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애인 인식 개선 ‘잰걸음’… 근본적 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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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평양에는 장애인이 거주할 수 없다", "휠체어에 대한 개념이 없다", "장애인을 '불구'라 놀리며 그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 이는 모두 북한 내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반영하는 증언들입니다.

북한 정권이 장애인을 위한 법률과 제도를 마련하고, 재활 치료와 사회 진출을 위한 교육 등 각종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실제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또 북한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책 발전 등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 의료 인력 양성과 국제 교류 등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요.

유엔이 지정한 [국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수 천명의 탈북민을 인터뷰 한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장과 함께 북한 장애인의 인권 실태를 진단하고, 장애인 복지 정책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대담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북, 장애인에 대한 개념부터 선진적이지 못해”

[기자] 안경수 센터장님. 오는 12월 3일은 유엔이 지정한 국제 기념일인 ‘국제 장애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People of Disability)’입니다. 센터장님께서도 북한 장애인에 관한 탈북민 인터뷰와 조사 등을 해오셨는데요. 센터장님이 실제 듣거나 경험하신 장애인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안경수]실제로 저는 북한의 장애인 관련 기관의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 본 경험이 있는데요. 북한에서 장애인의 생활은 기본적으로 서방 국가나 대한민국과 틀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보육, 교육, 직업 활동, 재활 등으로 계속 이어지는 과정인데요. 체계는 같지만, 질적인 부분에서 북한은 많이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기억나는 증언을 말씀드리면, 산업 현장이나 공장에서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치게 되면 돌아가시거나 장애를 입게 되는데, 하루아침에 집에서 쉬게 되거나 겨우 치료해서 다시 돈을 벌어 살아야 하는 힘든 삶이 되고 마는데요. 사회생활을 하다 장애인이 되면 심리적으로 비관적이게 되고, 또 나쁜 선택(자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증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보편적인 얘기지만, 장애가 있어도 북한에서 치료나 재활이 미비하니까 결국, 영구적인 손상이나 장애로 남아 살기 어렵다는 증언이 너무 많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을 많이 면담을 해보고 조사하면서 느낀 점은 대체로 장애인에 대해 ‘불쌍하다’는 인식은 깔려있지만, 선입견도 있고, ‘내 일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도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북한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교육도 미비하다는 말씀이군요.

[안경수]그렇죠.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 취약성은 사실 부인할 여지가 없는 부분인데요. 제가 더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북한이탈주민조차도 장애인에 대한 개념, 재활, 치료, 사회복귀 교육, 자아 실현, 경제 활동에 대한 개념 자체가 선진적이지 못하다는 겁니다.

[기자] 사실 북한의 관영 언론매체나 영상 등에서 장애인을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평양에는 장애인들이 거주할 수 없다는 말도 들었는데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어떻다고 진단하십니까?

[안경수]북한 당국이 장애인들을 산속에 이주시키고, 도시 밖으로 내쫓아서 북한에 가면 장애인을 잘 볼 수 없다고 생각해 왔던 건 사실입니다. 이건 100% 사실도, 100% 거짓도 아닙니다. 지난 1960~80년대까지는 그런 일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도 국제사회와 교류하면서 개선돼 왔고, 지금은 그런 인식이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북한에 가면 장애인을 잘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평양에서는 잘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저도 평양에서 못 봤습니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보면 다른 요소도 많지만,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북한 사회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장애인의 이동권, 즉 차량 등 이동 수단이 많이 미흡하기 때문에 밖에 나가는 것에 엄두를 못 내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보건의료와 관련해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북한은 산과에서 낙태가 많습니다. 증언에 의하면 임신 중 아이가 장애가 있을 것 같으면 ‘지운다’는 식으로 다들 얘기합니다. ‘(낙태) 때문에 북한에서 장애인이 많이 안 보이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일부 있습니다. 북한에서 낙태의 활성화도 장애인이 잘 안 보이는 요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심리적인 이유도 덧붙이고 싶은데요. 북한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이 물리적인 것보다는 심리, 정신적인 차별이 더 심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게 이동권에도 반영되는 건데요. 결국, 나가기 싫으면 안 나가게 되잖아요. 그런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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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1일, 북한 평양에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최고지도자 김정일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AP (Zhang Li/AP)

“장애인 자녀, 학교가는 것부터 힘들어”

[기자] 특히 장애인에 대한 교육이나 취업 실태는 어떻게 파악하시나요?

