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금융제재 보다 핵폐기 문제에 집중해야” - 힐 차관보

6자회담 나흘째에도 계속 북한과 미국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측 6자회담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금융제재 문제 말고 핵폐기 문제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가지고 핵폐기 문제 논의를 지연시키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핵폐기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인데도 북한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 핵폐기 협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Chris Hill: It is difficult to engage them (the North Koreans) on the other subjects when they have come in with a very strong view on the financial issue... This is a challenge that we face.

또 힐 차관보는 작년 9월 발표된 공동성명의 조속한 이행을 거듭 강조하면서 당장 이번 주 안에라도 이행될 요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성명에는 북한이 핵포기를 하는 대신 경제지원과 안전보장을 담보 받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이같은 미국 입장과는 달리 북한은 회담 나흘째에도 여전히 미국의 대북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핵폐기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북한 측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핵폐기 초기 이행조치와 관련해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동결계좌를 해제한 후에야 일부 조치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측 의중을 충실히 대변해온 재일본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21일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동결계좌 해제 여부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6자회담 현장에 파견된 자유아시아방송 기자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남한 고위 관리는 기자들에게 북한 측이 계속 먼저 대북금융제재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어 핵폐기 관련한 논의는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리는 미국 측이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북한의 핵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북한 측은 아직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관리는 북한이 핵무기 생산 동결과 관련해 논의할 의사가 있지만 이미 만들어진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앞서 북미 두 나라는 이틀에 걸쳐 미국의 대북금융제재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회의를 열었지만 문제 해결의 돌파구는 찾지 못했습니다. 회담을 마친 후 미국 측 금융제재 실무회담 대표인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그간 북한의 불법금융행위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 문제는 단시일 안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