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진행자: 물가 상승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화폐 교환에 대한 불안까지 커지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이 심각한 상황입니다만, 북한의 물가 상승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북한의 물가 상승에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특히 2023년 말 기관, 기업소 노동자들의 월급 상향 조정 이후 물가 상승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죠. 문 기자, 월급 인상 전과 후의 물가 차이는 얼마나 되는 겁니까?
월급 인상 후 물가 최고 5배 올라
문성휘 기자: 네, 월급 인상 후 북한의 물가는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올랐습니다. 식의주에 필요한 생필품들 중 가격이 제일 적게 올랐다고 하는 게 식량인데, 식량 가격도 화폐 개혁 이전보다 2배나 뛰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입쌀의 경우 월급 인상 전에는 북한 돈으로 평균 5천원(0.2달러) 안팎이었는데 월급 인상 후에는 9천원(0.37달러)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가격이 2배 가까이 오른 건데요.
북한 주민들이 많이 소비하고 있는 강냉이나 메주콩도 마찬가지입니다. 월급 인상 전에는 보통 2천8백원 안팎이던 강냉이가 지금은 6천원(0.25달러)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고, 두부나 식용유 원료인 메주콩은 월급 인상 전까지 kg당 4천원(0.16달러)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8천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식량 가격이 월급 인상 전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고 하지만 다른 생필품들과 비교하면 많이 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식량을 제외한 다른 생필품들의 가격은 월급 인상 전과 비교하면 보통 5배 정도로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심각하게 차이가 나네요. 그런데 식량보다 생필품 가격이 훨씬 더 많이 올랐다고 하셨는데 어떤 것들이 특히 더 많이 올랐습니까?
문성휘 기자: 네. 구체적인 사례로 양강도 독초 담배를 꼽고 있는데요. 월급 인상 전에는 kg당 북한 돈으로 40만원(16.6달러)이던 양강도 독초 담배가 지금은 kg당 북한 돈 250만원(104.1달러)까지 올랐다는 겁니다. 월급 인상 전과 비교하면 6배 넘게 오른 건데요. 그 외 평양 용성담배공장에서 생산하는 평양, 건설, 목란과 같은 여과담배들이 있습니다. 월급 인상 전까지만 해도 이런 담배들은 한 곽에 북한 돈으로 7천5백원(0.31달러)이었는데 현재는 북한 돈으로 2만2천원(0.91달러), 그러니까 월급 인상 이전보다 3배 가까이 올랐다는 거죠.
운동화 가격 8배 올랐지만 물가는 계속 상승 중
식량이나 기호적인 소비품만이 아닙니다. 과거 혜산신발공장에서 만들던 여성들의 편리화의 경우 북한 돈 1만원(0.41달러)이었는데 지금은 3만5천원(1.45달러)으로 3.5배 올랐고요. 신의주 신발공장에서 만들던 남성용 운동화의 경우 월급 인상 이전에는 북한 돈으로 19,800원(0.85달러)이었는데, 지금은 북한 돈으로 17만원(7.08달러)을 부른다고 합니다.
남한에서 운동화라고 부르는 신발을 북한에서는 “유럽형 운동화”라고 말하는데요. 북한에서 “유럽형 운동화”는 북한 돈으로 45만원(18.75달러)에서 60만원(25달러)에 이릅니다.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 3만원을 1년 3개월 동안 꼬박 모아야 “유럽형 운동화” 한 켤레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이렇게 물가가 계속 오르다 보니 주민들 속에서는 “도대체 왜 월급을 올렸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노골적으로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지금의 물가 상승이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물가가 지금 한창 상승 중이어서 언제 상승이 멈출지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고 불안하다는 거죠.

월급 10배 올라도 운동화 두 켤레도 못 사
진행자: 문 기자 기사를 보면 북한 당국이 작년 초에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을 2천원에서 3만원으로 10배 이상 인상했는데요. 문제는 그 후로 1년이 지나도록 월급을 받지 못해 자신의 월급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는 근로자들이 많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인상된 월급을 받는 사람들과 월급을 못 받는 사람들의 빈부 격차까지 더 커지는 것 아닐까요?
문성휘 기자: 네, 빈부 격차가 훨씬 더 커지는 거죠. 실례로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는 300여 개의 공장, 기업소가 있습니다. 그 중 가동을 하는 공장, 기업소는 10여 개에 달하는데 이마저도 정상적인 가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감이 생기는 대로, 원료, 자재와 전기가 보장되는데 따라 불규칙적으로 가동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일단 생산을 하는 공장, 기업소의 근로자들은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지난달 생산계획을 초과한 “혜산기초식품공장” 된장 직장의 경우 근로자들에게 월급 11만2천원(4.66달러)을 주었다고 하는데요. 많은 월급을 받았지만 한달 생계비로는 어림도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혜산신발공장”에서 생산하는 제일 눅거리(싸구려) 신발도 북한 돈 7만원(2.91달러)이니 한달 월급을 가지고 운동화 두 켤레도 못 산다는 것이 북한 현지 양강도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생산을 전혀 못하는 근로자들은 아직 월급을 받아보지 못하다 보니 자기 월급이 정확히 얼마인지도 잘 모르는 실정이라고 하는데요. 물가가 이렇게 오르다 보니 월급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생계는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경제적인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는 것이죠.
생산을 정상적으로 할 경우 월급 인상의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원료, 자재, 전기가 없어 생산을 못할 경우 월급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고통은 더 심해진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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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예측했다던 북한 당국은 뭘 했나
진행자: 북한 당국도 월급 인상으로 일어날 물가 상승이나 경제적 양극화를 예상 못한 건 아닐 텐데요. 당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까?
문성휘 기자: 북한 당국도 월급 인상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할 수 있음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은 장마당에서 식량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장사꾼들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고요. 내화를 외화로 바꾸어 주는 환전꾼들을 엄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장마당이나 국영상점에서 주민들이 외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통제도 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거침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4월 1일 현재 양강도 혜산시에서 미화 1달러 대 북한 돈 2만 4천원이고, 중국 인민폐 1위안 대 북한 돈 3천5백원이라는 것이 소식통들이 전하는 북한의 환율입니다.
진행자: 결국 월급 인상이 물가 상승을 부추겼고, 이로 인해 환율까지 오르면서 북한 돈의 가치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으며, 반대로 외화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주민들 속에서 내화는 전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 지난해 말에 돌았던 화폐 교환 소문은 이제 잠잠해진 건가요?
주민들 속 화폐교환설 더 무성해져
문성휘 기자: 북한 내부에서는 지난해 8월에 이어 11월에도 화폐를 교환한다는 소문이 크게 확산되면서 주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화폐 교환 소문이 돌면서 장마당에서 혼란이 일고, 물가가 거침없이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었다고 하는데요. 일단 북한 당국이 화폐 교환을 염두에 두고 근로자들의 월급을 인상했다는 것이 북한의 간부들과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북한 돈의 최고 액면가는 5천원인데 화폐 교환을 할 경우 최고 액면가는 5만원이라는 것이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주장이고요. 그러기 위해 북한 당국은 새로 1만원권과 2만원권, 5만원권을 발행해 놓고 화폐 교환의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다만 북한 당국은 2009년, 화폐 교환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어 함부로 화폐 교환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마당과 주민들의 혼란으로 지난해 화폐 교환에 실패했기 때문에 올해는 무슨 수를 쓰든 화폐 교환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얘기이고요.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북한 주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이 전하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