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한은 IAEA와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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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국제원자력기구, 즉 IAEA의 사무총장인 엘바라데이 씨가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2.13 합의에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겠다고 약속한 북한당국의 초청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를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간 별로 관계가 좋지 않았던 국제원자력기구의 사무총장을 초청한 것은 적어도 북한이 2.13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IAEA 사무총장의 북한 방문은 지난 1992년 당시 한스 블릭스 사무총장의 방북 이후 15년 만입니다. 당시는 남북한사이에 비핵화 공동선언이 체결된 시점이었습니다. 특히 한미 양국이 팀 스피리트 군사훈련을 취소하는 유화적인 조치를 취하자, 그 대가로 북한이 IAEA의 사찰을 받기로 결정하고 사무총장의 방북을 허용했었습니다. 당시 블릭스 사무총장은 평양뿐 아니라 영변의 원자력시설도 둘러보았습니다. 영변의 핵시설들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때가 최초였습니다.

블릭스 사무총장은 영변을 둘러보고 나서, 당시 북한이 방사화학실험실이라고 주장하던 시설이 공장규모의 재처리시설이라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핵무기의 재료인 플루토늄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라는 뜻입니다. 블릭스 사무총장의 이런 증언은 불과 6개월 전인 1991년 12월에 남북한이 체결한 비핵화 공동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선포였습니다. 비핵화 공동선언은 남과 북이 핵 재처리시설을 갖지 않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핵화 공동선언은 서명할 때부터 북한에 의해 위반된 사생아와 다를 바 없는 문건이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와 북한의 인연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1992년 여섯 차례의 임시사찰을 실시했던 IAEA는 북한이 신고한 내용과 사찰한 결과 사이에 불일치가 존재한다며 북한에 대해 특별사찰을 요구했습니다. 특별사찰이란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장소와 시설에 대해서도 IAEA가 임의로 사찰을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인데, IAEA가 사찰을 시작한 후로 한 번도 적용하지 않았던 권한이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위신이 크게 손상되는 일이었겠지만, 그 만큼 당시 IAEA는 북한의 기만행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돌이켜 보건데, 북한은 결국 그러한 기만행위를 통해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불이치의 핵심은 북한이 재처리시설에서 얼마큼의 플루토늄을 생산했는가 하는 것이었는데, 북한은 수 백 그램 정도를 생산했다고 보고했으나, IAEA는 과학적 분석의 결과 수 킬로그램을 생산했을 것으로 평가했었습니다. 2004년도 남한의 국방백서는 당시에 북한이 생산한 플루토늄의 양이 총 10-14kg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IAEA가 공정성을 잃고 미국의 대변인 노릇을 한다며 비판했고, 급기야 1993년 3월 핵무기확산금지조약, 즉 NPT에서 탈퇴했습니다. 이후 북한과 미국간에 협상이 벌어져서 제네바 기본합의가 체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를 협상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북한과 IAEA의 마찰은 계속되었습니다. 급기야 북한은 1990대 중반, IAEA 회원국 지위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볼 때, 현재 IAEA와 북한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북한이 회원국이 아닌 것은 물론, NPT에서도 탈퇴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에 북한당국이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을 초청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북한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바로 IAEA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핵문제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과 권위를 갖춘 국제기구입니다. 또한 핵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노력과 세계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IAEA와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노벨 평화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국제적인 신뢰가 두텁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면서 IAEA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한 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북한이 다시 IAEA와 충돌할 경우 북한 편을 들어줄 나라는 한 나라도 없는 것이 오늘날 국제사회의 현실이라는 점을 북한 당국은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