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이산가족상봉단 금강산서 발 묶여
2006.03.22
금강산에서 열린 제13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석한 1진 상봉단이 예정대로 남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취재하던 남측 취재단의 보도내용을 문제 삼으며 이들의 귀환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초 이산가족 1진 상봉단은 22일 오전에 열린 작별 상봉을 마치고 귀환 길에 오를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북측은 상봉소식을 전하면서 ‘납북’ 이라는 표현을 쓴 일부 남한 방송 기자에게 취재를 중단하고 상봉단 1진과 함께 남측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남한 기자는 북측의 이 같은 요구를 거부했고 북측은 남측 이산가족들도 떠날 수 없다며 이산가족들의 출발을 연기시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 측은 특정 기자를 선별해 철수를 요구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고 이 같은 요구는 남북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북측을 설득했으나 북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측에 현재 남아 있는 이산가족 상봉자는 상봉자 99명, 동반 가족 50명 등 149명으로 이들은 현재 남측이 마련한 해금강 호텔 숙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한 통일부는 언제쯤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을 출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1박을 넘겨 23일 귀환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제된 방송내용은 지난 69년 서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된 신성호 선원 천문석씨가 이번 이산가족상봉행사를 통해 37년 만에 남측 부인 서순애 씨를 만나는 부분입니다. 남측 일부 방송사가 이 사연을 보도하면서 천 씨가 납북됐다 또는 어선이 나포됐다고 기사를 작성하자 북측은 20일 방송분에 대한 위성 송출을 제한했습니다.
또 이 같은 북측의 조치가 21일 남한 언론들을 통해 보도되자 북측은 오전 개별 상봉을 지연시키고 남한 언론에 대한 취재 제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남한 언론들도 북측의 취재 제한 조치에 맞서 한때 행사 취재를 전면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납북자 상봉 보도에 대한 북한 당국의 민감한 반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해 11월에 열렸던 12차 상봉 행사에서도 한 방송사가 납북이라는 표현을 썼다면서 방송 송출은 막은 바 있습니다.
현재 23일 오전 금강산으로 출발하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2진은 속초에서 대기 중입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 2진 상봉단의 행사에 대한 부분은 별다른 지시 사항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