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로 예정된 남북한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 운행을 행사 하루 전에 취소했습니다. 북한은 그 이유로 군사보장 조치 미비와 남한의 불안한 정세를 꼽았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 정부는 24일 성명을 통해 이번 행사 무산은 북한 책임이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어떻게 북한이 남북 열차시험 운행 행사를 하루 앞두고 전격 이를 취소한 것입니까?
북한 측은 군사보장 조치 미비와 남측의 불안한 정세를 거론하면서 24일 오전 25일로 예정된 경의선, 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남한 측에 전격 통보했습니다. 남북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 북한 측 단장인 박정성 철도성 국장은 남측에 보낸 전통문에서 앞으로 남북 군사당국 사이에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고 남측의 비정상적인 내부사태가 안정돼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남북열차 시험운행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 정부는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죠?
그렇습니다. 남한 통일부는 24일 대북 유감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신언상 통일부 차관의 말을 들어보시죠.
신언상: (남한) 정부는 남북 당국간에 합의하고 이후 수차례에 걸쳐 협의해 온 바 있는 열차 시험운행을 하루 남겨둔 시점에서 북측이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남측 정세를 터무니없이 운운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신 차관은 이번에 예정됐던 철도시험운행이 무산된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밝힌다면서 북한이 합의사항을 손쉽게 파기하는 것은 남북 화해 협력과 한반도 정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북한 측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또 남한 정부는 민족의 혈맥인 철도가 어떤 경우에도 합의한 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신 차관은 밝혔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갑자기 합의사항을 전격 취소한 배경이 궁금한데요?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군사적 보장조치 미비 등을 이유로 한 북한 군부의 반대 때문인데요.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 철도 연결사업을 통해 더 많은 남한의 대북 경제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한 고려대의 남성욱 교수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북한 측 뜻대로 서해 군사분계선 재조정 문제를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반발과 함께 이번 열차 시험운행 행사와 관련된 남측의 경제적 대가가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못한 것이 그 근본 원인일 것으로 지적했습니다.
남성욱: 남한의 경제적 지원을 원하는 것이다. 북한 측은 개성공단을 내줄 때도 경제적 대가를 받았고 이번 시험운행을 하면서도 자신들이 받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이 구체화되지 않은 것이 반발의 원인일 것이다. 아무리 북한 군부가 강하다고 해도 모두 김정일 국방위원장 밑에 있는 것이고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더 좀 당겨도 남한 정부는 따라온다는 계산이 작용해서 이번 행사를 무산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한 세종연구소의 백학순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일은 군사 안보부문의 남북한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문제는 남북 경제협력이나 사회문화교류 협력과 비교했을 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철도 시험운행 행사를 전격 취소함으로써 앞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될 것을 우려하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네, 일부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다음 달인 6월은 6.15 남북공동선언 관련 행사 등 남북한 관련 행사 일정이 많은 달이기 때문에 그다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남성욱: 크게 차질은 없을 것이다. 6월에 남북공조 관련 절정의 행사들이 예정돼 있고 북한도 남한과의 협력 분위기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측이 원하는 조건과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 6월달에 행사가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남한 정부 관계자와 정치권 등에서도 허탈하고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죠?
막바지 행사 실무 준비를 해오던 통일부와 국방부, 또 철도공사 관계자들은 모두 허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또 남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이번 행사 취소를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남북한이 대화를 통해 조속히 시험운행이 다시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남한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일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남한의 대북 협상자세와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004년과 2005년에도 군사보장 합의서가 체결되지 않아 열차 시험운행이 무산됐던 만큼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남한 정부가 되풀이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내일 행사를 생중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있던 남한의 주요 방송사들도 행사가 취소됨에 따라 모두 방송계획을 조정하는 등 허탈하다는 표정입니다.
서울-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