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50대 남자입니다. 이제 한국에 탈북민 분들이 꽤 많이 계시잖아요. 그 중 많은 분들이 북한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 받아왔지만 코로나 때는 통제가 심해서 거의 차단됐다고 들었어요. 제가 탈북민 분들에게 평소에도 좀 관심이 많은 편인데, 코로나 때 어려웠던 가족과의 연락이 지금은 좀 나아졌는지가 궁금해서요. 최근엔 주고 어떤 방법으로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 받나요?”
정말 탈북민들에게 관심이 많으신 분인 듯 합니다. 사실 한국인 중에는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말하면 오히려 깜짝 놀라면서 그게 가능하냐고 묻는 분들이 아직 더 많거든요.
사실 한국에선 전 세계 어디로든 누구의 허락도 없이 자유롭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는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 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가장 가까운 곳, 북한 만큼은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말에도 여전히 놀라게 되고 실제로도 그만큼 연락이 어려운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는 탈북민의 수는 2024년 말 기준 34314명이었습니다. 고향을 떠난 지 몇 십년이 된 사람부터 이제 막 몇 달이 안 된 사람까지, 그 시기는 제각각이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두고온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는 건 탈북민이라면 누구나 같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탈북민들은 어떻게든 북한 가족과의 연락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불법 통화 감청으로 통화는 최대 5분
정말 쉽지 않아서 더 궁금하실 것 같은데요. 우선은 북한 접경 지역, 그러니까 함경북도나 양강도, 신의주 등에서는 중국에서 반입된 휴대전화를 이용해 북한 내부에서 몰래 국제 전화를 통해 통화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의 이동통신망(China Unicom, China Mobile 등)이 접경 지역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중국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단, 북한 당국이 불법 통화를 감청하고 단속하기 때문에, 통화 시간은 보통 5분 이내로 매우 짧게 해야 하고 통화 중간에도 위치를 옮기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통화는 북한에서 먼저 걸려와야 한국에서 받는 방식입니다. 한국에서 할 수는 없는 거죠.
다음으로 북한 내부에 있는 브로커, 그러니까 밀수업자나 국제전화 중개인에게 돈을 보내고, 브로커가 가족과 연락을 연결해 주는 방식이 있는데 가장 오랫동안 이용되어 온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보통 중국에서 활동하는 탈북민 브로커를 통해 북한 가족과 연결되는데, 탈북민이 중국의 중개인에게 송금하면, 중개인은 북한 내부의 브로커에게 일부 금액을 지급하고, 브로커가 가족과 연락을 주선하는 구조입니다. 북한 내부 브로커가 중국산 휴대전화나 불법 위성전화를 통해 연락을 주선하게 됩니다.
이외에 종이 편지나 USB에 영상이나 음성 메시지를 담아 북한 브로커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도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탈북민이 중국의 브로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 브로커가 북한 내부 브로커를 통해 가족에게 USB나 종이 편지를 전달하는 구조인 건데, 이 방식은 전화보다 안전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아주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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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탈북민 가족들은 밀수된 위성전화를 사용해 국제 전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리듐(Iridium) 위성전화 등이 사용되지만, 북한 당국이 위성전화 신호를 탐지해 단속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일반 주민들의 인터넷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고위층 일부는 제한적으로 해외 인터넷에 접근 가능합니다. 중국에 친척이 있는 경우, 중국 SNS(웨이신, QQ 등)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반 주민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탈북민들, 코로나 이후 북한 가족과 통화 계속 어려움 겪어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당국은 국경 지역에서 불법 휴대전화 사용자를 탐지하는 감시장비를 도입하여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여 감시 장비를 이용한 전화 감청이 전에 비해 훨씬 활발해졌고, 적발 시 강제노동, 수감, 심한 경우 처형 등 처벌의 수위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코로나 시기 북한의 내부 봉쇄로 확 줄어들었던 탈북민들의 가족과의 연락은 아직까지도 그 빈도나 량에서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고, 이렇게 연락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등 3국 브로커들이나 가족들의 위험 부담이 커진 것뿐 아니라 연락을 위한 탈북민들의 비용 부담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탈북민들은 한국의 방송에 나와서도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만큼 한국에서는 탈북민들의 가족과의 연락에 대해 제재하거나 처벌하는 일이 전혀 없습니다. 물론 가족과의 연락 과정에서 보위부가 개입할 경우, 탈북민 스스로 이를 밝히거나 정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있으나 가족과의 안부를 주고받는 개인들의 당연한 자유와 권리를 나라가 억압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군인들의 소식 역시 한국에선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는데, 북한과 연락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들의 부모님에게 생사 확인이라도 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