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판매 1위 인조 속눈썹... ‘북한산’ 가능성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4.03.28
‘아마존’ 판매 1위 인조 속눈썹... ‘북한산’ 가능성 2023년 11월 16일, 중국 산둥성 핑두의 몬셰리 작업장에서 한 노동자가 인조 속눈썹을 만드는 생산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REUTERS

앵커: 지난해 북한의 대중 무역 수출품 중 속눈썹1위를 차지한 가운데 미국의 최대 인터넷 쇼핑 사이트인 아마존’(Amazon)에서 인조 속눈썹판매 1위 제품의 원산지가 중국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아마존에서 판매율이 높은 인조 속눈썹’ 10개 제품 중 3개가 중국산이었습니다.

 

이 속눈썹은 미국 전역과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으로 배송이 가능한데요. 중국에서 가공과 포장을 거친 북한산 인조 속눈썹이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아마존 인기 상품 인조 속눈썹도 중국산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 품목 1위를 기록한 인조 속눈썹과 가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국의 최대 인터넷 쇼핑 사이트인 아마존(Amazon)’에서 인조 속눈썹(false eyelashes)’를 검색해 봤습니다.

 

인조 속눈썹 부분 베스트셀러, 즉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의 상세 설명을 살펴보니 원산지(country of origin)가 중국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또 아마존에서 ‘인조 속눈썹부분 베스트셀러(인기 상품) 1위부터 10위 안에 든 3개 제품의 원산지가 중국이거나 제조업체가 중국 이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검색 후 가장 먼저 나온 인조 속눈썹의 ‘아마존 표준 식별 번호’(ASIN: Amazon Standard Identification Number)를 추적해 본 결과 중국이 원산지였으며,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든 제품의 아마존 표준 식별 번호를 추적해 보니 총 5개의 제품이 중국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제품들은 배송료와 통관 비용만 지불하면 미국 전역은 물론 싱가포르와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한국, 프랑스 등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배송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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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쇼핑사이트 아마존(Amazon) ‘인조 속눈썹’ 검색 후 나온 결과에서 제품 세부 정보를 살펴보니 원산지 국가가 중국으로 나오고 있다. (위 제품의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수입한 인조 속눈썹이라는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없다.)   /아마존 사이트 캡처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3, 북한이 인조 속눈썹과 가발 등을 중국산으로 둔갑시킨 뒤 전 세계로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북한에서 생산된 반가공 속눈썹 제품을 수입한 뒤 중국산으로 포장해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로이터 통신은 북한산 인조 속눈썹의 가공과 포장이 중국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이 대북제재를 피하고 외화를 획득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만든 속눈썹과 가발 등이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 서방 국가 등에 수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은 약 120만 명이 거주하는 중국 산둥성의 핑두시가 전 세계 인조 속눈썹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고 밝혔으며, 중국 속눈썹 상자 제조업체인 칼리’(Kali)가 웹사이트에 게시한 추정 통계에 따르면 핑두시 속눈썹 공장의 약 80%가 북한으로부터 인조 속눈썹의 원자재와 반제품을 구매하거나 가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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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6일, 중국 산둥성 핑두의 몬셰리 작업장에서 한 노동자가 인조 속눈썹을 만드는 생산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Reuters  

북중 국경 상황을 잘 아는 대북소식통도 28RFA과거에는 북한 주민이 직접 속눈썹과 가발 등을 담은 가방을 들고 와 중국 업자에 넘기기도 했으며, 이는 청도와 심양 등을 거쳐 다른 지역이나 외국으로 팔려 나갔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정교한 작업을 요구하는 속눈썹과 가발 등은 중국 노동자가 잘 안 하려 하고, 북한 노동자가 만든 제품이 가장 좋기 때문에 외국으로 수출하기에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대북소식통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북한산 속눈썹과 가발 등이 중국을 거쳐 전 세계로 수출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급증한 속눈썹­∙가발 수출과 달리 노동자 대우는 악화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장은(12) RFA에 중국은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북한 노동력이 필요했고, 북한은 노동력을 제공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북한 속눈썹과 가발의 수출이 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안경수] 가발이나 속눈썹 등 손재주와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은 이제 중국에서도 시간 대비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잘 안 하려고 합니다. 중국이 과거 강점을 보였던 가발, 속눈썹, 배드민턴 라켓, 축구공, 농구공 등의 수작업을 이제 북한에 맡기는 겁니다. 중국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 건데요. 북한은 통제가 된다는 장점이 하나 있죠. 중국의 경우 못하겠다’, ‘하기 싫다고 하면 노동력을 못 구하는데, 북한은 어떻게든 구할 수 있단 말이에요. 거기에 북한은 사실 잠재적 실업이 굉장히 많습니다. 북한이 100% 취업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사회주의 국가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놀고 있는 노동력이 많고, 태업도 많습니다. 가발이나 속눈썹 등 손재주가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20~40대 여성들입니다. 북한 남성들에 비해 오히려 여성들이 자유롭습니다. 그 사람들을 유인하는 구조가 되는 거죠.

