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베이징서 BDA 양자회동
2006.12.19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성패를 가늠할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19일 베이징에서 첫 회담을 가졌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와 관련해 양자회동을 가진 것은 지난 3월 미국 뉴욕에서의 실무접촉이후 두 번째입니다.
이날 회담에 미국측에서는 재무부의 다니엘 글래이저 테러자금.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가, 북한측에서는 오광철 조선무역은행총재가 각각 회담 대표로 나왔습니다. 양측 대표는 베이징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세 시간 가량 만난 뒤 헤어졌습니다.
이날 회동에서 미국측은 북한이 위조지폐 생산과 유통 그리고 돈세탁 등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 해명을 하고,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은 미국측 요구에 대해 북한측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외무성 관리가 아닌 금융통인 오광철 총재를 파견한 데 대해 협상장 안팎에선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 당국자는 미국측이 화폐 위조와 돈세탁에 관련된 미국 국내법과 제도 등을 거듭 강조할 것인만큼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금융전문가를 북한이 보냈다는 사실은 협상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남한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번 미국과 북한의 베이징 양자회동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양측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를 사실에 의거하고 법률을 기준 삼아 적절히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의 진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실무반의 구성은 미국과 북한 양측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양자회동은 핵문제를 풀기 위해 역시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과 병행해 열린 것입니다. 미국은 핵문제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를 연계해서는 안 되며 6자회담에서는 핵문제 해결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와 관련해 양자회동을 가진 것은 지난 3월 미국 뉴욕에서의 실무접촉이후 두 번째입니다. 당시 미국은 북한측이 돈세탁 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활동에 동참하겠고 밝힘에 따라 리근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과 미국 재무부 관리들의 접촉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북측은 정작 미국측과의 만남이 성사되자 화폐위조와 돈세탁과 관련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북측은 자신도 위조지폐의 피해자라며 미국이 위조지폐 감별기를 지원해주고 미국 은행에 북한 계좌를 열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작년 9월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사실상 금지했습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이 은행은 지난 20년 동안 북한 기업이 화폐위조와 마약거래 대량살상무기 거래 등으로 벌어들인 돈을 세탁해줬습니다. 마카오 금융당국은 미국 재무부의 조치 이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있던 북한자금 약 2천4백만 달러를 동결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불법행위에 맞서 취한 금융조치들을 금융제재로 규정하고 작년 11월 열린 6자회담 이후 줄곧 회담 복귀를 거부했었습니다.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자 결국 6자회담에 복귀했습니다.
워싱턴-김연호
관련 기사
- ‘BDA, 작년 북한자금 최고 수억 달러 거래’
-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북한과 금괴 거래 시인
- “6자회담 안에서 북한과 양자대화 가능” - 힐 차관보
- 마카오 금융당국, ‘BDA 계좌 일부 해제’ 보도 부인
- 미국, 금융제제 문제 북과 직접 대화용의
- 남한,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에 1300만 달러 송금
- 북한이 북한 핵 관련 6자회담에 복귀의사 표시하면, 힐 평양방문도 배제 안 해
- “북 미사일 발사는 심각한 국제안보 문제” - 크리스토퍼 힐
-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 ‘6자회담 열리면 북미대표 상호방문 가능’
- “미사일 사태 해결 위해 북미 대화 중요” - 남한 통일부 장관
- “마카오, 도박 산업 위해 미국의 대북압박에 협력”
- 교도통신, “중국의 대형 은행도 북한과 거래 자제”
- 북한, BDA의혹 해소방법 제시해야-남한 고위 공직자
- 북한 돈세탁 연루된 마카오 은행, 북한과 거래 중단
- 방코델타 아시아 제제 후 북한경제 타격 - 월스트리트 저널
- 남한 수협은행, BDA와 거래 중단
- 반기문 남한 외교장관, “6자회담 2월 중 개최 확답 못해”
- 중국, “북한 돈세탁 창구로 지목된 마카오 은행 조사중”
- 미 국무부, 북 위폐거래 장면 확보
- “북 불법행위에 미 은행 이용 가능성 경고” - 미 재무부
- 주한 미 대사 “북한은 범죄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