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창고 지붕에 심은 땅콩이 살림에 미치는 영향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진행자: 최근 북한에서 창고 지붕이 텃밭으로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자세한 소식 손혜민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단층집 창고 지붕을 땅콩 밭으로 쓰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아이디어는 참 좋은 거 같은데, 이게 기존의 텃밭이 부족해서 일까요, 식량이 부족해서 일까요?

북한 주민들이 창고 지붕 활용하는 방법

손혜민 기자: 북한 주민들에게는 식량난 문제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 않나요. 식량 문제를 자체로 해결해 살아가려면 식량을 살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을 벌려면 경제활동을 해야 됩니다. 그러자면 단위당 시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장사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삶이죠. 그런 가운데 발상한 것이 강냉이를 재배하는 것보다 오이나 고추 등을 사철 재배하는 온실 농사였습니다. 온실 농사는 일정한 땅과 연료 등 자본이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자본이 들지 않는 농사를 고안한 것이 바로 땅콩 재배입니다.

우선 북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에는 아파트든 단층집이든 반드시 크고 작은 창고가 달려 있습니다. 주택 지붕과 달리 창고 지붕은 대부분 콘크리트 평판이죠. 따라서 창고 지붕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이용되거나, 여름 밤이면 모기 성화에 잠을 자지 못하는 가족의 잠자리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특히 가을이면 창고 지붕이 건조장으로 변하기도 했죠. 고추나 무 오가리(말랭이), 가지 등을 썰어 창고 지붕에 쭉 널어 놓으면 가을 햇빛에 정말 잘 마릅니다.

2016년 7월, 한 남성이 평양의 한 아파트 건물 발코니에서 식물을 가꾸고 있다.
2016년 7월, 한 남성이 평양의 한 아파트 건물 발코니에서 식물을 가꾸고 있다. 2016년 7월, 한 남성이 평양의 한 아파트 건물 발코니에서 식물을 가꾸고 있다. (AFP)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지방도시에서는 창고 지붕에 흙을 깔고 고추나 부루(상추)를 심는 주민이 등장했거든요. 장마당에서 남새를 사먹는 것보다 창고 지붕에서 농사 지으면 가족의 부식물 비용을 어느 정도 절약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것을 본받아 2010년대는 대부분의 살림집 창고 지붕이 고추 밭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 단계 더 발전해 창고 지붕에 고추 재배보다 땅콩을 심어 수확한 이후 장마당에 판매하는 것이 수익성이 높다고 생각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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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지붕에 심은 땅콩이 살림에 미치는 영향

진행자: 그동안에도 창고 지붕은 여러 모로 활용이 잘 되고 있었네요. 창고 지붕 정도 규모에 땅콩을 심으면 살림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될까요?

손혜민 기자: 북한 주민들의 살림집 창고 면적은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밑에 연립식으로 되어 있어 크지 않습니다. 보통 6~8평 정도로 설계되는데요. 북한에서 1평은 길이 1미터 너비 1미터로 계산됩니다. 단층의 경우 공장 노동자들이 밀집된 노동자지구의 경우 살림집 창고가 조금 큽니다. 특히 노동자지구의 살림집은 텃밭이 달린 단층집이어서 대부분 창고를 증축하거나 새로 지어 살림집 면적보다 큰 창고도 있거든요. 기존 창고는 김치와 연탄 등을 보관하는 장소, 새로 지은 창고는 식당이나 상품 도매 공간으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주민 세대당 창고 지붕 면적이 최소 10평에서 20평까지라고 추정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 모래 흙을 올려 땅콩을 재배하면 120일 정도 지나 수확할 수 있습니다. 5월 중순에 심어도 9월 하순부터 수확이 가능한 겁니다. 평당 땅콩 수확량을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 뿌리에 평균 30~40개 달린다고 하니까 적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땅콩이 흔해 ‘심심풀이 땅콩’으로 회자되지만, 북한에서는 단백질 음식으로, 맥주 안주 등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서 돈이 되는 겁니다.

땅속에서 캐낸 땅콩
땅속에서 캐낸 땅콩 땅속에서 캐낸 땅콩 (연합)

북한 주민들의 땅콩 사랑

진행자: 돈이 된다고 하니 너도 나도 땅콩 종자를 사서 심는 모양인데요. 북한에서 땅콩 수요가 얼마나 많습니까?

손혜민 기자: 북한 시장화는 식량과 식품 등 소비재시장 다음으로 식당과 상점 등 서비스시장이 발달했습니다. 식당과 상점 중에서도 식당은 전국적으로 급증했는데요. 식당이 얼마나 많냐면요. 국가상업망 산하 식당, 지방정부 급양관리소 산하 식당, 국영기업 산하 식당, 개인 식당 등 장마당 입구마다 자리한 식당까지 합치면 각 지역마다 운영되고 있는 식당의 규모가 상상되실 겁니다. 규모가 크든 작든 각 식당마다 술과 맥주를 팔고 있는데, 여기서 땅콩은 술 안주요리로 사용됩니다.

그만큼 수요가 많은 겁니다. 이 때문에 황해남도의 일부 농장에서는 모래 성분이 많은 토지에 국가계획으로 부여된 옥수수나 남새를 심지 않고 땅콩을 재배해 평양 식당이나 시장에 도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산 땅콩보다 북한산 땅콩이 맛있어 가격도 비싸니 이제는 국영농장에서도 땅콩 장사에 나선 겁니다. 일반 주민이든, 국영농장이든 땅콩 농사라도 많이 지어 먹는 문제가 조금이라도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진행자: 틈새 공간을 너무나 잘 활용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 하지만 너도 나도 심어서 땅콩 가격이 내려가지나 않을까 걱정이네요. 그렇게 되기 전에 북한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당국이 좀 먼저 찾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