[안경수]북한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 진출 교육, 기술 교육, 생산 시설 교육 등 체계는 다 갖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장애자 보호법'의 경우 '일반 학교에 특수 학급을 만들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맹인, 농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조직하고 운영한다'고 되어있으며, 실제로 운영됩니다. 또 맹학교와 농학교도 여러 곳에 있고, '조선장애 어린이 회복원'이라고 해서 치료와 교육을 동시에 하는 기관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탈주민과 면담이나 조사를 해보면 이런 혜택들이 잘 안 보이는 거예요.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이런 혜택들이 보편화되거나 매우 잘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이 안 듭니다. 또 북한이탈주민과 면담해 보면 '장애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 보내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부모가 키워야 한다'는 인식도 있고, 학교에 보내더라도 그 학교의 시설, 인식 등이 너무 미비하다 보니 관리가 안 된다는 거예요. 학교에서 동급생 아이들까지 놀리니까 장애인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게 되고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매일 나가야 하는 부모들이 모든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증언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장애인 아이들이 커서 성인이 될 무렵에는 직업 활동을 하거나 돈을 벌고 사회생활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북한에도 ‘장애자직업기술학교’가 있습니다. 직업기술학교에서 생산 활동에 대해 많이 배우는데, 예를 들어 만년필 공장이나 장애자 피복 생산 공장, 교정기구 공장 등에서 일하거나 외화벌이 사업에서 특기를 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매우 보편적이지 않고, 아주 미흡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북한은 2016년 11월에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습니다. 2013년 7월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한 지 3년여 만에 협약을 비준한 건데요. 하지만 여전히 북한에서 장애인은 취약계층에 속하는 듯 보입니다. 현재 북한의 장애인 정책과 복지 혜택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경수]북한에서는 2003년 6월 18일에 '장애자보호법'이 제정됐고, 2013년 7월 3일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서'에도 서명하면서 북한이 장애인 인권 보호에 있어 진전되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21년 3월 3일에는 '사회보험 및 사회보장법'도 채택했는데, 그 안에 장애인에 대한 인민적인 시책과 법의 보호 등도 명시됐습니다. 또 올해 9월 26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서 '장애자 권리 보장법'이 채택됩니다. '장애자들에 대해 보다 훌륭한 생활 조건을 보장해 주자, 사업 조건을 보장해 주자'고 하면서 법안이 채택됐는데, 이 법안의 상세한 내용은 나중에 밝혀지겠죠.

[기자] 이렇게 정책적인 면은 갖춘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적으로 복지 제도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안경수]북한은 법이나 제도의 체계가 추상적이나마 갖춰져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장은 미비합니다. 결국, 장애인에 대한 보장의 핵심은 재활 치료라고 생각하는데요. 북한에서는 장애인의 기능 장애를 없애기 위한 사업을 회복 치료로 규정하고 있는데, 회복 치료 부분에서 그렇게 진전이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는 물리치료실도 있고, 작업 치료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치료 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이 없습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법과 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런 혜택을 많이 보지 못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장애인에 대한 복지 혜택은 대표적으로 어떤 게 있나요?

