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알아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이승재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RFA 기자 이승재입니다.
진행자: 지난 일주일 내내 한국 언론사들이 북한의 구축함 사고 관련 소식을 발빠르게 전하고 있습니다. 사고 후 당국의 이례적인 행보와 조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이승재 기자: 지난 21일 북한 청진조선소에서 북한이 새로 건조한 5000t급 구축함이 진수식 도중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2일, 진수 과정에서 배가 평행하게 이동하지 못하고 일부 구간의 선저가 깨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사고의 원인을 “진수과정에 미숙한 지위와 조작상의 부주의”라고 밝혔습니다. 진수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사고가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자 범죄적 행위”라며 다음달 소집될 전원회의에서 이 사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5000t급 구축함 진수 실패 원인
진행자: 구축함이 아직 기능을 하기도 전에 물에 띄우는 기본적인 작업부터 실패하고 말았으니 김정은 총비서가 격노했을 법 한데요.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난 걸까요?
이승재 기자: 일단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술력 부족과 무리한 개발 지시를 사고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무리한 일정으로 군사력 증강을 지시하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거죠. 대형 군함 건조 경험이 매우 부족한 데다 환경이 열악한 청진조선소에서 최현호 진수 이후 한 달 안에 같은 크기의 구축함을 진수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것입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3000톤급 함정도 건조해 본 적이 없던 북한인데요. 전문가에 따르면 이 정도의 대형 선박은 조선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빨라야 1년 이상 걸린다고 말합니다.
좀더 정밀하게 지적한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바다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배가 쉽게 뒤집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뼈대 간 균형이 안 맞았을 수 있다는 의견, 또 지난달 최현호때처럼 진수식에 이어 화력 시험까지 준비했을 텐데 만약 이를 위해 탄까지 탑재했다면 함 균형이 깨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성에 포착된 사진을 봤을 때 헬기 덱 자리에 미사일 발사관을 집어넣고 레이더 위치도 잘못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에서 설계도를 받은 것 같은데 그걸 북한식으로 개조하다가 무게 중심이 잘못 잡혀 쓰러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 사고에 대해서 “북한이 재래군사력 면에서도 남한을 따라잡겠다고 러시아와의 협력을 굉장히 서둘렀는데 대한민국 수준을 따라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정부는 북한을 좌시하지만 말고 앞으로 미국과 세계 전략에 상충되지 않는 방법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기술협력을 차단시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고 후 순항미사일 발사...관심 돌리기?
진행자: 그런데 북한 당국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난 지 하루 만에 마치 관심을 돌리려는 듯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죠. 실제로 이번 미사일 발사가 진수식 사고를 무마하기 위함이었을까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이승재 기자: 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작년에도 미사일 수십 발을 쏘았던 것처럼 올해도 그 연장선상에서 많은 실험을 할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다만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점은 정치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거죠. 김 원장은 “이 시점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들의 실수를 무마하려는 시도, 북한 내부적으로는 자존심을 다시 세우고 추스르는 것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군사전문가들도 대체로 이번 구축함 진수식 사고로 어수선한 군내 기강을 다잡고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를 왜 범죄 행위라 하나
진행자: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고를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자 범죄적 행위”라고 규정했기 때문인지 사고와 관련된 실무자들이 빠르게 구속되고 있습니다. 처벌 수위도 그 대상도 커질 것 같은데요. 그런데 왜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고를 범죄 행위로 봤을까요?
