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접경지 물류 매우 활발”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4.07.17
“북러 접경지 물류 매우 활발” 2016년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AP

앵커: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6월 19일 북한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군사, 경제 교류가 더 활기를 띠는 가운데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박종수 전 한국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양국 간 접경 지역에서 물류가 매우 활발한 분위기였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그는 지난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농축 우라늄 수출과 북한 노동자 파견 등이 핵심 안건이었고, 그중에서도 북한은 약 12만 명의 노동자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북러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합의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워싱턴 DC를 방문한 박 전 위원장을 노정민 기자가 대담했습니다.

 

나진-하산 총괄하는 ‘나선콘트란스’… 요즘 매우 바빠

 

[기자] 박종수 위원장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북러 정상회담이 있은 지 한 달이 됐습니다. 이후 북러 간 경제, 군사 교류는 어떤 진전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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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 전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  

[박종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 관계가 전 분야에 걸쳐 초밀착 관계가 이행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평양에 약 20시간을 머물면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무려 10시간 동안 마라톤 회동을 했죠. 모든 분야에 걸쳐서 조율했고, 크게는 공식과 비공식 회담으로 나눠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공식 회담에서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이건 조약 체결이 아니라 조약 갱신이죠. 왜냐하면 2000년 2월에 ‘친선, 선린 및 협조 조약’을 갱신했거든요. 굳이 또 갱신해야 할 이유가 있었겠는가, 내용상으로 보면 1961년 옛 소련의 군사동맹 조약인 자동 군사 개입 조항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많이 하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것이, ‘유엔 헌장 51조를 준수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국제사회를 향한 과시형의 목적이 있고, 더 나아가서는 비공식 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핵심 의제에 대한 관심을 회피하려는 위장 전술이 아니었느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왜냐하면 두 나라의 폐쇄성을 고려할 때 비공식 회담의 내용이 외부에 일절 알려질 수 없거든요. 많은 분야에서 합의했겠지만, 대표적인 것 두 가지만 꼽으라면 북한의 노동력을 러시아에 파견하는 것과 러시아의 농축우라늄을 북한에 수출하는 거죠. 이런 정도로 평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최근(지난 6월) 러시아를 직접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북러 간 경제 교류가 활발한데, 실제 러시아에서 보고 느끼신 점은 무엇인가요?

 

[박종수] 네, 러시아와 북한 접경 지역에서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이 북중러 접경 두만강 하구 지역이죠. 그중에서도 북한의 나진-선봉 지역의 물류 사업이 매우 활성화하고 있다는 거죠. 특히 이 지역의 물류를 총괄하고 있는 ‘나선콘트란스’ 회사가 매우 바쁜 것 같아요. 이 회사는 2013년에 한러 간 합의에 의해 이뤄진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회사인데요. 이반 톤키흐 사장 지인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이전까지는 활발했다가 중단됐는데, 이번에 다시 매우 활기를 띠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아마도 서방에서 위성사진으로 촬영한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기자] 실제 경제 교류가 활발하다고 하면, 주로 어떤 물건이 많이 오가는지도 알 수 있을까요?

 

[박종수] 위성만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할 겁니다. 보통 위성으로 촬영할 경우에는 컨테이너가 몇 개고, 선박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등은 알 수 있지만, 그 내부까지는 확인이 불가능하거든요. 그 안에 무기가 들어있는지, 석탄이 들어있는지, 아니면 원유가 들어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려운 거죠. 이런 차원에서 볼 때 궁금증이 많이 해소가 안 된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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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가 지난 7월 10일에 촬영한 북한 나진항의 모습. 러시아가 임차해서 사용 중인 부두(아래)에 석탄 더미가 쌓여 있다. / Planet La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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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러시아에 노동자 12만 명 파견 요청

 

[기자] 네, 조금 전 말씀하신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과 관련해 위원장님께서는 현재 또는 앞으로 노동자 파견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박종수] 북한 노동력의 러시아 송출 문제는 두 정상 간의 핵심 의제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유엔 대북 제재 때문에 2019년 말까지 해외에 진출한 노동력을 공식적으로 다 철수했거든요. 해외 노동력이 북한 외화 획득의 원천이죠. 그런데 그게 차단이 된 셈입니다. 그러던 중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북러 양측의 입장이 서로 일치한 부분이 있는 거죠. 러시아로서도 노동력 부족 현상을 느끼고, 북한은 이 기회를 이용해 노동력을 많이 송출하려고 하는데, 최근 제가 듣기로는 약 12만 명 정도를 강력히 러시아 측에 요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2만 명이면 1인당 연간 3만 달러만 잡아도, 36억 달러를 매년 외화 수입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거죠.

 

게다가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 노동력이 일종의 용병으로 갈 경우에는 무기 공장이나 전선에 투입돼 첨단 기술 내지 실전 경험까지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죠. 러시아 입장에서도 2차 동원력을 아직 안 내리고 있거든요. 부족한 노동력을 대부분 이렇게 외국 용병을 많이 받아서 보충하고 있는데, 북한 청년들이야말로 가장 좋은 양질의 노동력이죠. 특히 북한 노동자는 북한 보위부가 직접 나와서 감시를 하거든요. 이러한 감시 체제가 용이하기 때문에 통제가 불필요한 거죠.

 

[기자] 그렇다면 러시아가 북한에 농축 우라늄을 수출할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박종수] 비공식 회담에서 두 번째로 합의했을 것으로 보는 경제 현안이 바로 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을 북한에 수출하는 겁니다. 미국이 1993년부터 93개 상업용 원자로에서 사용하는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에서 수입했거든요. 이것이 연간 미화로 약 10억 달러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던 것을 지난 3월에 공식적으로 수입 중단 발표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러시아는 대체 시장을 빨리 찾아야 하는 거죠. 북한의 경우는 매년 전력난에 허덕이고 있는데 우라늄 광산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러시아산을 싸게 수입하고 그 대신 실탄이나 미사일, 드론으로 거래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죠.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최적의 프로젝트라고 봅니다.

