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통보 요청에도 북 황강댐 계속 무단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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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정부가 북한에 황강댐을 방류할 시 사전 통보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그 후 북한이 일부 수문을 열고 물을 무단 방류하는 것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또 방류하는 물의 양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장마철을 맞아 수위 조절을 위한 수문 개방일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 정부가 사전에 통보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음에도 북한의 의도적인 무시는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7월 20일, 24일, 27일에 수문 개방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 추가로 말씀드릴 것은 지난 6월 30일 정부는 장마철 남북 접경지역의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북측이 댐 방류 시 우리 측에 미리 통보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한 바 있습니다. 미통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북측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촉구하는 바입니다.

한국 통일부의 구병삼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장마철 남북 접경지역의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북한이 댐을 방류할 때 사전 통보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습니다.

구 대변인은 특히 과거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북한 황강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남북 접경지역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수량을 면밀히 주시하고,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로부터 3일 뒤인 지난 7월 20일,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촬영한 북한 황강댐에서 일부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댐에서 쏟아져 나온 물로 발생한 하얀 포말(물거품)이 포착된 겁니다.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황강댐 저수지의 물이 만수위에 가까운 듯 보이며, 당시 수문 개방은 수위 조절을 위한 방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성학] 지난 7월 20일 영상을 보면 (황강댐) 수문 일부를 개방하고, 방류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흰색 포말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포착됐고요. 이어서 지난 27일 영상을 보면 물 방류량이 늘었습니다. 물 방류량을 늘리고 있는 겁니다. 하 류에 홍수나 침수를 유발할 만한 위험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

하지만 황강댐은 지난 24일에도 물을 방류했으며, 27일에는 더 많은 수문을 연 모습이 위성사진에 그대로 포착됐습니다. 방류하는 물의 양이 늘어난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28일 RFA에 북한 측으로부터 황강댐 방류와 관련해 사전 통보하거나 연락이 온 것은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댐을 방류할 경우 사전 통보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하고, 이를 거듭 촉구했음에도 북한이 계속 무단 방류한 겁니다.

[구병삼] 전반적으로 모든 댐 방류를 통보하는 것은 국제적인 관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조금 더 유의하고 있는 것은 2009년에 인명사고가 발생했던 황강댐을 좀 더 강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황강댐 무단 방류 , 과거 사례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도 북한이 황강댐을 무단 방류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은 사례는 많습니다.

2009년 9월과 2012년 8월,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을 방류해 각각 6명과 2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2020년 8월에는 황강댐의 무단 방류로 경기도 파주와 연천지역에서 70채 이상의 주택이 침수되고, 141곳의 군사시설과 44곳의 하천이 유실됐으며, 주민들이 서둘러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임진강 물이 갑자기 불어나 행락객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는데, 이때도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댐 방류 시 사전 통보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을 맞아 북한의 이해와 협조가 거듭 요구되는 시기이지만, 북한이 매번 이를 무시함으로써 임진강 하류 지역의 주민들은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긴장과 공포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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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강댐에서 한국 군남댐까지는 직선거리로 35.5km에 이르며, 황강댐을 방류할 경우 물이 도달하기까지 6~9시간 정도 걸린다. / 구글어스, 이미지 제작 – 정성학

한국은 북한 황강댐(총저수량 3억 5천만 톤)의 무단 방류에 대비해 2010년 6월, 경기도 연천군에 군남댐(저수량 7천100톤)을 완공했지만, 그 규모가 황강댐의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무단 방류할 경우 임진강 하류 지역의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또 한국 민간단체인 ‘굿파머스’의 조충희 연구소장은 RFA에 황강댐 방류는 한국뿐 아니라 북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 조충희 ] 저수지에 물이 차면 수문을 열어놓을 수밖에 없는데 , 수문을 열어놓으면 이미 다른 곳에서 내려온 물과 저수지에 물이 합쳐지거든요 . 그러면 내려가는 물의 양이 배로 많아지게 되고 , 미처 빠지지 못하면 다시 (북한 쪽) 논으로 흘러들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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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준공된 황강댐은 임진강 물의 흐름을 막아 거대한 저수지를 조성했으며, 댐의 길이는 약 1.1km에 달한다. 댐 우측 벽에는 폭 15m, 길이 190m 크기의 글씨로 ‘심장을 바치자 어머니 조국에’라는 구호도 보인다. 댐 좌측에는 저수지 물을 내보내는 여수로가 있는데, 수력발전을 위해 임진강 물 일부를 예성강으로 돌리고 있다. / 구글어스, 이미지 제작 – 정성학

북한은 지난 2009년 한국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후 같은 해 10월, 수문 개방 시 한국에 사전 통보하기로 한국 정부와 합의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입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한국 측에 사전 통보한 뒤 황강댐을 방류한 사례는 모두 6차례인데, 이중 지난 2009년 10월에 합의한 이후 지금까지 사전 통보한 사례는 2010년과 2013년에 각각 2차례씩 모두 4차례뿐입니다.

또 황강댐에서 방류한 물은 4시간이면 남측에 도착하고, 군남댐까지 도달하려면 최소 6시간에서 9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북한이 제대로 통보만 해준다면 하류 지역에서 충분히 대비 또는 대피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8월 초에도 북한 전역에 비 소식이 계속 예고돼 있습니다.

따라서 여름이 지날 때까지 황강댐의 물이 수시로 방류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북한의 의도적인 무시는 계속되고 있어 이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 위성사진 판독∙분석: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