이승재 기자: 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신속한 처리와 관련해 ‘김정은의 분노’에 주목했습니다. 이번 일로 체면을 구긴 김정은 총비서의 분노가 식지 않았기 때문에 당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부부장부터 청진조선소 지배인 등 사고 관련 실무 간부들이 실명까지 공개되며 연이어 구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를 “이례적으로 빠른 행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사고 후 노동신문에는 “김 위원장의 권위는 곧 노동당의 존엄이고 당원들의 존엄”이라며 김 위원장의 권위를 훼손하는 어떤 작은 실수도 결코 묵과하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니 북한에서 이번 사고는 최고 지도자의 체면을 깎은 중대한 범죄로 취급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소뿐 아니라 노동당 군수공업부와 과학원 등으로 그 처벌 대상이 확대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출신 신용건 전 RFA 기자는 “이번 일은 북한에서 범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범죄로 몰아갈 것”이라면서, “어쩌면 북한 당국은 이번 사고에 대해 한국 등 적들의 책동이 있었고 반당, 반국가적으로 동조한 자가 있었을 것”을 주장하며 “한두 명을 몰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 후에 “몇몇 사람들이 당성, 혁명성, 계급성 없이 그 일에 동조되었다”는 방식으로 상당수가 처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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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행사 중 자빠진 구축함”…북 주민들, 사고 사실 공개에 놀라
진수식 사고 사실 공개한 이유는?
진행자: 그런데 이번 사고는 과거 사례에 비춰봐도 굉장히 신속하게 북한 주민들이나 외부에 공개를 했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승재 기자: 이번 사고는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각국이 고성능 정찰위성으로 청진조선소 일대를 감시 중인 상황에서 수천 톤급 구축함이 전복된 장면은 은폐 자체가 불가능했고요. 북한 내부적으로도 현장에는 수많은 군과 조선소 인력뿐 아니라 지난달 열린 ‘최현호’ 진수식 당시 북한 주민 상당수가 나와 축하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에서도 주민들이 동원돼 사고를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관련 사실이 내부적으로 언제든지 퍼질 수 있어 김정은 총비서가 정면 돌파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선제적 공개와 책임자 문책으로 해결 방법을 찾은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또 결과적으로는 이번 실패를 딛고 결국 진수에 성공해내는 장면을 연출해 김정은 총비서의 업적으로 내세우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풍선으로 인양 가능할까?
진행자: 그래서인지 인양에도 속력을 내는 모양입니다. 지난 25일에는 물에 빠진 구축함에 풍선을 달아 인양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는 미국 전문가 분석이 나와서 화제인데요. 이게 성공 가능한 일입니까?
이승재 기자: 네. 25일 미국 민간인공위성기업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파란색 방수포로 덮인 구축함 주변에 정체 불명의 흰색 물체들이 떠다니고 있는데요. 미국의 한 조사분석가는 이것을 ‘풍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침몰한 선박을 인양하거나 좌초된 선체를 움직여 균형을 되찾을 때 풍선 즉 해양 에어백이 활용되기는 합니다. 이것으로 수백-수천 톤까지 부력을 확보하면 그만큼 수중의 선체 중량이 줄어드는데요. 이때 선체가 일부 떠오르면 예인선이나 크레인으로 수면 밖으로 끌어낼 수 있거든요. 다만 풍선도 풍선 나름입니다. 북한이 한국에 보낸 오물 풍선처럼 공중으로 날리는 풍선으로는 원하는 부력을 확보하긴 어렵습니다. 더구나 무려 5천톤급 구축함을 공중 풍선으로 일으키는 것은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김정은 지시대로 다음달까지 복구 가능성은…
진행자: 김정은 총비서가 다음 달 말 전원회의 전까지 구축함 복구 작업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한 상태죠. 북한의 보도대로라면 그리 심각한 사고도 아니고요. 풍선이든 뭐든 일단 인양한 후에 다음달까지 복구가 가능할까요,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승재 기자: 일단 한국의 통일부 당국자는 “6월로 예정된 당전원회의 전까지 긴급복원을 지시한 점을 감안할 때 선박 기능 불능 수준의 대규모 파손은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는데요. 그러나 실제 선박 기술 전문가들은 “기술적 전문성 부족, 자원 제약, 기관 간 조율 문제로 단기간 내에 완전한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이 대형 선박 이동에 필요한 크레인 등의 장비를 갖추지 못한 만큼 수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부분 만약 개선이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북한이 속도전으로 다그치면 이런 일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