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북송금 관련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재구속
2006.05.25
남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다시 구속됐습니다. 박 전실장은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4억 5천만 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한 혐의와 뇌물 수수혐의 등으로 2003년 6월 구속 수감됐다가 2004년 11월 병 보석으로 풀려났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지국의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1년 반동안 불구속 상태에 있던 박지원 전 실장이 25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형과 벌금 1억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요 선고 내용을 전해주시죠.
박 전 실장은 남한의 재벌기업인 금호그룹과 SK그룹 회장에게서 각각 3천만원과 7천만원, 모두 1억원, 미화로 약 10만 달러 가량을 뇌물로 받은 혐의가 확정됐습니다. 이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에 해당합니다.
또 박 전 실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불법 대북송금 과정에서 직권 남용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또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죄가 모두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비자금 150억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박 전 실장은 징역 3년 형이 선고된 만큼 그동안의 구속기간 1년 5개월을 제외하면 앞으로 1년 반 정도의 형을 더 살아야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판부가 밝힌 판결 배경도 소개해 주시죠.
남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전 실장이 대북송금 사실을 숨기고 남북 정상회담 사실만 남한 국민들에게 발표했고 자금 조달 방법도 공식 논의하지 않다가 ‘현대’라는 사기업으로 하여금 남북교류협력 자금조달 부담을 지운 면은 나쁜 참작사항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산업은행에 부당 대출을 시키고 4억 5천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해 외환관리법을 위반한 점, 또 대북송금에 앞서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지 않아 국론분열을 초래한 점 등도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은 이번 판결에 실망했다고 하던데요.
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2년 가깝게 형을 살고 지병이 있어 보석 중인 박 전 실장을 다시 구속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남한의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우상호 대변인은 박 전 실장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에 대해 남과 북의 특수한 상황에서 그러한 활동까지 사법적인 판단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실장은 오는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 때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특별 수행단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이 날 법정 구속됨에 따라 방북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외국 통신사들도 이번 판결에 관심을 보였죠?
네, 박 전 실장의 구속 소식을 전한 미국의 AP통신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전 4억 5천만 달러가 불법으로 북한에 송금됐는데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까지 5년의 임기를 모두 마쳤으며 전혀 기소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AP통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등의 업적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대북송금에 대해서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정당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남한 야당은 돈을 주고 정상회담을 산 것이라고 비난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