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세심하게 조율된 실용적 접근'이란 대북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3년 가까이 미북 간에 실질적인 접촉이나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역대 최다의 미사일 도발을 통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데 이어 헌법에도 ‘핵 무력 고도화’를 명시하는 등 비핵화의 길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국과 한국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와 전망 등을 짚어봤는데요. 설문에 응한 대다수 전문가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70점 수준인 ‘C’로 평가하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전문가 설문] 첫 번째 순서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응답한 전문가 10명 중 7명 "미 대북정책 'C' 이하"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북한은 5~6번째로 뒤처져 있다. 이것만으로 ‘F’를 받기에 충분하다.”
“미북 대화를 시도조차 못 했고 결국,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등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0월 2일부터 6일까지 미국과 한국의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와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관계의 돌파구 가능성, 동북아시아의 신냉전 구도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대북 정책에 미칠 영향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 앤서니 루지에로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 담당 국장,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앤드류 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박원곤 한국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설문에 응한 10명의 한반도 전문가 중 대다수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점수로 평균 ‘C’를 줬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았고,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치지도 않았다며 낮은 점수를 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특히 루지에로 전 국장은 미국이 한국, 일본과 군사적 안보 협력을 강화한 것이 그나마 낙제점을(F) 면하게 한 요인이라며 60점 대인 ‘D’를 줬고,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가안보 수석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혀 북한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F’를 던졌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정책에 대한 연설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미국의 외교정책 순위에서 북한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그 자체로 ‘F’를 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얼마나 진전했는가를 볼 때 북한은 세계적인 군사 대국이 되고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앤드류 여 한국 석좌와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조한범 연구위원과 박원곤 교수의 평가도 ‘C’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앤드류 여] 바이든 행정부 3년 차인 올해만 놓고 평가하는 거라면 ‘C’를 주겠습니다. 별다른 진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시 새로운 접근법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초 대북정책을 처음 검토했을 때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접촉하는 노력이 훨씬 많아 ‘B’를 줄 수 있었지만, 북한이 대응을 중단하면서 큰 발전의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에 ‘C’로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한범] ‘C~D’ 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벌써 절반 이상이 지났는데, 조건 없는 대화만 말하고 있을 뿐, 북한과 그 어떤 의미 있는 실무 접촉을 성사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트럼프 정권 때의 교훈을 바탕으로 미북 대화를 시도했어야 했는데, 지금 시도조차 못 했거든요. 결국,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박원곤] 저는 ‘C-’로 평가합니다. 첫째, 적극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은 계속 핵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미국은 늘 ‘조건 없는 대화’라는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죠. 또 다른 하나는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두 개 직책을 갖고 있는데요. 그만큼 대북정책의 우선순위가 전체 외교에서 높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높게 평가한 전문가도 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한국, 일본과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워싱턴 선언’, ‘캠프 데이비드 정신’ 등을 통해 핵 억제력을 강화한 것은 매우 중요했다며 ‘A’를 줬고,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도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A’ 또는 ‘B’를 주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또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에서 정책∙전략국장을 지낸 프란체스카 지오바니니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핵 비확산, 미북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과도한 목표 없이 실용적인 접근법을 채택했다”며, “나름 미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한국, 일본과 협력을 강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B-’ 를 줬습니다.
끝으로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전쟁 억지’와 ‘동맹 강화’를 기준으로 하면 ‘A’를, ‘비핵화’와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노력으로는 ‘F’를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일본과 안보 협력을 강화한 것에 대해 설문에 응한 대다수 전문가가 높은 점수를 준 것도 이번 설문 결과의 특징이었습니다.

미북 관계 교착의 가장 큰 원인 제공은 '북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 간 접촉이나 대화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은 “교착된 미북 관계의 가장 큰 원인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는가”를 물었습니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10명 중 7명은 “그 잘못은 명백히 북한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계속 대화를 제안했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는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로버트 킹]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안보 문제에 대해 대화하려 하고, 인권 문제에 대한 대화에도 참여하려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관심이 없고, 대화하려 하지 않습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으로 북한은 전 세계로부터 자신을 고립시켰고, 북한과 협력하거나 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박원곤] (그 원인은) 100% 북한입니다. 이 교착의 일차적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등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일방적인 조치를 먼저 해야만 자신들이 의미 있는 대화에 나오겠다고 선포하고 있고, 이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조치 중 하나는 제재 해제와 한미연합훈련의 영구 중단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를 내걸고 그동안 자신들은 핵을 최대한 고도화하겠다는 것이거든요.
[앤드류 여] 북한은 최소한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그 어떤 형태의 대화도 철저히 거부했다는 것은, 주로 북한 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반면,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과 해리 카지아니스 수석 국장 등은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현실적인 목표가 없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걸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카지아니스 수석 국장도 “미국과 북한 모두 외교와 타협의 가치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많기 때문에 북한에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마주 앉아 논의하는 것에 대해 확실한 의향이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조금 양보하는 대가로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이겠지만, 북한은 더 이상 미국의 제재 완화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워싱턴에서는 지금 북한보다 훨씬 큰 문제에 직면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가장 우선순위이고, 다음은 중국입니다. 북한은 아마 5번째나 6번째일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실제로 많은 시간을 쓰지 못합니다.
이런 가운데 앤서니 루지에로 전 국장은 “미북 협상이 없으면 미국은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대북 제재의 유일한 목적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논리는 불행하게도 비현실적”이라며 미국의 태도를 꼬집기도 했습니다.
끝으로 “앞으로 일 년 정도 남은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북 관계의 돌파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10명의 전문가 중 7명이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디트라니 대사는 “미국의 제재 완화와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시험 발사, 핵물질 생산의 중단을 조건으로 돌파구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으며, 베넷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별일이 아닌, 큰 문제로 인식해 대응한다면 충분히 대북정책에서 개선 가능한 공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미국의 외교력이 이곳에 집중하는 데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실상 미국과 북한이 마주 앉아 대화할 기회를 찾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설문에 응한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사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앤서니 루지에로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 담당 국장
앤드류 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프란체스카 지오바니니 전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 정책∙전략국장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원곤 한국 이화여자대학 북한학과 교수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가안보 수석 국장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