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라오스 수도의 한 건설 현장에서 외화벌이에 동원됐던 북한 노동자가 추락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 북한 노동자는 호텔 승강기 보수 공사 도중 추락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수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14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시내에 위치한 덴사반 호텔에서 승강기 보수 공사에 동원됐던 한 북한 노동자가 추락사했습니다.
노동자는 추락 후 의식을 잃고 인근 툴라콤(Thoulakhom district) 지역 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한 것으로 1일 확인됐습니다.
병원 측 관계자는 이날 RFA 라오서비스에 “덴사반 호텔 카지노 승강기 보수공사 중 한 노동자가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의식은 없었지만 숨을 쉬고 있었고,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결국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시신은 건설업체에 의해 비엔티안 찬타베리 지구에 위치한 중국 동팔랩 재단으로 옮겨졌으며, 이후 재단의 조치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이어 관계자는 RFA에 “사망한 노동자의 국적은 북한인”이라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앞서 라오스 현지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11월 22일) RFA에 “호텔 보수공사 도중 북한 노동자가 승강기에서 추락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통은 사고가 날 당시 현장에 5명 이하의 비교적 적은 인부들이 작업 중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RFA 취재진이 (11월 23일) 실시간 채팅을 통해 이번 사고에 관해 묻자 호텔 측은 “승강기 보수 공사를 진행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남북한과 동시에 외교관계를 맺어온 라오스에는 현재 100-200명 가량의 북한 노동자들이 건설, 정보통신기술(IT) 분야는 물론 식당에서 외화벌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기존 비자를 연장하거나 국제 사회의 감시를 피하고자 취업비자가 아닌 공무 수행 비자로 입국하는 등의 편법으로 라오스에서 체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라오스 내 기업이 북한 대사관에 노동자 파견을 직접 요청하는 방식으로 북한 노동자 공급이 이뤄지기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이후 대북제재결의 2397호를 채택해 해외에 있는 북한 노동자를 2019년 말까지 본국으로 송환토록 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는 (11월 23일) 오랫동안 외교적 우호 관계를 맺어온 북한과 라오스 간에 암묵적인 협조가 있었으리라 짐작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정부 입장으로서는 라오스에 노동자를 파견하는 데 편의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라오스가 경제적으로는 주로 중국과 가장 큰 협력 관계에 있기 때문에 북한 해외 노동자 인정하더라도 중국을 자극하는 게 아니니 (노동자 파견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됩니다.
앞서 지난 9월 22일 공개된 유엔 전문가단 보고서는 ‘해외에 체류해온 북한 정보기술자 오춘성이 미국의 구인 플랫폼 ‘업워크(Upwork)’를 통해 신분을 속이고 근무하다 가짜 국적이 탄로 나자 다수의 북한 정보기술 노동자들과 함께 라오스로 도주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