[안경수]복지 혜택 중 대표적으로 꼽고 싶은 건, 급여를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노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경우 국가에서 일정 금액의 현금 급여를 주는 게 법제화돼 있거든요. 그런데 탈북민 면담이나 조사할 때 이에 대해 질문해 보면, 전혀 보지 못했다는 증언이 많았습니다. 또 후천적인 장애 또는 군부대에서 다친 사람들에 대한 지원 제도도 있긴 합니다. 시∙군 단위로 지역마다 공장에 취업하게 해서 군인들이 기업소를 운영하게 하는 제도도 있긴 한데, 이것은 일부분의 얘기일 수밖에 없는 거죠. 법에 추상적으로 나와 있는 것과 달리 실제로 많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북한 장애인과 관련해 많은 법령이 있지만, 결국 치료와 재활이 핵심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몸이 움직여야 사회 자활, 경제활동, 사회 진출, 자아실현 등이 가능하잖아요. 신체 기능이 회복돼야만 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이 미비한 거죠. 북한은 전문적인 의료 인력을 양성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실제로 탈북민들을 면담해 보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영구적인 장애를 계속 갖기도 한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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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일,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열린 장애인 및 초등학생의 공연에서 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초등학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AP (Jon Chol Jin/AP)

,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 중

[기자] 북한에서 일반 주민이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나 사회적 인식은 어떻다고 평가하십니까?

[안경수]북한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인프라(사회 시설) 등에 관해 좋은 예시가 있는데요. 2020년 11월 13일, '동평양금속건구공장'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홍보 기사를 살펴보면, 이 공장에서 많은 것을 생산하는데, 그 중 '장애자 색 보도블록'에 대한 말이 나옵니다. 요약하자면 '장애자 색 보도블록 생산에 대해 파악이 전혀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이 공장이 임무를 받았다'는 겁니다. '장애자 색 보도블록 생산에 있어 엄청나게 많은 난관에 부딪히면서도 결국, 합심해서 훌륭하게 장애자 색 보도블록을 생산했다'는 거예요. 사실 별거 아니거든요. 보도블록을 생산할 때 장애자용으로 틀을 맞춰서 생산하면 되는 거잖아요. 이조차도 굉장한 업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게 2020년의 일입니다. 이것이 북한 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장애인용 보도블록 하나 만드는 것도 굉장히 영웅시하는 기사를 낼 정도면, 장애인들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시선이 어떤가를 잘 보여주는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장애인에 대한 시선과 정책은 달라졌다고 보십니까? 앞으로 개선점이 필요하다면 무엇일까요?

[안경수]과거와 비교했을 때 2010년대 이후, 또 2020년대에 장애인에 대한 시선과 정책이 많이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북한도 그만큼 인적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건데요. 사람이 귀하다 보니 예전보다 장애인에 대한 재활 치료와 사회 진출, 경제활동, 직업 활동 등을 많이 장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장애인 올림픽 또는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많이 보내기도 합니다. 북한 내에서도 '장애자 및 애호가 체육경기대회'도 열어요. 또 최근에는 '장애자 예술제'도 열었습니다.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데 장애인 문제는 사회 소수자의 문제이고 결국, 북한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 가부장제 같은 사회문화적 요소가 개선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시선은 결국, 사회 소수자에 대한 시선,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교육부터 시작해서 사회적인 체질 개선이 돼야 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이 국제적 측면에서 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안경수]사실 장애인과 관련한 치료, 보조기구, 재활 교육, 사회 진출 교육 등은 선진국에 배워야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교류와 협력을 해야 하는데, 사실 어렵지 않습니다. 장애인 관련 교류 협력은 코로나 이전까지도 계속됐고요. 북한이 마음을 열고 장애인 관련 국제 교류를 활발히 해야 합니다. 지금 북한 나름대로 장애인 올림픽에 선수를 보내고, 관련 대회나 예술제도 열고 있는데, (장애인) 예술단이 중국, 러시아에 가서 공연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러시아나 중국에도 장애인 민간 단체가 많습니다. 코로나도 끝났으니까 그런 단체와 협력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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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8일,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리는 2018 동계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패럴림픽 선수단이 평창 올림픽 선수촌에 도착해 환영식을 갖고 있다. /AP (Lee Jin-man/AP)

[기자] 네. 지금까지 안경수 센터장과 함께 국제 장애인의 날을 맞아 북한의 장애인 인권 실태와 장애인 복지 정책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