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간첩법] 선교단체 탈북민 보호∙지원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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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의 개정된 '반간첩법'이 이달부터 시행된 가운데 그동안 중국 내 탈북민들을 지원하고 구출한 선교단체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시 중국을 방문하려는 선교사들이 계획을 포기하는가 하면, 문을 닫는 교회도 많아 현지에서 선교 단체의 도움을 기다리는 탈북민들의 신변 안전에도 빨간불이 커졌다는 지적입니다.

요즘은 중국 현지에서 탈북민을 만나기도 어렵지만, 탈북민 관련 사역을 하는 선교사도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반간첩법 시행 이후 중국 현지 분위기와 선교단체에 미친 영향을 한덕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선교사들 , '반간법첩' 시행으로 중국 방문 계획 접어

“중국의단속강화로탈북민을돕던선교사들이다시중국에들어가지못하고있고, 특히 7월부터시작된반간첩법때문에더어려워졌다.”

북중 접경 지역의 상황에 밝은 한 소식통(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이 최근(7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내용입니다.

이 소식통은 지난 6월 초 중국을 다녀온 한 한국인 사업가가 중국 대련에 입국할 때 소지하고 있던 성경책을 공항에서 압수당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전에는 개인이 보는 성경책 한 권 정도는 별다른 시비를 걸지 않았지만, 지금은 공항 관계자들이 기독교 관련 책자나 유인물은 통관 금지 대상이라며 압수하더라는 겁니다.

최근 중국을 여행한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같은 상황은 중국 내 다른 공항에서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코로나 대유행으로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중단하고 한국에 돌아온 한 선교사는 코로나가 수그러지면서 중국 여행이 가능해지자 오는 가을쯤 다시 들어가려 했지만, ‘반간첩법’ 시행으로 아예 계획을 접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총회세계선교회(GMS)의 명예선교사인 노규호 워싱턴 북한선교회 사무총장도 지난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한국에 체류하던 중 중국을 방문하려 했지만, 현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계획을 유보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노규호] 사실 저희도 중국에 방문할 계획이 있었는데 , '이제는 중국 방문이 그렇게 여의치 않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거든요. 중국을 방문해서 현지 탈북민들, 또중국에서 탈북민들을 돕고 협력하는 선교사들과 교류하고 지원하는 일들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주춤거리게 됩니다. 중국에 가서 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하다가 체포된다면 더 많은 일들을 못 하게 되잖아요.

중국이 이달부터 적용하는 ‘반간첩법’은 2014년부터 시행된 반간첩법을 개정한 것으로 기관과 조직, 개인이 중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간첩행위에 가담할 때 처벌하는 규정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반간첩법’은 이전과 달리, 간첩행위의 범위를 크게 넓혀 외국인의 간첩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반면 애매모호한 조항이 많아 중국 당국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현지 교민과 기업, 선교단체 등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노규호] 중국에서 새로운 반간첩법이 발효됐기 때문에 이제 북한 선교를 하시는 분들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럽고, 아마 일반 여행객들도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탈북민들은 중국에서 신변안전을 보장받기가 쉽지 않은데, 지금은 근거로 삼을 수 있다면 무조건 간첩법을 적용하고, 북송 조치하게 될 거라…

(사진) [China Xi's Era Cracking Down on Christians 2018 ]AP18218399926539.jpg
2018년 6월 2일, 한 남성이 중국 허난성 핑딩산 인근의 한 교회 앞에서 건초를 던지는 노동자들을 지나가고 있다. 교회 벽에 걸린 현수막 일부에서 "뛰어난 중국 전통 문화로 신도들을 교육하라”라는 문구가 보인다. / AP (Ng Han Guan/AP)

문 닫는 교회도 많아 … 탈북민 보호∙지원에 '빨간불'

중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이전 한국인 또는 미국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세워진 중국 교회들이 곳곳에서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이 교회들은 엄연히 중국의 종교법에 따라 허가를 받았고, 교회를 운영하는 담임 목사들도 중국 당국에 신고해 교회 목사로 인정을 받았지만, 지금은 ‘반간첩법’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사회도 적지 않게 동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은 탈북민이 중국 현지에서 기독교 선교 단체의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북한을 떠나 중국에 숨어 지내는 탈북민 가족이나 친척들이 선교 단체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총회세계선교회(GMS) 북한사역글로벌네트워크(GNN)의 이길로 선교사는 지난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중국에게 사역하는 선교사는 거의 없다고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길로] 없다고 봐야 합니다 . 저희에게도 북한 선교팀이 있는데, 거의 방향을 국내로 바꾸고 있어요. 구출 활동을 하고 동남아에서 양육을 한 다음 한국에 데려오는 일을 하셨는데. 그분들이 전부 일을 못 하고 계세요.

지금은 선교사란 명칭을 달고 중국에 들어갈 수도 없고, 어렵게 중국에 들어간다 해도 당국의 지속적인 감시때문에 탈북민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또 현재 중국 내에서 탈북민을 만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 선교사는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중국에서 탈북민과 함께 선교 활동을 하는 선교사도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길로] ( 2017~2018년) 당시만 해도 저희가 하는 탈북민 관련 일은 (중국 당국이) 문제를 삼을 만한 일이긴 했지만, 중국에 친척 방문을 온 북한 주민을 만나는 것 자체는 법에 저촉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그런 사역을 많이 해도 공안이 저희들을 단속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북한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기만 해도 반간첩법으로 엮어서 추방하겠다는 거죠. '북한과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선교사는 이제 (중국에) 들어오지 마라', '들어와도 반간첩법으로 엮어서 추방할 것이다', 이렇게 경고하는 것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에 문을 닫았던 한국인 교회들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다시 교회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과연 중국 당국이 이를 허가해줄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반간첩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북중 국경 지역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기독교 단속이 진행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도 중국의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부당한 구금 우려’를 제기하면서 미국인들의 여행 재고를 다시 권고한 가운데 ‘반간첩법’에 대한 불안감과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