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알아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이승재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RFA 기자 이승재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군 사진과 전사자 유해 송환 장면 등을 관영매체를 통해 처음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죠.
이승재 기자: 지난달 30일, 북한 조선중앙TV는 북러 조약 1주년 기념 행사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방북한 러시아 문화장관이 함께 양국 예술단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전했습니다. 공연에서는 무대 배경으로 북한군 전투 장면과 김정은 총비서가 평양에 도착한 전사자들의 유해를 맞이하는 장면, 김정은이 쿠르스크 공격을 지시한 친필 명령서들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에서도 공연 소식을 전하며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 국기와 인공기를 흔드는 모습의 사진 등이 실렸습니다. 북한은 최근 공병 1000명과 군사건설 인력 5000명을 3차 파병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한국 언론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장면은 전사자 유해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관에 김정은 위원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인공기를 덮는 모습이었는데요. 이제까지 내부적으로 공개하지 않던 파병을 지금 이 시점에, 그것도 유해 송환식과 함께 처음 공개한 이유가 뭘까요?
김정은 위원장이 유해 송환식에서 흘린 눈물의 의미
이승재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을 보면, 공연의 배경이 되는 커다란 화면에 러시아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 군인 관련 사진이 여러 장 보였습니다. 여기엔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있는 모습, 북한군이 작성한 듯 보이는 피 묻은 수첩 메모, 북한군의 전투 장면 등이 있었는데요. 한국의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런 영상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추가 파병이 예정된 만큼 희생자에 대한 예우를 통해 군 사기를 제고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에 대해서는 북한 측의 희생을 강조함으로써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메시지도 담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출신인 RFA 손혜민 기자는 북한이 이런 영상을 공개한 것에 대해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했는데요. 첫 번째는 북한 내 지식인들을 향한 김정은 총비서의 이미지 만들기입니다.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고 그 이면은 철저하게 감추는 선대 수령들과는 달리 김정은 총비서는 더러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이런 모습이 북한 내 지식인들 사이에서 ‘어? 김정은은 선대와 다르네?’ 오히려 좋은 이미지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거죠. 손 기자는 흔들리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김정은 총비서가 이런 전략을 세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고요. 두 번째는 한국 통일부 당국자의 말처럼 이 영상이 러시아에게 전하는, 일종의 메시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손 기자는 “러시아는 지금까지 군사기술과 식량 등을 북한에 원조했지만 실제로 돈을 주지는 않았다”면서 북한은 이 영상을 통해 러시아에 보상, 즉 돈을 요구하는 편지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손 기자는 이어서 “현재 북-중간의 냉랭한 분위기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는 입장에서 이 영상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으니 우리(북한)쪽을 향해 더 많은 투자를 해달라”는 의미, 즉 중국에 대한 메시지로도 이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공연 장면을 보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인사들이나 러시아 대표단 인사들이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양국의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몬 당사자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씁쓸했는데요.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이번 기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이승재 기자: 제가 정말 열심히 찾아봤는데요. 긍정적인 댓글을 찾기가 어렵네요. 대부분은 지도자에 대한 비난이었습니다. “조선은 정말 복된 지도자를 만난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 지도자들 중 누가 저렇게 울었나요?” 이건 비꼬는 얘기인 것 같고요. 또 다른 댓글들도 “지도자를 잘못 만나니까 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로 죽는구나” 또 “이는 악어의 눈물이다. 수많은 인민을 죽여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런 글들이 대다수였고요. 또 이는 공산당의 위장술책이라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공산당들이 선전선동질 하다가 분위기 쌔 해지면 눈물의 감성팔이... 속지말자”, 그 외에 사실 많은 욕설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이 보기엔 김정은의 행동이 누가 봐도 작위적인 것 같다는 반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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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북한군 유가족이 부럽다?
진행자: 파병과 유해 송환 등 처음 공개된 이번 공연 영상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충격이 컸을 것 같은데요. 김정은이 의도하는 대로 북한 주민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승재 기자: 세상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젊은이들이 그만큼 죽어서 왔다면 결코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RFA 손혜민 기자는 좀 다른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사실 북한은 너무 가난해서 하루하루 먹을 것도 없다 보니까, 어쩌면 피해 장병들 가족들은 이번 일로 보상을 좀 받게 되었으니 그것에 대해 국가에 대해 고마워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손 기자는 아마 상당수 피해 장병 가족들이 그런 분위기일 거라고 전했고요. 반면에 “지식인들, 사회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지금 젊은이들의 생명을 팔아 정권 유지를 하려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더욱 잘 알게 되었을 거”라고 말했는데요.
손 기자는 일례로 북한에서 6.25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수복 씨를 들었습니다. 당시 그가 기관총을 온몸으로 막고 전사했다며 북한의 영웅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 그가 졸업한 초등학교가 이수복대학으로 바뀌기까지 했는데요. 손 기자 말로는 이수복 씨의 어머니가 아들이 전사한 이후 수차례 연단에 서서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일에 동원되어 왔는데, 어느 날엔가 ‘아 우리 아들이 다시 살아 돌아오면 참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손 기자 말로는 그 이후 그녀를 연단에서 볼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손 기자는 북한에 또 이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속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