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알아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이승재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RFA기자 이승재입니다.
진행자: 최근 유엔총회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고위급회의가 열렸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까지 있었는데요. 그 파장은 얼마나 클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이승재 기자: 유엔총회는 현지시간 20일,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필레몬 양 유엔총회 의장 주최로 북한 인권침해 문제를 논하는 고위급 전체 회의를 열었습니다. 유엔총회가 지난해 12월 채택한 북한 인권 결의에 따라 개최된 이번 회의에는 국제인권단체와 탈북민들이 발언자로 나서서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유엔 회원국들 앞에서 증언했습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번 회의는 유엔총회가 북한 인권 결의 채택을 시작한 지 20년 만에, 총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한 고위급 회의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며 북한 내 강제노동 실태와 납북자 및 억류자 문제, 탈북민 강제송환 문제 등을 지적했습니다.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는 국가 원수, 장관, 대사 등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유엔 공식 회의로, 주요 세계 현안을 집중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진행자: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이번 회의에 많은 북한 전문가들의 발언이 있었죠. 북한의 어떤 문제들을 지적했습니까?

북, 인권 침해하면서 러시아와 중동에 무기수출
이승재 기자: 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의 북한 인민 탄압과 국제 테러단체들을 향한 불법 무기 수출 등을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이날 116개국 300여 개의 북한인권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한보이스’의 션 정 대표는 “북한의 인권침해는 북한 무기개발 프로그램의 원동력”이라며 북한의 인권침해와 국제평화 및 안보 위협 문제를 조사하는 유엔총회 차원의 독립적인 전문가 기구 설립을 회원국에 촉구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북한이 러시아는 물론 이란을 통해 중동 테러단체에 무기와 탄약을 수출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근본 원인은 북한이 자행하고 있는 인권 침해에 있다”고 지적했고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 북한의 인권 상황이 훨씬 악화됐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5년 넘게 절대적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국경 폐쇄와 국제사회로부터의 인도적 지원이 제한되고 정보 접근의 차단이 주민 생활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새로 제정된 법들이 이동의 자유, 노동권 표현의 자유 등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드라마 배포 19살 북한 청년 처형돼”
진행자: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탈북민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증언해 큰 주목을 받았죠.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이승재 기자: 네. 그렇습니다. ‘11살의 유서’ 작가인 탈북민 인권운동가 김은주 씨는 11살 때 어머니와 언니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인신매매를 당해 겪은 고초를 전했습니다.김 씨는 “십수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젊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되어 현대판 노예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싸우는지, 왜 싸우는지도 모른 채 김정은 정권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다른 탈북민 강규리 씨는 “5살 때 할머니가 토속신앙을 실천했다는 이유로 가족 전체가 평양에서 시골로 추방됐다”며 “북한에서 허용되는 유일한 종교는 주체사상뿐”이라고 비판했는데요. 강 씨는 또한 “내 친구 세 명이 처형됐는데 그중 두 명은 단지 한국 드라마를 배포했다는 게 이유였다. 또 그 중 한 명은 처형 당시 겨우 19살이었다”고 안타까운 사건을 증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사국 자격으로 발언엔 나선 북한의 김 성 주유엔 대사는 이날 회의가 “주권 존중과 내정불간섭을 핵심 원칙으로 하는 유엔헌장에 위배된다”면서 “이날 회의 내용이 숨은 세력에 의한 책략과 조작”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더욱이 그는 “개탄스러운 것은 자기 부모와 가족조차 신경쓰지 않는 ‘인간쓰레기(scum)’를 증인으로 초청한 것”이라며 증언에 나선 탈북민들을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자기 부모와 가족조차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은 탈북민들이 북한 이탈 후 가족들도 못 만나는 현실, 혹은 가족의 탈북으로 인해 고초를 당해야 하는 북한 내 가족들의 현실을 방증하는 발언으로 비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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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대사의 ‘탈북민 인간쓰레기’ 발언의 속뜻
진행자: 북한 측에서 발끈하게 만든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까지 더해진 이번 회의가 국제사회와 북한 당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을까요?
이승재 기자: 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권은경 대표는 RFA와의 통화에서 “추상적으로만 여기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탈북민들의 목소리로 직접 대면할 기회를 유엔 외교가에 제공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유엔 회원국가들이 책임의식을 가질 외교정책 이슈로 비중있게 다루도록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2014년에 유엔북한인권보고서(COI)가 발표됐을 때 북한 정권은 탈북민들을 향해 ‘인간쓰레기’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권 대표는 ‘인간쓰레기’라는 표현을 이번에 다시 한번 사용한 것은 그만큼 북한이 방어하고 싶은 부분이 인권이라는 뜻이라며 “북한 인권 이슈들을 지적하는 국제적 압력에, 북한 당국도 좀 느리지만 국내 정책영역에서 반응할 것이고, 지속적으로 이런 국제 외교 분위기를 확산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올해 초부터 개인의 자동차 보유를 공식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인의 승용차 소유는 과연 북한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이승재 기자: 통일부는 20일 북한이 올해 초부터 개인 명의로 자동차를 등록했다는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에 대해 “관련 북측 동향이 있어서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7년에도 북한이 자가용 승용차 보유를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지만 당시엔 개인 명의 차량이 아닌 사업소·기업소 등 명의만 가능했는데, 이번엔 개인 명의 등록도 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동차 소유, 북한에서 가능?
진행자: 북한 사회에서 손전화 말고는 개인 소유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하죠. 올해 초면 얼마 되지 않은 얘기라 아직 큰 변화가 감지될 것 같지는 않긴 합니다만, 과연 이게 북한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리고 북한 당국이 이런 조치를 취한 의도가 무엇일지 궁금한데요.

이승재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현재 북한 내 감지된 변화는 미미합니다. 북한 출신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북한에서 자가용을 소유한 사람들은 간부 외에 총련 귀국자에 한정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는데요. 북한에서 돈 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비법적 방법으로 번 것이기에, 잘못하다간 정부로부터 처벌을 받을 수 있고요. 차량을 살 수 있는 큰돈은 일본에서 송금이 오는 총련 귀국자들이나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를 구입하려면 운전면허도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서 운전면허증을 받으려면 입학 자격과 연령 제한, 또 공부하는 기간 면에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성하 기자는 이 모든 제도들이 좀 유연해져야 시민들이 자유롭게 차를 소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밖에 다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차량의 합법적인 등록은 북한 정권이 비공식 경제, 지하경제 영역에 있던 재산을 양성화해서 경제 규모를 정확하게 수치화하고 당국이 관리,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장마당이나 돈주 같은 비공식적인 경제의 영역이 비대하다는 특징이 있죠.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곳곳에서 나타난 신흥부자, 돈주들은 당국의 재산 몰수와 처벌 등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당국이 지하경제 단속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얘긴데요. 같은 맥락에서 이번 조치 역시 개인 재산에 공식적으로 세금 등을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