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민심불안 두려워 코로나 사망자수 축소 발표”

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기자>북한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북한 내 코로나 치명률은 0.002%에 불과한데요. 전 세계적으로 낮은 치명률을 보이는 한국도 0.13%를 기록하고 있는데 북한이 이보다 더 낮은 수치를 보이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취재한 일본 의료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의 의료 수준이나 백신 접종 상황 그리고 발열자 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북한이 발표한 사망자 수는 말이 안 되는 숫자라고 합니다. 북한은 코로나 대응책을 방역이나 의료, 위생 분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방역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으로서는 코로나비루스가 유행하고 사망자가 많아져 주민들이 패닉(공포) 상태가 되는 게 겁나는 것 같습니다. 주민들이 패닉 상태가 되면 김정은 정권에 대한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사망자 수를 적게 발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방 간부들이 중앙당에 보고할 때 책임을 추궁당할까 봐 사망자 숫자를 적게 보고하는 경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조선중앙TV)은 날마다 오전 9시부터 코로나 상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보도를 보면서 본인들 주변에는 사망자가 많은데 (사망자 수가 적다고 전하는) 보도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불안감이나 불만도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조선중앙TV는 북한 내에서 코로나 상황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좋아진 상황이 아니라 아직도 긴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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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arge video screen outside Pyongyang Railway Station shows Ryu Yong Chol, an official from the state emergency epidemic prevention headquarters, speaking in Pyongyang on May 27, 2022. - Health care workers in North Korea are "intensifying" Covid tests and treatments across the country, state media said on May 27, days after the impoverished country reaffirmed the epidemic was now "clearly" under control. (Photo by KIM Won Jin / AFP) (KIM WON JIN/AFP)
2022년 5월 27일 북한 평양역 스크린에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소속 류영철 간부가 연설하는 모습. 북한 전역에서 방역과 치료를 강화해 코로나비루스가 완벽한 통제하에 있다고 북한 관영 매체가 보도했다. /AFP


<기자>지난 2년간 북한에도 코로나비루스가 유입됐으리란 추측이 무성했지만 북한 당국은 이를 완강히 부인해왔죠. 그러나 돌연 지난 달 12일 코로나비루스가 북한 내에서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인정했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그건 북한 내에 있는 평양과 다른 지방 도시의 격차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2년간 북한 내 국경 지역의 지방 도시 중심으로 코로나비루스 환자가 발생해왔다고 생각합니다. RFA도 보도한 바 있지만, 지방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다만 지방에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장비가 없기 때문에 그게 코로나비루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북한 지방에 정치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중요한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 증상이 코로나인지 아닌지 판단할 정치적인 이유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갑자기 코로나 감염자가 나왔다고 발표한 이유는 평양에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정도로 정치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있는 인물까지 코로나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년간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사실의 배경에는 북한이 오로지 평양만 중요시하고 다른 지방을 희생양으로 본 정치적인 사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북한은 일 달 초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 전원회의에서 어떤 상안이 논의되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1년에 두 번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이 '보통 국가'가 되길 바라고 있어 중앙위원회 회의를 현대화시키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회의도 이를 위해 체계화된 회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쟁점이 두 가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핵실험입니다. 제가 아는 한미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북도 풍계리에 있는 핵실험장에 핵실험 위력을 확인하기 위한 관측케이블이 최근 설치됐다고 합니다. 정말 이 단계까지 도달됐다면 기술적으로는 북한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저는 들었습니다. 다만 핵실험을 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중앙위원회에서 또 하나의 큰 관전 포인트가 될 코로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비루스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북한 당국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 버리면 큰 혼란도 예상됩니다. 아니면 코로나 악화로 북한의 핵실험을 원하지 않고 있는 중국에서 대규모 코로나 방역 물자 긴급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기술적으로 핵실험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핵실험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핵실험과 코로나비루스라는 두 가지 쟁점을 두고 논의하기 위해 북한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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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handout photo taken on May 25, 2022 and provided by the South Korean Defence Ministry in Seoul shows South Korea firing a Hyunmu-2 missile from an undisclosed location on South Korea's east coast during a live-fire exercise aimed to counter North Korea�s missile test. - North Korea fired a volley of missiles early on May 25, including a suspected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just hours after US President Joe Biden left Asia after a trip overshadowed by Pyongyang's sabre-rattling. (Photo by Handout / South Korean Defence Ministry / AFP) / ---- EDITORS NOTE ----- RESTRICTED TO EDITORIAL USE - MANDATORY CREDIT "AFP PHOTO / South Korean Defence Ministry" - NO MARKETING NO ADVERTISING CAMPAIGNS - DISTRIBUTED AS A SERVICE TO CLIENTS (HANDOUT/AFP)
2022년 5월 25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항하기 위한 한미 실사격 훈련 중 ‘현무-2’ 미사일 발사 모습을 한국 국방부가 공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떠난 지 불과 몇 시간만에 북한은 25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의심되는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AFP

<기자>북한의 대내외 관영매체들은 최근 4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 관련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미사일 시험발사 때마다 자세한 내용을 보도하던 관례에 비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최근 5월 25일에도 '화성-17형'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습니다. 평양 근처에 있는 순안공항에서 발사했다고 하니까 김정은 총비서가 시찰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미사일 시험 발사를 발표하지 않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을 '보통 국가'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군사훈련이나 발사 시험을 발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미일도 미사일 시험이나 군사 훈련을 하나하나 크게 보도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북한이 한미 양국이 반격할 것을 우려하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특히 한국군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북한에 대한 강한 대항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월에는 최첨단 F-35 스텔스 전투기를 대량 동원하면서 대규모 순간 출격 훈련인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도 한 바 있었습니다. 5월 25일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한국군은 '현무-2' 지대지미사일을, 주한미군은 ATACMS(에이태킴스)를 각각 발사했습니다. 두 발의 탄도미사일은 동해를 향해서 발사했지만 제가 듣기로 거리는 김정은 총비서가 있는 침실까지와 똑같은 거리였다고 합니다.


<기자>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제25차 전체대회가 지난 달 28일부터 이틀간 진행됐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서한을 보내 조총련 활동을 장려하기도 했는데, 이 전체대회는 어떤 행사였는지 간략히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조총련은 4년에 한 번 전체 회의를 하고 있는데요. 전체대회는 28일과 29일 동경에서 열렸습니다. 원래 대회의 기조 보고는 의장이 해왔지만, 이번에는 박구호 제1부의장이 했습니다. 참석자의 말로는 허종만 총련중앙상임위원회 의장은 67살이어서 대회 인사만 했는데도 그 사람의 자리부터 연설대까지 5미터 거리를 걸어가는 데 2분 정도 걸려 건강이 안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박구호 체제로의 세대교체는 평양이 강하게 희망했다고 저는 듣고 있고요. 기조 보고에서도 신세대가 활동을 인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5년 전에 했던 대회와 비교하면 예산 규모도 많이 축소되었고, 조총련을 둘러싼 상황이 어려워진 것이 이번 대회에서 부각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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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서한 대독하는 조선총련 간부 김정은 서한 대독하는 조선총련 간부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가 28일 도쿄 기타구 도쿄조선문회회관에서 제25회 전체대회를 열고 동포의 행복과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해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선총련 간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총련에 보낸 서한을 대독하는 모습. 2022.5.28 sungjinpark@yna.co.kr/2022-05-28 15:40:43/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박성진/YNA)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가 28일 도쿄 기타구 도쿄조선문회회관에서 제25회 전체대회를 열고 동포의 행복과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해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선총련 간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총련에 보낸 서한을 대독하는 모습. /연합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