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간첩법] 선교사들 “탈북민 사역 최악의 시기 맞아”

0:00 / 0:00

앵커: 중국의 개정된 반간첩법 시행으로 현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반간첩법에 따라 중국 내 탈북민에 대한 지원과 선교 활동 등이 간첩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탈북민 사역 활동에 최악의 시기를 맞았다”라는 것이 선교사들의 한목소리입니다.

한덕인 기자가 중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한국 ‘북한사역 글로벌네트워크’(GNN)의 이길로 선교사로부터 반간첩법 시행에 따른 영향을 들어봤습니다.

<기자>선교사님. 중국 당국이 개정한 반간첩법이 이달부터 공식 발효됐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중국의 반간첩법은 중국의 국익을 해치는 요소들을 구분 없이 모두 간첩행위로 규정할 여지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현재 중국에서 대북 사역 활동은 어떤 상황으로 듣고 계십니까?

[이길로 선교사] 우선 저는 5년 전에 중국에서 추방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중국에서 사역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사역하고 있는 제자들, 동역자들과 연계하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있는 상황입니다. 계속 소식을 듣고 있지만, 지금 중국에서 사역하시는 분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에 들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들어가도 계속 감시를 받기 때문에 탈북민 사역을 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또한 이제는 탈북민들을 만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기자>그러면 현재 중국에서, 특히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민이나 북한 관련 활동을 하는 선교사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까요?

[이길로 선교사] 네, 없다고 봐야 합니다. 저희도 북한 선교를 하는 팀이 있는데 거의 방향을 (북중 접경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바꾸고 있어요. 그동안 (탈북민) 구출 활동을 하고 동남아시아에서 양육을 한 다음에 한국에 데려오는 일을 하셨는데, 그분들이 전부 휴업 상태예요. 일을 못 하고 계세요. 특별히 인권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만 활동을 하시는데, 지금은 그런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중국 내 상황은 최악의 상황이다’ 이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은 이번에 개정한 반간첩법을 통해 탈북민 관련 일을 하든,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든 상관없이 선교사이기 때문에 더는 이 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 거죠.

<기자>이번에 개정된 반간첩법은 법률 위반 시 형사 처벌의 경우 종신형에서 사형까지, 또 개인에 대한 잠재적 민사 처벌의 경우 경고나 최대 15일의 행정적 구금, 스파이 활동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지 않는 경우 최대 5만 위안, 즉 미화로 약 7천 200달러의 벌금 등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의 물류 및 통신 회사가 간첩과 싸우는 중국 당국을 위해 '기술 지원'을 제공토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는 탈북민이나 탈북 지원 단체 등에 대한 통신 도∙감청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길로 선교사] 그렇죠. 현재로서는 북한 선교가 더 어려워졌다고 봐야죠. 이제 한국 선교사든, 중국 교회든 반간첩법이라는 게 너무 무섭게 제정됐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 자체를 간첩 활동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들과 만나 접촉하고 종교 활동을 하는 것 자체도 해당한다’라고 공고까지 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조선족분들을 포함해 중국에서 사역할 수 있는 많은 분이 한국으로 오셨잖아요. 이제 중국에 남아 있는 분들도 적은데, 북한 선교를 위한 환경은 정말 극도로 나빠졌다고 결론 내려도 될 것 같습니다.

또 이 얘기는 선교사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네 중국 교회에도 경고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중국 내 조선족을 포함해 어느 교회든 이제 북한에 선교하는 일에는 나서지 말라는 경고가 포함돼 있는 거죠.

<기자>잠시 돌아가 선교사님께서 중국에서 추방을 통보받으셨던 5년 전 상황은 어땠는지 당시 기억을 되짚어 주시겠습니까?

[이길로 선교사] 2017년 1월, 연길에서 북한 선교활동을 하시는 분들과 관련한 선교단체 사람들이 전원 추방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한국 선교사님들, 특히 선교사를 많이 파송한 단체를 중심으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겁니다. 어느 날 저는 중국에 단기 비자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안정적으로 사역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갑자기 공안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저를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그냥 “너희들 추방이다”라고 통지하면서 공문서에 도장을 찍고 2주 안에 나가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심하게 고문을 당하거나 조사를 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왜 나가야 하냐”라고 질문하니까 “너희들은 선교사가 아니냐. 우리는 선교사를 추방할 계획을 갖고 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부르고, 그들도 다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저희 부부는 2주 만에 추방됐습니다.

<기자>당시 상황이 5년 전이니, 반간첩법이 발효된 현재 상황은 선교사의 관점에서 더 막막한 상황이겠군요.

[이길로 선교사] 그렇죠. 그때 당시에 탈북민과 관련된 일은 하는 것은 문제가 됐지만, 중국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러 온 북한 주민들을 만나는 것 자체는 법에 저촉되지 않았습니다. 공안이 저희를 단속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기만 해도 반간첩법으로 엮어서 추방하겠다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은 ‘북한과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선교사는 이제 들어오지 말라’, ‘들어와도 반간첩법으로 엮어서 너희들을 추방할 것이다’라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보통 중국에서 추방당한 선교사들은 어느 정도 지나면 다시 중국에 입국할 수 있습니까. 정해진 기간이 있을까요?

[이길로 선교사]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추방되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예전에는 5년 정도 걸렸는데요. 이제는 대략 10년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말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저 같은 경우에도 지금 추방된 지 5년이 됐는데, 약 10년 정도는 기다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중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오신 선교사님의 입장에서 탈북민 지원 사역이나 선교 활동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길로 선교사] 결국은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문제라고 봅니다. 북한이 변화되는 것밖에 없다고 봅니다. 시진핑 체제가 교회를 탄압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독교가 공산당보다 더 많아지고 발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거든요. 그래서 종교 정책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건데, 이것이 한국 사람들의 출입까지도 통제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입니다. 중국 시진핑 체제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도 어렵고요. 결국, 판을 바꿔야 한다는 것 외에는 해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변화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반간첩법 시행을 멈추거나 하는 상황을 당장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선교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앞으로 이제 좀 더 고도화된 선교 전략으로 임해야 하겠죠.

(사진1) [China Vatican 2018 XI] AP22257081902576.jpg
2018년 6월 1일, 중국 중부 허난성 난양 근처의 한 가정교회 외벽에 십자가와 함께 ‘은혜’라고 쓰인 단어가 붙어 있다. 그 옆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빛바랜 사진이 보인다. / AP (Ng Han Guan/AP)

<기자>마지막으로 현재 중국 내에서 기독교의 영향력과 지위는 어느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길로 선교사]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이제는 기독교와 교회를 빼고 중국을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기독교는 공산당의 대척점에 있는 사상 체계입니다. 중국에서 많은 사람이 기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제 공산당이 무시할 수 없는 사람들이 기독교인입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고요, 아직도 지하교회가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상당히 경계하는 거죠. 그리고 이제는 기독교가 하층민 중심이 아니라 학생들과 고위층에게도 전파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중국이 이달부터 시행한 반간첩법이 탈북민 지원과 구출 활동, 북한선교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길로 선교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