[기자]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이후 바로 베트남(윁남)에 간 이유도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박종수] 물론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하기 전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발표한 내용이 있습니다. “베트남과 원자력 협력에 최우선으로 비중을 두겠다”, 이건 뭘 의미합니까. 원자력 협력이라면 우라늄광 수출 문제도 당연히 포함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아시안 국가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어떤 의미에서는 지난 93년부터 미국에 안정적으로 팔아왔던, 연간 10억 달러에 달하는 우라늄광을 미국이 안 사도 우리는 대체할 시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의도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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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걷고 있다. /AP

 

북 나선항 통해 북∙중∙러 경제 협력 강화

 

[기자] 사실 북한 경제는 중국에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고, 러시아는 경제 교류의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요. 이제 북러 관계가 밀착하면서 비중이 커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앞으로 북한 경제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과 비중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박종수] 물론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90% 이상이라는 얘기들이 일반화돼 있죠. 그런데 저는 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게, 외형상으로 무역 규모만 따지고 공식 통계만 보니까 90% 이상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상당히 허점이 많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한 경제는 기본적으로 중공업 위주거든요. 중공업 위주의 산업 시설은 대부분 구소련이 만들어준 겁니다. 그래서 북한 경제를 근본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이 중공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러시아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죠. 그러던 차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북러 관계가 초밀착 관계로 들어가면서 군사 분야뿐 아니라 경제 모든 분야로 확대하고 있는 거죠.


특히 우리가 작년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6월까지 러시아가 밀과 보리 수출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어요. 북한에 지원할 수 있는 곡물 여력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이젠 중국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또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러 간 관계가 초밀착으로 강화됨에 따라 내키지 않더라도 북한과 협력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실제 위성 사진을 보면 단둥 세관이라든가 훈춘 세관에서 매우 활발히 움직이는 모습들이 포착되는데, 이거는 그만큼 중국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거죠. 또 하나 특이한 현상은 북한이 나선항을 통해 러시아와 북한, 중국 간 삼각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원자재를 나선 항구를 통해서 중국 남부에 수출하는 삼각 협력도 이제 활성화하는 추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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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중국이 북한 노동자를 본국에 송환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대북 제재를 의식하기 때문이고 한편으로는, 밀착한 북러 관계를 의식해 북한에 보낸 경고의 메시지란 분석도 있습니다. 위원장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박종수] 정확한 지적을 하셨습니다. 이중적인 의미가 있는 거죠. 하나는 대북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서방에 보여줘야 할 입장이고, 또 하나는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하는 것을 경고하는 이런 이중적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중국과 북한은 순망치한의 관계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지난 6월 19일 북러 간 초밀착으로 북한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거죠. 일종의 견제도 하면서 회유도 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우선 북중 관계에서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러   양다리 외교를 통해 중국에 무언의 압박을 가하려는 입장을 보인 거고요. 중국 입장에서는 불쾌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뭐겠습니까. 북한 노동자를 빨리 귀환 조치시킴으로써 불쾌감을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중국은 서방과 한국 등 나라들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왜냐하면 중국 경제가 서방과 연동돼 있어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쉽지 않지 않습니까. 이런 이유로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러시아보다는 항상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가는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북한과 연대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고약한 아우를 둔 중국의 숙명이랄까요.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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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역선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압록강 둑에 물건을 하역하고 있다. /Reuters


북러 정상회담 합의 사항, 원만히 잘 이행될 것”

 

[기자] 마지막으로 북러 정상회담이 있은 지 한 달이 됐는데, 북러 정상회담에서 한 합의들이 앞으로 잘 지켜질 것으로 보시는지, 또 앞으로 미국 대선 등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북중러 간 경제, 군사 협력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종수] 저는 북러 정상 간에 합의한 사항들이 원만히 잘 이행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러시아와 북한은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2000년부터 25여 년 지났습니다. 군사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협력을 강화해 왔습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북한의 최대 장애 요소였던 대러시아 부채가 거의 (북한) 대외 부채의 약 60%를 차지했거든요. 이게 110억 달러인데, 2014년에 러시아가 전액 탕감해 줬습니다. 그 이후 경제공동위원회를 통해 양국 간 경협이 급속하게 활발해지는 현상들을 제가 목도했습니다. 특히 서방이 대러시아와 대북 제재를 이행한 2018년 기준, 양국 간 협력 프로젝트로 상정된 60개 중에 이행률이 35%입니다. 한국과 러시아 정상 간에 합의하면 이행률이 5%도 안 되는데, 35%가 이행됐다는 것은 매우 이행률이 높다는 겁니다. 다만, 대러 제재와 대북 제재 때문에 탄력을 못 받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봐야 할 부분은 중국, 러시아 간 연대는 안보적으로 미국의 단일 패권을 타파하겠다는 것과 경제적으로는 탈달러화하겠다는 입장이 일치합니다. 그래서 안보는 ‘상하이협력기구’(SCO), 경제는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강하게 결집하는 현상을 최근 몇 년 동안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오는 10월에 러시아 카잔에서 브릭스 정상회의가 개최되는데 아마 이를 통해 훨씬 더 외연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봅니다.

 

[기자]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박종수 전 한국 북방경제협력위원장과 함께 북중, 북러 간 경제 교류 현황을 짚어봤습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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