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력∙검사 시약 등 코로나에 여전히 취약
2023.11.17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이후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 봅니다. 서울에서 안경수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코로나 기간 고려의사 투입할 만큼 인력 부족
[안경수] ‘전국보건일군 정성경험토론회’가 지난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열렸는데요. 묘향산 의료기구 공장에서 열렸습니다. 이 토론회는 소위 ‘정성 운동’을 한 건데요. 북한의 의사 명찰에는 ‘정성’이라고 크게 적혀 있습니다. 북한 의료 활동에 대한 경험을 발표하는 장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우월한 사회주의 인민적 복원 시책을 주민들과 환자들에게 적용해 소생의 기쁨을 안겨다 준다’는 식의 토론회입니다.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데, 올해 11월에 열린 17차 토론회에서 몇 가지 특이점이 보였습니다.
일단 제3예방원에 근무하고 있다는 간호원의 발표를 보면 ‘남들이 선뜻 가기 꺼리는 어둡고 힘든 초소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제3예방원이 결핵을 담당하는 격리 병동이거든요. 의료인력들이 가기 싫어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죠. 결핵이 기피, 비선호하는 과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선호도가 낮고 어렵고 힘든 의료기관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무의식중에 암시가 되는 거예요.
두 번째는 작년에 코로나로 인한 최대비상방역 기간이 있었잖아요. 최대비상방역기간에 문천시 병원에서 고려의사, 즉 한의사가 그 지역에 130여 세대를 담당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작년에 코로나 최대비상방역 기간에 한의학을 하는 고려 의사들도 투입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의사와 약국 위주로 진행했잖아요. 하지만 한의학을 하는 고려 의사들도 작년 코로나 비상시국에 다 투입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또 다른 특이점이 있을까요?
[안경수] ‘신종 코로나비루스 항체 검사 시약을 개발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의학연구원 (산하) 의학 생물학 연구소에서 나온 한 연구자가 ‘한 달도 못 되는 짧은 기간에 신종 코로나비루스 항체 검사 시약을 내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20년 동안 연구했지만, (코로나) 재조합 단백질 같은 매우 특수한 단백질은 처음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계속 조사하고 실험을 거듭해, 한 달 만에 항체 검사 시약을 내놓게 되었다’고 토론회에서 발표하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발표에) 의문이 있고 신뢰성이 없다고 보는데요. 이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이 이렇게 코로나 관련 검사 시약을 개발했다고 하는 말 자체가 ‘북한에서도 코로나가 어느 정도 확산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이런 혁신적인 검사 시약을 개발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없죠. 진실에 대한 신뢰성은 없겠으나, 북한에서 코로나가 확산했다는 것을 은연중에 방증하는 겁니다. 그걸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고려 의사가 투입됐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코로나와 고려의학은 좀 거리가 있잖아요. ‘그만큼 인력이 부족했던 걸 보여주는 걸까?’라는 의문이 드는데요.
[안경수]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한의학과 코로나는 관계가 없습니다. 코로나를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명백하게 한의학을 담당하는 고려 의사들이 코로나 비상시국에 투입됐다면 결론은, 인력을 최대한도로 투입해야 하니 병원에 있는 고려 의사까지 투입한 것으로 봅니다. 일반 의사(신의사)가 투입됐다고 마땅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코로나는 결국 진단, 보고, 관리를 담당하는 인력들이죠. 고려 의사도 그걸 담당하러 갔을 거예요. 치료는 아니죠.
[기자] 검사 시약을 한 달 만에 개발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시기를 내포할 만한 단서가 있을까요?
[안경수] 시기는 정확히 나오지 않았는데, 작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년 어느 시점에 한 달 사이인 것 같습니다. 이 대회가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것이고, 저번에도 코로나 중인 2021년 11월에 열렸습니다. 그때는 이런 얘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2022년쯤에 개발이 됐으니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닐까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정이고, 신뢰성에는 의문이죠. 검사 시약을 개발하려 노력했다는 것은 맞다고 보고 있고요. 중요한 건 북한에서 코로나가 유의미하게 확산했다는 게 방증 된다는 점입니다.
[기자] 그렇군요. 저는 고려 의사를 투입한 것도 코로나가 유의미하게 확산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지 생각이 드는데요.
[안경수] 그럴 수 있습니다. 환자가 많다고 판단되니까 최대한 의사들, 소위 고려 의사를 파견해 투입하는 경우일 수 있고요. 고려 의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지만 나름의 역할이 있었을 겁니다. 코로나 그 자체는 치료하지 못 하지만, 코로나로 수반되는 감기, 몸살, 열, 식은땀 등은 침, 뜸, 부황, 안마 등으로 경감할 수 있습니다. 완화는 충분히 시킬 수 있죠.
폐쇄 국가 북한, 오히려 ‘빈대 포비아’에 안전
[기자] 한 가지 더 짚어보겠습니다. 최근 빈대(베드버그) 문제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면서 ‘빈대 포비아(공포)’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한국에서도 전국 곳곳에서 빈대 발생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도 빈대 관련 소식이 있을까요? 빈대 문제가 심각한 편인지도 궁금합니다.
[안경수]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빈대 문제가 확산하는 모습인데요. 북한의 빈대 문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인 빈대 문제는 서구화, 공업화, 위생의 발달, 의학의 발달, 사회 진보 등으로 사실 빈대가 사라졌다가 최근 제3세계 등에서 이주 또는 난민으로 오거나 혹은 여행객들로 인해 선진사회에 유입돼 나타나고 있어 더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북한은 이주나 난민, 여행객 등 유동성이 많은 나라가 아닙니다. 기존 북한의 빈대, 위생 문제를 살펴 볼 필요가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빈대에 대해 신뢰 있는 통계나 자료가 없기 때문에 결국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에서 빈대와 관련된 증언과 정보는 대체로 북한 인권 분야, 즉 수용시설과 관련한 증언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이 거의 대부분인데요. ‘이 수용시설에서 벼룩이나 빈대가 너무 많아서 고통스러웠다’라는 증언이 매우 많습니다. 샤워 시설 등이 위생적으로 열악하고, 또 많은 사람이 과밀하게 수용되는 환경에서 벼룩과 빈대가 많이 발생하고, 거기에 대해 대책이 미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일반 가정집의 빈대 문제는 어떤 편인가요?
[안경수] 일반 가정집에 빈대가 있다는 증언은 많이 없습니다. 당연히 빈대가 있는 가정도 있겠죠. 북한은 외부인의 유동성이 거의 없는 극도로 폐쇄된 국가입니다. 북한의 위생 상황이나, 가정집 상황을 보면 일반 가정집의 위생 관념은 철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보건의료 쪽을 살펴보면, 북한 의료기관 중에서도 열악한 지역이 있습니다. 산골이나 외진 곳에 있고 시내와 떨어져 있으면서 환자들을 많이 수용하는, 환경이 안 좋은 결핵 요양소와 같은 제3 예방 병동의 경우 빈대가 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종합해 보면 위생이 안 좋고 열악한 곳은 북한에서도 빈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시설에는 주민들이 잘 안 갑니다. 주민들이 결핵에 걸려도 제3예방원을 잘 안 가는 이유가 경제적인 여건과 식생활 문제도 있지만, 위생 상황도 있습니다. 주민들이 알아서 안 가니까 기피 시설이 된 거죠.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서울에서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