 

또 자유로운 근무 환경과 제때 나오는 월급, 따뜻한 실내에 앉아 일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임가공업의 인기는 높았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의 지철호 정착지원 실장도 외부에서 일감을 받아 오는 임가공의 경우 다른 일에 비해 근무 환경이 더 좋은 편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많은 북한 주민이 선호하는 일자리였습니다.

 

[지철호] 예를 들어 일반 직장의 경우 북한 당국이 주는 배급 또는 월급에만 의존해야 하는데요. (임가공의 경우) 배급도 주고 월급도 줘서 그 부분이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회령에서 살았는데, (일반 직장과 임가공업 하는) 사람들의 차이가 확연히 납니다. 저도 일반 직장에 다닐 때는 발전소나 돌격대 등에 나가봤는데요. 개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월급이나 배급도 주는 게 없고, 그냥 강제로 시키는 것이 대부분인데요. 해외에서 일감을 받아 들어가는 회사들의 경우 배급도 나오고 돈도 나오고, 안전 도구도 준비돼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북한의 일반 직장과 (해외에서) 일감을 받아서 하는 회사들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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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6일, 중국 산둥성 핑두의 몬셰리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인조 속눈썹을 제조하는 생산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Reuters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 이후 임가공의 근무 환경도 변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14) RFA에 가발과 속눈썹에 대한 대중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임가공 노동자에 대한 대우도 좋아졌지만, 코로나 대유행 이후 일반 기업소와 비슷한 수준의 노동 환경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에서 가발이나 속눈썹 등 수출 품목을 만드는 분야 뿐이 아닌 무역 자체에 대한 통제가 많이 심해지지 않았습니까. 북한 내에서는 지금 국가 무역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무역회사의 재량권 자체가 많이 사라졌고, 중앙에서 지정하는 회사가, 중앙에서 인정하는 물건을 수출입하는 구조로 많이 강화됐습니다. 두 번째로 북한 내에서 개인의 경제활동에 대해서도 엄청난 통제를 합니다. ‘국가기관에서 지정한 지역소에 출근해 배급을 받고 생활하라는 구조가 되면서 개인의 경제 활동 자체가 심한 통제하에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무역회사가 재량권을 갖고 독자적으로 북한 주민을 직접 고용하며 여러 혜택과 지원을 보장해줬지만, 지금은 국가 사업과 동일한 조건 아래 규정된 배급과 노임을 주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코로나 대유행을 기점으로 북한이 180도 달라진 사회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원도 (18) RFA에 북한이 국경을 개방한 이후 북중 무역에서 가발과 속눈썹 제품에 대한 비중이 더 커졌지만, 북한 주민의 노동 환경은 더 나빠진 역설적인 상황을 꼬집었습니다.

 

[정은이] 사실 굉장히 역설적인데, 정말 노동력 착취잖아요. 너무 취약하고. 북한 체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가 공장이 가동되는 것도 아니고, 국가가 배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나마 이거라도 하면 일거리가 생기는 거잖아요. 농촌 같은 경우는 현금 수입이 없는데, 이걸로 사람들이 쌀도 사 먹고 옷도 사 입고, 그리고 한 집에서 한 명만 하는 게 아니라 한 가정에서 5명이 한다고 하면 하루에 가족들이 먹고살 수 있는 정도는 되거든요. 그래서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와 시장에 대한 통제로 현금 수입이 많이 떨어진 북한 주민은 점점 근무 조건이나 작업 환경을 따지지 않은 채 일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은 이 상황에서 북한 주민의 노동력을 이용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정은이] 하루 먹고살 수 있는 수단이 된 거죠. 어쨌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고, 취약계층도 할 수 있고요. 그렇지만 단가가 낮기 때문에 가발과 속눈썹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거죠.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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