는 게 굉장히 힘들다는 거예요. 등록을 다 해가지고요.

최근 한국행을 택하는 탈북민들에 대한 브로커 비용도 크게 올랐다고 말합니다.

최민경 대표: 한국행을 선택해야 되겠다 해서 브로커 비용도 중국에서 오는 게 지금 얼마인 줄 알아요? 한 사람이 1,200만 원이에요.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 수가 236명으로 전년보다는 조금 증가했습니다. 최민경 대표는 북한에서는 탈북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중국에서는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탈북 브로커 가격도 많이 상승했다며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 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중국 내 탈북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임시거주증’의 피해사례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